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10일 오전 그날 떠올리다. "개혁은 영원하고, 저항은 일시적이다. 그것이 변함없는 역사의 교훈"
국회의 '박근혜 탄핵' 논의 중, 추미애 갑자기 던진 메시지 "최종적으로는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돌고 있다"
탱크·장갑차 등으로 촛불시민 짓밟으려했던 무시무시한 음모, 이를 주도한 '조현천' 행방은 어디에? 박근혜·황교안 등도 수사대상
윤석열에겐 '쿠데타 음모'보다 '동양대 표창장' '병가 연장'이 훨씬 국기문란이었나? '조현천' 언급도 수사 시늉도 없었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4년 전 오늘, 온 국민과 함께 가슴 졸이며 헌법재판소의 결정문 낭독 장면을 TV생방송으로 지켜봤습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을 일삼던 현직 대통령을 탄핵한 것은 오롯이 촛불시민의 힘이었습니다. 당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던진 대통령 자진사퇴와 총리직 제안에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오락가락, 좌고우면 할 때 제1야당 대표로서 이를 뚫고 한 걸음 더 전진했던 일은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누구는 추미애의 고집이라 하고, 누구는 추미애의 뚝심이라 했습니다. 뭐라 하든 상관없습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10일 페이스북)
2017년 3월 10일 오전, 헌법재판소는 박근혜를 대통령직에서 파면했다. 그 전해인 2016년 12월 9일 국회의원 300명중 234명이 박근혜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뒤, 약 3개월여만의 일이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이 '파면' 결정을 내렸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씨가 2013년 1월~2016년 4월 각종 인사자료, 국무회의 자료, 대통령 해외순방일정을 '비선실세' 최순실(최서원) 씨에게 전달, 이를 통해 직무활동에 관여한 점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출연, 플레이그라운드 광고 수주, KD코퍼레이션 특혜 등을 통해 최 씨의 이권을 추구하는 데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이정미 당시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결정문 낭독이 끝나는 그 순간 박근혜는 대통령직에서 쫓겨났으며, 전직 대통령 예우도 모두 박탈됐다. 그래서 박근혜에게 '전 대통령' 호칭을 붙일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 박근혜 탄핵을 결정짓는데 앞장선 정치인 중 하나는 분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었다. 특히 새누리당 내의 탄핵 찬성표를 이끌어내는데도 적잖은 공헌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이 경쟁적으로 보도되며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탄핵' 논의가 진행되던 2016년 11월 18일, 추미애 당시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폭탄발언을 한다.
"박사모를 시켜서 물리적 충돌을 준비하게 하고, 시간을 끌며 지지층 결집시키기를 시도하고, 사정기관에 흔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한 다음에 최종적으로는 계엄령까지도 준비하고 있다는 정보도 돌고 있다. 참으로 무지막지한 대통령이다. 하야하라. 하야하지 않으면, 우리는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정지시키는 조치에 착착 들어갈 것이다."
박근혜 측에서 탄핵을 저지하기 위해, 군을 동원한 '계엄령'을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다는 폭로였다. 당시 추미애 대표의 폭로에 대해, 박근혜 청와대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조선일보 등은 이에 "무책임한 정치적 선동" "근거도 없는 유언비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뱉는다" 등으로 발끈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 현재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개편)가 작성한 '전시 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2017년 3월자) 문건이 지난 2018년 7월 공개됐다. 촛불집회 때 군이 위수령·계엄령을 준비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었다. 평화시위로 국정농단한 권력에 대항하는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 등을 동원해 짓밟으려한 무시무시한 음모가 있었던 것이다.
추미애 당시 대표의 사전경고로 혹시 발생헀을지 모르는 대규모 '유혈사태'를 막은 셈이다. 당시 문건대로 시행됐더라면, 현재의 미얀마보다 더 끔찍한 일이 터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럼에도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에 대한 체포·수사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 어디에 숨어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잡지 못했다. 이 '계엄령' 문건과 관련, 지난 2018년 군인권센터와 참여연대‧민중공동행동 등 많은 시민단체들이 내란예비음모 및 군사반란예비음모 혐의로 조현천 등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군·검 합동수사단은 그해 11월 내란음모 피의자인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이 미국으로 도피해 소재를 확인할 수 없다며 기소를 중지했다. 그래서 조현천의 윗선인 박근헤나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 등에 대해서도 참고인 중지 처분을 내렸다. 김관진 전 실장이나 한민구 전 장관 등이 조현천과 연루된 정황은 드러나면서도, 정작 더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군인권센터는 기무사 내란음모 사건 관련 군·검 합동수사단의 불기소이유통지서에,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며 통지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정말 그래서였을까? 윤석열 전 총장은 총장 취임 이후에도, 조현천에 대해 언급조차 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수많은 시민들을 잔혹하게 살해하려고 했던 그 끔찍한 음모보다 조국 전 장관 딸이 받은 (입시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동양대 표창장' 따위나, 역시 아무 문제도 없는 추미애 전 장관 아들의 '병가연장'이 그에겐 훨씬 더 국기문란 사안이었나보다. 그래서 추미애 전 장관도 대정부질문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는 "제가 수사의지를 본 적이 없다"고 답한 것이다.
최근의 미얀마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사태를 보면, 4년여전 추미애 전 장관이 했던 사전경고가 얼마나 용기있는 행위였는지를 실감케 한다.
추미애 전 장관은 박근혜 탄핵 사건에 대해 "오롯이 촛불시민의 힘이었다"라며 "당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던진 대통령 자진사퇴와 총리직 제안에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오락가락, 좌고우면 할 때 제1야당 대표로서 이를 뚫고 한 걸음 더 전진했던 일은 지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뜨거워진다. 누구는 추미애의 고집이라 하고, 누구는 추미애의 뚝심이라 했다. 뭐라 하든 상관없다"고 회고했다.
추 전 장관은 "위기의 시기, 흔들리지 않고 시민의 뜻을 받드는 것. 말로만 위대한 국민이 아니라 진심으로 국민의 뜻을 위대하게 이뤄내는 일"이라며 "정치가 시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순간 정치는 그저 사익추구의 수단이 되어 버린다"라며 국정농단 건을 회고했다.
그는 지난 4년동안 "문재인정부의 개혁은 줄기차게 이뤄져 왔고, 사회 곳곳에서 많은 개혁의 성과를 이뤄냈고 우리는 여전히 촛불시민과 함께 개혁의 대장정에 서있다"며 "어떤 개혁이든 저항하는 사람과 세력이 있기 마련이라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개혁은 영원하고 저항은 일시적이다. 그것이 변함없는 역사의 교훈이며 인류 진보의 내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촛불민주정부의 개혁, 국민이 보시기에 아직 많이 부족한 만큼 우리는 더 많은 개혁, 더 깊은 개혁을 바라는 촛불시민의 뜻을 잊지 않아야 한다"며 "개혁의 초심으로 돌아가 촛불개혁의 대장정에 언제나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추미애 전 장관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기도 하며, 향후 정치적 역할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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