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국내외 1200명 교수·연구자 시국선언'과 '서울대 교수 10인 성명서 발표'

김동규 "단 1명만 자기 실명 밝힌 소위 '서울대 시국선언'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는가?"

류근 "서울대의 용자 1인이 익명의 9명 끌어들여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잠꼬대 늘어놔"

[정현숙 기자]= 지난 1일 국내외 7,000여 명으로 구성된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소속 대학교수 및 연구자들 1200명이 서울시 서초동 대검찰청 정문에서 검찰개혁 시국선언 발표 이후 서울대 민주동문회와 종교계, 심지어 해외동포까지 검찰개혁 동참의 물결이 이어졌다.

교수와 연구자들을 대표해 사회를 맡은 김동규 동명대 교수는 이날 대검 앞에서 시국선언문을 낭독했으며, 서울대 우희종 교수가 대표로 발언했다. 하지만 진보보수를 망라하고 메이저 언론은 모조리 침묵하고 인터넷언론 등 극히 일부 매체에서만 보도했다.

8일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김은경 기자
8일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개혁을 열망하는 그리스도인의 시국선언 기자회견이 열렸다./ⓒ김은경 기자

반면 지난 7일 조영달 서울사대 교수와 이름을 밝히지 않은 교수 10명이 온라인 기자회견으로 윤 총장을 옹호하는 성명을 내자 조중동을 비롯한 아류의 매체들은 서울대 전체 교수의 의견을 반영한 거처럼 대서특필했다. 현장이 아닌 화상으로 진행한 성명서 몇 줄을 두고 '환호작약' 하며 보도한 것이다.

이들은 추미애 장관을 겨냥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은 그 본질이 검찰을 권력에 복종하도록 예속화하겠다는 것"이라며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에 대하여 중대한 위법 행위인가에 대한 명백한 확인도 없이 내부에 다수의 이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를 하겠다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이날 선언에 참여한 서울대 교수 10인은 조영달 교수 외에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영달 교수는 "서울대 전체 교수사회에 대해서 2단계로 호소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있으면 그 과정에서는 밝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조영달 서울사대 교수가  지난 7일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조영달 서울사대 교수가  지난 7일 화상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SBS뉴스 캡처)

"동아일보, 10人 성명서를 교수 사회에서 나온 첫 시국선언'이라는 새빨간 거짓말까지"

앞서 예시한 한국 언론의 선택적 보도 행태를 두고 국내외 교수와 연구자 7,000여명으로 구성된 사회개혁트워크 소속으로 검찰개혁 시국선언에 참여한 김동규 교수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조(志操)라는 것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일갈했다.

김 교수는 "지난 1일 아침 서초동 대검 앞에서 국내외 개혁 교수연구자 모임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시국선언 발표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라며 "그런데 신문방송을 포함하여 이른바 메이저 언론이라 불리는 곳에서는 단 하나도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라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경향신문은 사진 캡션으로 간단한 코멘트를, 한겨레신문은 아예 보도를 생략했다"라며 "다만 경기신문을 비롯한 몇몇 지방 언론과 인터넷 신문에서 상세한 내용 담은 뉴스를 내보냈을 뿐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제 서울대 사범대 교수 한 명이 이름도 밝히지 않은 나머지 9명과 함께 <서울대 교수 성명서>라는 걸 발표했다"라며 "이 문건을 서울대교수 시국선언이라 불러도 좋다면서(낯짝도 두껍다). 검찰개혁의 거시적 진행을 반대하고 특히 현재 실행 중인 검찰의 집단반란을 옹호하는 내용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 대학은 전임교수만 2천명이 넘는다. 비정규직 교수까지 하면 교수 숫자만 5천 가까이 된다"라며 "그런데 전임교수 가운데 고작 0.5%(비정규직 교수 포함 기준으로는 0.2%)가 참여한 이 성명서에 대하여, 조중동은 물론 경향과 한겨레,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국내 모든 메이저 언론이 <서울대 교수 시국선언>이란 제목으로 대대적 보도를 했다"라고 했다.

이어 "심지어 동아일보는 이 10명의 성명서를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수 사회에서 나온 첫 시국선언'이라는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기까지 했다"라며 "이 두 가지 장면이야말로, 우리나라 미디어 생태계의 현실을 섬뜩할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스틸컷"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언필칭 진보적 신문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주류 언론이 얼마나 뻔뻔스럽고 '기득권 지향적'인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라고 참담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교수는 또 "교수들은 원래 다른 대학 이야기를 잘 안 한다. 같은 교수들 보고도 뭐라 하는 게 일종의 금기다. 좋게 말해 동료의식 건조하게 말해 동업자의식 때문일 게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색이 한국 최고 대학이라는 서울대 선생님들께 감히 여쭈어본다"라고 했다.

그는 "검찰개혁 이슈는 최근 1년 이상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역사적 사건"이라며 "총 합계 10명이 참여한, 그것도 단 1명만 자기 실명 밝힌 소위 '서울대 시국선언'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시는가? 지켜보는 내가 그저 민망하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영화 전 머니투데이 기자가 김 교수의 이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정 전 기자는 "혹세무민 양치기 신문이 아니고 또 뭐겠는가"라고 했다. 그는 "이것이 팩트다. 7000여명의 교수연구자단 시국선언은 아예 보도가 없고, 겨우 10명 서울대 교수만 부각하는.."이라며 이렇게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특히 자칭 진보라 하는 신문들까지 침소봉대 보도를 하는 것을 보고 '언론이 이제 갈데까지 갔구나' 그 침몰의 끝을 보는 것 같다"라고 개탄했다.

류근 시인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사회 각계 각층에서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터져나오고 있다"라며 "'지식인, 종교인, 시민단체, 일반시민을 망라한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역시 서울대의 용자 1인께서 익명의 9명까지 끌어들여서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잠꼬대를 늘어놓았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언론에선 실명조차 밝히지 못하는 엉터리 소음을 마치 엄청난 규모의 시국선언인 양 일방적으로 보도하였다. 오죽하겠는가. 지금 밀리면 자신들마저 쭉정이가 될 형편인 것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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