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에 기습한다.

용병이란 적을 속이는 궤도(詭道)이다. 적의 방비 없는 곳을 공격하고 적이 생각하지 못한 곳을 노려야 한다. 이는 용병가가 실전에 대처하여 승리하기 위한 기계(奇計)의 전략이므로, 사전에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

이 계략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적의 ‘사유(思惟)의 빈틈’을 움켜쥘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내 쪽의 어떤 행동이 적의 예상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예상 밖의 행동을 창출해 낼 수 없다. 적의 예상에서 벗어나려면 일반적인 규칙‧법‧상식을 뛰어넘거나 벗어나야 한다.

이소(李愬)가 눈 내린 야밤을 틈타 채주(蔡州)를 기습한 것은 적이 예상치 못한 시기를 정확하게 선택한 것이었다.

한신이 밤을 이용하여 진창(陳倉)을 건넌 것은 적이 예기치 못한 길을 정확하게 선택한 경우이다.

제3차 중동 전쟁에서 이집트 공군은 처음 공격을 받은 후 서둘러 남은 폭격기들을 이스라엘에서 9백 킬로미터 덜어진 룩소르와 바나스 비행장으로 옮겼다. 이 거리는 이스라엘 비행기의 작전 지역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집트 군은 이 점을 믿고 경계를 소홀히 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공군은 전통적인 작전 원칙을 뒤집었다. 작전 반경이 가장 큰 ‘콘돌’ 비행기를 골라 가장 유리한 속도와 고도를 유지한 다음 엔진 하나를 끄고 단발 비행을 유지하다가 이집트 비행장에 접근하여 전속력으로 기습 공격을 가했다. 이스라엘로부터 9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집트 비행장은 또 한 번 불의의 기습을 받아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1982년, 일어난 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대공 유도탄 기지를 공격하면서 사람이 타지 않은 비행기로 레이더 계기와 유도탄 발사를 유도했다. 그런 다음 폭격기로 정신없이 상대를 혼란시켜, 시리아의 레이더와 유도탄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이어서 폭격기들이 맹공을 퍼부어, 단 6분만에 시리아 대공 유도탄 기지는 쑥밭이 되고 말았다.

진나라가 망한 뒤 한의 유방이 초의 항우와 천하를 다투다가 항우의 힘에 밀려 일시 한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한중은 대륙의 중심부에서 떨어진 지금의 사천성 일대로서, 높은 산과 계곡으로 중원과 차단된 험준한 지역이다. 이곳은 예로부터 길이 없어서 잔도라는 사닥다리를 타고 왕래하였다.

유방은 한중에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한 옹왕 장감의 침략을 방지하는 동시에, 항우에게는 중원으로 진출할 의사가 없음을 보이기위해 장량의 계책을 받아들여 잔도를 불살라버렸다. 그리고 몇 년간 한중에서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서기206년, 유방은 중원의 항우와 자웅을 겨루기 위해 출병했다. 항우를 속이기 위해 대장 한신을 보내 잔도를 수리하는 체 하면서 주력부대는 몰래 소로로 우회하여 진창으로 진격하였다. 불시에 장감을 기습하여 격파하고 삼진(三秦) 지역을 평정하여 중원진출의 교두보로 삼는데 성공했다. 따라서 명수잔도(明修棧道-드러내 놓고 잔도를 수리함)와 암도진창(暗渡陳倉-몰래 진창으로 건너가다)은 짝이 되는 말이기도 하다.

암도진창은 우회 공격법이요, 그 양상은 양동작전의 성격을 뛰고 있다. 명(明)과 암(暗)이 상징하는 것처럼 기정(奇正)을 교묘하게 배합하여 승리로 이끄는 계책이다. 기와 정은 고대 용병술의 기본이 되는 것으로서 정은 정규전, 기는 기습작전이나 기만작전을 말한다.

싸움에는 기와 정 어느 하나에만 의존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정규전만으로 적을 물리치겠다는 것은 어리석고, 기만‧기습전으로 승리를 얻겠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정규전만 운용할 경우 적의기만‧기습전으로 패할 것이며, 기만‧기습전만 쓰고 정규전을 치를 능력이 없으면 적을 잠시 괴롭힐 수는 있어도 궁극적인 승리는 얻지 못한다. 그래서 손자는 ‘모름지기 싸움이란 정규전으로 적과 마주치고 기만‧기습전으로 승리한다’고 하였고, 기정의 변화는 무궁하기가 천지와 같고 고갈되지 않기가 강물과 같다고 하였다. 즉, 정과 기를 적절히 배합하여 변화의 묘를 꾀하면 무수히 많은 계책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싸움을 잘하는 장수가 되자면 기정을 적절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원리를 활용하되 교본에 나온 방법대로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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