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석방 다음날 출근···10·29 참사 유가족들 "사퇴 안 하면 출근길 저지"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8일 오전 8시경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용산구청장실이 있는 서울 이태원동 용산구청 9층을 찾았다. 전날 법원의 보석 인용으로 석방된 박희영 구청장이 이날 오전 출근한다고 알려져 출근 저지와 사퇴 촉구를 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수십명의 유가족들은 이날 박희영 구청장의 출근을 저지하려 했으나 예상보다 일찍 그가 청사 안으로 들아간 사실을 확인하고 울분을 토했다. 유가족들은 '박희영 용산구청장 즉각 사퇴하라'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어떻게 감히 이태원 땅을 다시 밟고 구청으로 돌아와 일을 할 생각을 할 수 있느냐"며 분노했다. 

유가족들은 박희영 구청장이 이미 출근했다는 것을 파악하고 오전 8시18분쯤 9층 구청장실로 향했다. 이들은 구청장실 앞에서 박희영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유족들과 이를 막으려던 용산구청 직원들이 뒤엉키면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막아선 구청 직원들을 향해 "제가 왜 그러는지 아느냐, 내 새끼가 용산구에서 죽어서 그런다" "참사 때 뭐했나. 그땐 안 지키고"라며 열어줄 것을 호소했다. 유족들은 박희영 구청장을 향해 "사퇴하라", "나와라" 등 고함을 지르며 구청장실 문을 거세게 흔들었지만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결국 유가족들은 오전 9시로 예정된 기자회견 시간이 임박하자 '박희영 용산구청장 즉각 사퇴하라'라고 적힌 스티커와 사퇴 촉구문을 붙이고 1층 구청 민원실 앞으로 내려와 '박희영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희영 구청장이 보석으로 풀려난 전날에도 유가족들은 격노해 거세게 항의한 바 있다. 

박희영 구청장은 전날 오후 수감 중이던 서울남부구치소를 나왔다. 박희영 구청장 측은 보석 신청 사유로 이태원 참사 직후 충격으로 인한 불안장애,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석이 인용되면서 박희영 구청장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구청장 직무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에 전날 유가족들은 박희영 구청장의 보석 인용 사실을 언론을 통해 전해 듣고, 석방 2시간여 전부터 구치소 앞에서 기다렸다. 그의 석방 소식이 알려지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구속해서 수사하라" "보석이 웬말이냐"며 한탄했다. 

유가족들은 경찰 대열 틈으로 "나도 공황장애다, 보석이 웬말이냐", "박희영은 책임 인정하고 사과하라" 등 상자를 찢어 급히 만든 손팻말을 들고 항의했다. 이날 일부 유가족들은 박희영 구청장에게 소리를 치고 계란을 던지는 등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동원돼 유가족들을 끌어내기도 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항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상까지 했다. 차량 앞 도로에 누워 출소를 저지하던 유가족들은 경찰에 의해 사지가 들려 나오면서도 강하게 항의했다. 

구치소 밖을 나온 박희영 구청장은 "업무 복귀 바로 할 건지" "(증인으로 출석할)직원 회유 가능성 우려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참사에 책임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등의 질문에 "죄송하다. 성실히 재판에 임하겠다" 등의 답변을 남긴 채 차량을 타고 떠났다. 그는 다음날 오전 일찍 구청으로 다시 출근한 것이다. 

유가족들은 당분간 박희영 구청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기 위해 출근길 저지에 나설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