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랑 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가
이정랑 논설위원, 중국고전 평론가

이 계략은 ‘가짜를 보여 진짜를 감춘다.’는 ‘시가은진(示假隱眞)’과 같은 ‘시형법’에 속하지만, ‘시가은진’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의미를 강조하는 계략이다. 전쟁을 벌이고 있는 당사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상(假像)’을 만들어내어 자기 쪽의 진정한 의도를 감추려 한다.

1947년 겨울, 등소평(鄧小平)이 이끄는 군대는 황하 북안에 당도했다. 황하 남안에 주둔하고 있던 국민당 군대의 불침 병은 야간에 탐조등을 비추다가 북안 수면 위에 쇠 투구를 눌러쓴 병사들이 소리 없이 남안 쪽으로 헤엄쳐 오는 것을 발견했다. 국민당 군의 지휘관은 병사들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

“공산군의 도하 부대가 사정권 내에 들어오면 대포를 발사해서 적을 황하 속에 모조리 수장시켜 버려라!”

도하 부대는 점점 남안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윽고 발포 명령이 떨어지자 일제히 총과 대포가 발사되었다. 강 위로 쇠 투구가 튀어 오르고 선혈이 순식간에 강을 붉게 물들였다.

그런데 갑자기 국민당 군대의 등 뒤에서 격렬한 총소리가 들려왔다. 국민당 군대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실제 상황은 이렇게 된 것이었다. 공산군의 주력은 일찌감치 밤을 틈타 상류에서 배와 뗏목으로 황하를 건너와 기다리고 있다가 등 뒤에서 공격을 가한 것이다. 이 전투에서 공산군은 적장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렸다.

도하 부대란 사실 표주박 위에 쇠 투구를 묶은 다음 그 안에 붉은 물감을 가득 채운 돼지 오줌보를 매달아 놓은 것이었다. 그리고 표주박 위에는 돼지 창자를 매달아 연결시켰다. 이 ‘이가난진’의 계략을 알고 난 포로들은 놀라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고 한다.

‘이가난진’을 실행에 옮기려면 먼저 모든 가능한 조건을 이용,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여 적을 착각에 빠뜨려야 한다. 그런 다음 ‘진짜’로 진짜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만약 진짜 같지 않으면 적이 그 허점을 역이용하게 되어 심각한 곤경에 처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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