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 이미지'였던 홍준표의 상전벽해, 청년들 절대적 지지 받은 이유
[ 고승은 기자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청년들, 특히 젊은 남성들의 거센 규탄을 받고 있는 '여성가족부'에 대해 '평등가족부' 혹은 '성평등가족부'로 명칭을 변경하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에 등돌린 청년들의 분노 지점을 정확히 짚은 셈이다.
이재명 후보는 9일 저녁 페이스북에서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는 모든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되는 것처럼, 남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것도 옳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즉 여성에 대한 '차별' 문제와 남성에 대한 '역차별' 문제에 동시에 접근, 해결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의 중요한 책무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루는 것이다. 여성 남성간 갈등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있다"며 "저는 저성장으로 인한 기회총량 부족, 그로 인한 경쟁의 격화가 근본 원인이라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이재명 후보는 "일부 정치권과 언론이 이런 본질은 제쳐놓고 약자 간의 갈등, 젠더 갈등으로 문제를 확대하고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정치권이 문제 해결에 집중하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고 짚었다.
이재명 후보는 "문제 해결 단초는 성장회복을 통해 기회 총량을 늘리는 것에 있다"며 "전쟁이 돼버린 경쟁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성장 회복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청년층과 여성에게 결혼과 출산, 육아는 큰 부담"이라며 "모두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 실제 삶에 분명히 체감되는 정책들을 추진하겠다고 약속드린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는 성차별 해소 방안으로 △성별임금공시제 도입 등을 통한 성별임금격차 해소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 해소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 △여성의 정치참여 대폭 확대 등을 언급했다. 그는 가족 관련 공약으로는 △일·가정양립을 위한 남녀 육아휴직 확대 △돌봄공백 해소를 위한 예산 투자 △돌봄 노동자 처우 개선 등도 약속했다.
최근 청년층에선 홍준표 의원을 지지하는 여론이 굉장히 강했다는 것이다. 홍준표 의원은 과거엔 '꼰대 정치인' 이미지로, 청년층으로부터 거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 대선에선 2030 세대로부터 받은 득표율은 안철수 후보에게도 한참 밀릴 정도였으며. 2030 여성으로부터 받은 득표율은 심상정 후보에게도 한참 밀릴 정도로 젊은층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엔 청년층에선 '홍준표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젊은 남성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고, 젊은 여성으로부터도 적잖은 지지를 받았다. 수년 전과는 상전벽해 수준의 반전을 이뤄낸 것이다.
이처럼 홍준표 의원이 놀라운 반전을 일궈낸데는 청년들에게 거센 규탄을 받는 '페미니즘'에 대해, 그가 비판적으로 접근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홍준표 의원은 '페미니즘' 대신 '휴머니즘·패밀리즘'을 지향하는 정책을 발표했고, 여가부에 대해서도 타 부서와 통폐합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여기엔 시대변화에 맞춰 여성할당제 점진적 폐지도 포함돼 있다.
홍준표 의원은 대법원의 '성인지 감수성' 판결로 인해 무고한 피해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2030세대의 불만이 극에 달해 있어 다시 한 번 재검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자신들의 분노에 귀기울여주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정치인에 그토록 목말라 있던 청년들에게 응답한 만큼, 큰 지지를 받은 셈이다.
홍준표 의원은 이같은 젊은층의 지지에 힘입어 '압도적 1위'를 고수하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위협할 정도로 근접했고, 일반여론조사에선 큰 차이로 앞섰던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번 대선에 나가지 못하게 되면서, 그를 지지하던 표심을 어느 쪽이 잡느냐가 이번 대선의 큰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이에 이재명 후보가 발빠르게 여가부에 대한 명칭과 역할 개편을 언급하며, 젊은 세대가 민감할 수밖에 없는 '차별·역차별' 문제의 본질에 선제적으로 접근한 셈이다. 그가 어떤 정책을 선제적으로 내놓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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