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다리

▲ 김덕권 전 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왜 우리는 종교를 믿는 것일까요? 천당과 극락에 가기 위해서 종교를 믿는 것이 아닙니다. 종교를 믿는 이유와 목적은 진리를 깨닫기 위한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바른 종교생활이라고 할 수가 없지요. 진리를 깨닫지 못한다면, 아무리 종교를 열심히 믿어도 초등학교 과정만 수십 년 다니며 허송세월을 보내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은 종교를 통해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참자유가 어떤 것인지를 바로 알아서 자기 발전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종교에서 소원성취만을 비는 기복적인 신행생활에 집착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거기에 빠져서 끝끝내 그것이 종교생활의 전부인 줄 알고 한평생을 허비하는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종교를 통해 진리를 깨달은 분을 우리는 성인(聖人)이라 하고 현인(賢人)이라고 부릅니다, 원불교에서는 성인을 ‘대각여래(大覺如來)’라 부릅니다. 대각 여래위에 오른 성인은 대자대비로 일체생령을 제도하되 만능이 겸비하며, 천만방편으로 수기응변(隨機應變)하여 교화(敎化)하되 대의에 어긋남이 없습니다. 그리고 교화 받는 사람으로서 그 방편(方便)을 알지 못하게 하며, 동(動)하여도 분별에 착(着)이 없고, 정(靜)하여도 그 분별이 절도에 맞는 사람인 것입니다.

역사상 세계 여러 종교에서는 종교인들이 대중의 지지와 공적인 선포를 통해 성인으로 추증되었습니다. BC 6세기 공자가 세운 유교(儒敎)에서 성인의 경지는 몇몇 이상적인 ‘초기 성군(聖群)들’의 삶에서 가장 잘 드러난 윤리적 완성의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또한 BC 6세기 일어난 도교(道敎)에서는 성인의 상태를 좀 더 신비스럽게 설정하여 자연의 도를 받아들이는 사람으로 보았지요.

소승불교(小乘佛敎)에서는 열반(涅槃)의 경지에 이른 ‘아라한(阿羅漢)’을 성인으로 보았습니다. 이와 대조적으로 대승불교(大乘佛敎)에서는 모든 사람이 부처, 즉 성인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 때문에 진리를 깨달은 사람을 보살(菩薩)이라고 하며, 이들을 성인으로 추앙합니다.

유태교의 <구약성서〉에서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선택된 모든 이스라엘 사람을 성인으로 불렀고, 예수교의〈신약성서〉에서는 그리스도교회 구성원에게 성인 또는 성도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6세기부터는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숭배를 받는 죽은 신자들에게 특별히 붙이는 영예로운 칭호가 되었지요.

그럼 현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어진사람. 덕행의 뛰어남이 성인(聖人)다음 가는 사람을 현인이라 부릅니다,《법구경(法句經)》에서는「내 허물을 가려 꾸짖어 주는 현인을 믿고 따라가라. 그는 보물이 묻혀 있는 땅으로 가난한 나를 이끌어 주는 위대한 은인이다.」라고 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우리도 성인은 못 되더라도 현인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만인의 스승이 되고 중생을 제도(濟度)할 능력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이라면 예수 같은 성인이 되고 싶은 꿈을 꾸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불교신자들은 석가모니 같은 성인이 되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물론 우리 원불교인들은 소태산(少太山) 부처님 같은 성인이 되고 싶지요.

다른 종교와는 달리 우리 원불교는 성인이 되고 현인이 되는 ‘법의 사다리’가 있습니다. 수행인(隨行人)의 법위(法位)를 여섯 등급으로 나눈 것이지요. 말하자면 중생세계로부터 출발하여 대각여래위에 도달하는 수행의 과정을 여섯 계단으로 나눈 것입니다.

법위등급은 원불교의 인격평가의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법위등급이 높을수록 수행을 잘한 것이요, 훌륭한 인격자이며, 소태산 부처님의 참 제자가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원불교에서는 어떠한 사람이든 법위등급을 표준해서 수행 정진하면 반드시 성불제중의 공덕을 얻을 수 있습니다.

첫째, 보통급(普通級)입니다.

누구나 처음 입교하여 법명증과 보통급 십계문과 사종의무를 받은 사람을 말합니다. 처음 입교하는 사람은 남녀노소, 선악귀천, 유 무식을 막론하고 보통급에 해당됩니다.

둘째, 특신급(特信級)입니다.

보통급 십계 문을 다 지키고, 특신급 십계 문을 받아 지키는 것입니다. 원불교의 교리와 각종 법규를 대강 이해하고, 모든 사업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곳으로 흐르지 않습니다.

셋째, 법마상전급(法魔相戰級)입니다.

법마상전급 공부는 마음속 깊이 법과 마(魔), 정(正)과 사(邪)가 치열하게 싸우기 때문에 고전(苦戰)합니다. 그러나 법과 마가 반수 이상 승리하는 위입니다.

넷째, 법강항마위(法强降魔位)입니다.

법력이 강해서 사와 마(邪魔)를 항복받을만한 힘이 있는 위입니다. 중생세계를 벗어나 불보살 세계로 들어가기 시작하는 초성인(初聖人)의 경지이지요.

다섯째, 출가위(出家位)입니다.

진리를 확철대오(廓徹大悟) 하게 되고 이무애(理无碍) 사무애(事無碍)의 경지를 얻게 됩니다. 그야말로 시방일가 사생일신의 경지를 얻게 되는 것이지요.

여섯째, 대각여래위(大覺如來位)입니다.

원불교 법위 등급의 최고 단계에 도달한 사람입니다. 원불교가 목적하는 최고 경지의 인격자이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최대의 이상적인 인격자인 것입니다.

대각여래위의 성인은 사생자부(四生慈父) · 삼계도사(三界導師)가 됩니다. 대각여래위의 성인은 무위이화(無爲而化)로 일체중생을 제도합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기에는 보통사람과 별로 다를 것이 없지요. 아무런 능력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능하지 못한 것이 없고, 아무런 재주도 없는 것 같으나 한량없는 재주를 가집니다.

어차피 종교의 문에 들었으면 중생으로는 살아가기는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생에 못 오르면 내생 아니 수 천생을 걸려서라도 이 법의 사다리를 올라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대각여래위의 성인이 되면 얼마나 좋을 까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9월 22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 본 내용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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