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칼럼니스트

잘 물든 단풍처럼

‘잘 물든 단풍은 봄꽃 보다 아름답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 붉게 타오르는 단풍을 닮고 싶어 얼마 전 광능의 국립수목원을 다녀왔습니다.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말로는 부족했습니다. 마치 젊은 시절의 저처럼 정열이 불꽃처럼 타오르는 황홀경에 빠졌습니다.

인생의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우주자연의 철칙입니다.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으로, 지구는 춘하추동(春夏秋冬)으로, 만물은 생로병사로, 인생은 흥망성쇠로 돌고 돌아 지극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간도 한번 나서 한 번의 죽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영원히 돌고도는 윤회(輪廻)의 수레바퀴를 멈추려면 수행을 통한 해탈(解脫)과 열반(涅槃)의 경지에 올라야 비로소 멈출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사람은 늙어 기력이 소진돼 죽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늙는데 늙어도 어떻게 늙느냐가 가을단풍을 감상하고 떠오른 화두(話頭)였습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늙되 추하게 늙느냐 아름답게 늙느냐 이것이 문제인 것입니다. 저처럼 얼굴에 주름살 하나 없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같은 나이에도 쭈글쭈글 폭삭 꺼진 늙은이도 있습니다. 어떻게 늙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풍모(風貌)가 달라지고, 그 풍모는 고스란히 얼굴에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누구나 아름답게 늙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냥 늙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아름답게 늙는 사람은 드뭅니다. 그만큼 아름답게 늙는 것이 어렵다는 얘기이지요. 아름답게 늙으면 그 삶의 질이 풍요롭고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습니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결국 품위(品位) 있는 노인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품위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입니다. 그리고 품위란 존경받는 인격을 지니는 것입니다. 그 품위를 유지하려면, 수행(修行)을 하지 않으면 결코 생길 수 없는 것입니다. 도(道)가 무엇인지, 우주의 진리는 어떻게 운행 되는지, 불생불멸(不生不滅)과 인과보응(因果報應)의 진리는 무엇인지, 인도(人道)란 어떤 것인지 이런 것을 배우고 닮고 따라 행동하는 것이 공부이고 수행인 것입니다.

노년은 절대 무료(無聊)해서는 안 됩니다. 스스로 닦아서 그 무게를 더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 닦는 방법은 누차 언급했듯이 삼학공부(三學工夫)를 하는 것입니다. 삼학이란 <정신수양(精神修養), 사리연구(事理硏究), 작업취사(作業取捨)>입니다.

첫째, 정신수양입니다.

정신이라 함은 마음이 두렷하고 고요하여 분별 성(分別性)과 주착 심(住着心)을 없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수양이라 함은 안으로 분별성과 주착 심을 없이하며, 밖으로 산란하게 하는 결계(境界)에 끌리지 아니하여 고요하고 두렷한 정신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그 정신수양을 하는 방법으로는 염불(念佛)과 참선(參禪)이 있습니다. <나무아미타불(南無阿彌陀佛)>을 오래하면 자연히 염불삼매(念佛三昧)를 얻어 능히 우리가 목적하는바 극락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참선이란 마음에 있어 잡념을 쉬고 진성(眞性)을 나타내는 공부를 말합니다. 또한 참선은 몸에 있어 화기(火氣)를 내리게 하고, 수기(水氣)를 오르게 하는 방법입니다.

선(禪)이란 말은 ‘하나’를 본다는 말입니다. 하나를 보는 데에는 때와 곳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앉아서 하면 좌선(坐禪), 서서하면 입선(立禪), 걸으면서 하면 행선(行禪), 일하면서 일심으로 하면 사상선(事上禪)이이지요. 그래서 이를 일러 ‘무시선(無時禪) 무처선(無處禪)’이라 하는 것입니다.

둘째, 사리연구입니다.

사(事)라 함은 인간의 시비이해(是非利害)를 이름입니다. 이(理)는 곧 전조(天造)대소유무(大小有無)를 말하지요. 대(大)란 우주만유의 본체입니다. 그리고 소(小)는 만상(萬象)이 형형색색으로 구별 되어 있음을 말하지요. 또한 유무(有無)라 함은 천지의 춘하추동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흥망성쇠(興亡盛衰)의 변하는 모습을 아는 것입니다. 이러한 것을 연마하고 궁구(窮究)하는 것이 연구이지요.

셋째, 작업취사입니다.

작업(作業)이라 함은 업(業)을 짓는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무슨 일에나 ‘안 이 비 설 신 의(眼耳鼻舌身意)’ 육근(六根)의 작용을 이름이지요. 그리고 취사(取捨)라 함은 정의는 취하고 불의는 용감하게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어떻습니까?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지요? 물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알고 보면 코풀기보다 쉬운 일이라 했습니다. 어쨌든 이 삼학공부를 지성(至誠)으로 하면 자연 우리의 몸에 ‘수승화강(水昇火降)’이 되어 얼굴은 윤활해지고 선풍도골(仙風道骨)의 도인이 되는 것입니다.

속이 꽉 차 있으면 입을 열지 않아도 천근의 무게를 지닙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 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늙었다고 쉽게 모든 것을 포기하지 말고 생각을 바꿔 삼학을 수행해 가는 것입니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도전하며 열중하다 보면 그 노년은 저절로 아름답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도전입니다. 돈이 드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노년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새일, 새 도전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아름답고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수행이란 이렇게 진취적인 마음의 자세이며 품위 있는 노년을 만들어가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마음이 늙으면 몸도 더 빨리 늙기 마련입니다. 정신, 육신, 물질로 많이 베푸는 사람이 멋지게 늙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경계를 당하던지 분수에 편안한 사람이 대인(大人)입니다. 또한 어떠한 처지에 있던지 거기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이 제일 부귀한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 삼학수행에 도전하여 잘 물든 단풍처럼, 봄 꽃 보다 아름다운 노년을 엮어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12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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