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주택·청년 관련 예산 대폭 삭감+노인 공공일자리 축소, 반면 재벌그룹 법인세 깎아주고 '자기 복지'에만?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최근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늘렸다"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들은 줄줄이 삭감되며, 전세계인들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오후 회원국 정상 가운데 10번째로 연단에 올라 이같이 말하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 확대가 지속 가능한 번영의 기반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에서 어려운 나라에 대한 지원은 세계의 자유와 평화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최근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늘렸다"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들은 줄줄이 삭감되며, 전세계인들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제77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대한민국은 최근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과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늘렸다"라고 자찬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들은 줄줄이 삭감되며, 전세계인들 보는 앞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정작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예산들은 줄줄이 삭감됐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15조1천억원으로 올해 20조7천억원보다 무려 5조6천억 삭감됐다. 지난달 수도권 폭우로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의 반지하 주택에서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런 비극마저 바로 외면한 셈이었다. 

공공임대주택은 반지하나 쪽방·고시원·옥탑방·컨테이너·비닐하우스 등 취약한 주거환경에서 지내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예산임에도, 이를 가차없이 대폭 삭감한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만 65세 이상 대상)를 6만1천개 줄이기로 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환경미화,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지킴이, 금연구역 지킴이 등 강도가 낮은 유형의 일자리이며, 한 달 30시간 정도 근무하고 27만원 가량을 수령한다.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인데, 이런 최소한의 '용돈벌이'마저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또한 청년 추가고용장려금 예산(올해 9952억)을 7658억원 삭감(내년 2294억)했고, 경영상 어려움으로 휴업·휴직 사업장에 최대 90%까지 휴업수당을 지원했던 고용유지지원금 예산(올해 5981억)도 약 4천억원(내년 1974억) 줄였다. 

30명 미만 사업장에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덜어 주는 일자리안정자금 예산은 올해보다 4575억원 줄어들어 고작 60억원만 배정했다. 중소기업 청년노동자의 자산형성을 돕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청년내일채움공제도 6724억원이 삭감되며, 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즉 취약계층이 많은 청년 관련 예산들도 대폭 삭감한 것이다.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15조1천억원으로 올해 20조7천억원보다 무려 5조6천억 삭감됐다. 지난달 수도권 폭우로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의 반지하 주택에서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런 비극마저 바로 무시한 셈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임대주택 관련 예산은 15조1천억원으로 올해 20조7천억원보다 무려 5조6천억 삭감됐다. 지난달 수도권 폭우로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의 반지하 주택에서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음에도, 이런 비극마저 바로 외면한 셈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또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예산도 일부 삭감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정부 예산안을 분석한 데 따르면, 내년 경로당 냉·난방비 및 양곡비 지원 예산은 648억9600만원으로, 올해 예산 683억9600만원보다 35억원(5.1%) 줄어들었다.

또한 여성장애인 관련 예산도 일부 삭감됐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교육 지원 사업비가 17억 3400만원으로 올해 대비 7100만원(3.92%), 여성장애인 출산비용 지원사업이 7억7900만원으로 올해 대비 1억8천만원(18.8%) 삭감됐다. 

또한 제주 해녀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김한규 민주당 국회의원실에 따르면 국가중요어업유산 축제 개최, 국가중요어업유산 보전·활용 고도화사업 등 제주 해녀와 관련한 예산 17억3천만원이 모두 삭감됐다. 제주 해녀문화는 지난 2016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선정된 바 있음에도, 가차없이 칼질을 당한 셈이다.

이렇게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예산들이 대폭 삭감됐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긴축재정에도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고 전세계에 거짓말을 한 셈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현지순방 동행취재진에게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을 '약자복지의 글로벌 비전'이라고 요약해 빈축을 사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만 65세 이상 대상)를 6만1천개 줄이기로 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환경미화,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지킴이, 금연구역 지킴이 등 강도가 낮은 유형의 일자리이며 한 달 30시간 정도 근무하고 27만원 가량을 수령한다.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인데, 이런 최소한의 '용돈벌이'마저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공공형 노인 일자리(만 65세 이상 대상)를 6만1천개 줄이기로 했다. 공공형 노인 일자리는 환경미화, 초등학교 등굣길 안전지킴이, 금연구역 지킴이 등 강도가 낮은 유형의 일자리이며 한 달 30시간 정도 근무하고 27만원 가량을 수령한다. OECD 국가들 중 노인빈곤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한국인데, 이런 최소한의 '용돈벌이'마저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예산들은 줄줄이 삭감했지만, 정작 재벌그룹들이 내는 '법인세'를 깎고 상속한도와 범위도 확대하는 등 전면적인 '부자감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 시절 실패로 드러난 '낙수효과'를 반복하고 있는 것인데, 정작 재벌그룹들은 깎인 세금으로 국내 일자리를 늘리는데 소극적이다. 

또 윤석열 정부는 멀쩡한 청와대를 두고 '용산 집무실 이전'을 강행하면서 세금을 물쓰듯 쓰고 있다. 인수위 시절엔 당초 500억이면 집무실 이전이 문제없다고 강변했으나, 국방부 청사나 외교부 공관 등이 잇달아 이전하게 되면서 추가 예산이 계속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즉 '용산 집무실 이전' 비용은 수천억원은 물론 조 단위의 예산이 소요될 것은 확실시된다.

최소한 윤석열 정부가 집무실 이전 강행만 안 했어도,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예산 상당수가 깎이지 않았을 것이다. 즉 '사회적 약자 복지' 대신 '대통령 복지'에 치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질타를 피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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