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한다.

공격하면 반드시 빼앗는 것은 지키지 않는 곳을 공격하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허실편 虛實篇」.)

이것은 ‘시형법(示形法)’의 하나로서, 주도권을 쟁취하는 계략이다. 적이 방어하지 않거나 방어가 튼튼하지 못한 곳을 공격하여 손에 넣는다.  공‧수는 대립되는 양극이다. 내가 공격하면 상대는 수비하고, 내가 수비하면 상대는 공격한다. 손자는 ‘반드시 다투어야 할 곳’은 공격만으로 얻을 수 없다 하더라도 꼭 얻어야 하고, 굳이 사수할 필요가 없더라도 잃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언뜻 모순된 주장 같지만 거기에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깊은 이치가 내포되어 있다.

위의 관건은 계란에 돌을 던지듯, 적의 요충지나 빈틈을 공격하는 데 있다. 적과 나 쌍방이 꼭 차지해야 하는 ‘쟁지(爭地)’를 적이 먼저 차지했다면 적은 분명 많은 군사를 배치하여 요충지를 튼튼하게 지킬 것이므로 섣불리 공격할 수 없다. 그런 곳은 자꾸 공격해봤자 손해만 본다. 또 오래 공격할 수도 없고, 공략하여 차지하더라도 얻는 것 보다는 잃는 것이 많은 곳이다. 이런 경우에는 군대를 나누고 날랜 병사들을 ‘쟁지’ 밖으로 내보내 ‘호랑이를 산에서 이끌어 내는’ ‘조호이산(調虎離山)’의 계략을 펼침으로써, 적이 포기할 수 없는 또 다른 중요한 거점을 공격한다. 그런 다음 ‘쟁지’의 빈틈을 타서 숨겨둔 병사로 하여금 재차 습격을 가하게 한다.

반대로 이러한 ‘쟁지’에서는 적도 있는 힘을 다해 맹공을 퍼부을 것이므로, 내 쪽에서는 각종 방법으로 적의 주의력을 다른 곳으로 돌려 ‘쟁지’를 끝내 내 손아귀에 넣도록 한다. 이는 마치 손자가 “따라서 공격을 잘하는 자는 내가 공격할 곳을 적이 알지 못하게 하며, 수비를 잘 하는 자는 적이 공격할 곳을 모르게 한다.”고 한 손자의 말과 같다.
공격을 잘하는 자가 공격하면 적은 어디를 지켜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방어를 잘하는 자가 지키면 적은 어디를 공격해야 할지 모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조조는 간단명료하게 해설했다. “모습을 누설하지 않았다(情不泄也)” 어떤 상황인지 적이 나의 허실(虛實)을 모르니 방어도 공격도 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당신이 진격할 때 적은 당신이 어디를 공격할지 모르니까 어떻게 방어해야 할지 모른다. 그런데 겨우 어떻게 알아내어 대비를 했는데 하필이면 또 당신의 성동격서(聲東擊西)나 ‘조호이산‘전술에 말려드는 것이다.

당신이 방어할 때 적은 당신의 어디가 허(虛)하고 어디가 실(實)한지 알 수 없으니 공격 계획을 세울 수 없다. 그런데 겨우 어떻게 알아내어 허점을 공격했다는데 하필이면 또 매복 작전에 걸려드는 식이다.

이것이 허실의 전쟁이다. 승리하려면 실한 곳을 피하고 허한 곳을 쳐야한다. 적이 당신의 허한 곳을 찾지 못하다가 마침 찾았다 싶어 공격했는데 하필이면 당신의 가장 실한 곳을 치게끔 하는 것이다. 역으로 당신이 적을 공격할 때는 어떻게 해서든 적을 흔들어 허점을 드러나게 한 뒤 한 번에 무너뜨려야 한다. 이런 식으로 작전을 전개하면 당신은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고 승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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