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군부세력이 '특권집단'이자 진짜 살아있는 권력이었다면, 지금 그 권력은 어디로 넘어갔을까?
군사반란-학살자에게 '충성' 바쳤던 자나, 대놓고 '면죄부' 쥐어줬던 사람이나 '출세' 가도 달렸던 건 마찬가지
사회의 돈줄을 쥐고 있는 세력, 그리고 뒷받침해주는 법조 검찰세력, 여론 형성하는 언론 세력 '똘똘' 뭉쳐
'윤석열'이라는 개인을 넘어, '요술방망이' 쥔 세력들에 대한 전면적 '대수술' 없이는 이런 사태는 반복된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5.18 고소·고발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지검 공안1부(장윤석 부장검사)는 18일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포함해 이 사건 피의자 58명 전원에 대해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렸다. 검찰의 이런 결정은 80년 당시 각종 불법적인 조처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세력에 대해 '문민정부'의 검찰이 사실상 면죄부를 발부해주었을 뿐아니라, 법실증주의 이론에 기대어 검찰 스스로 잘못된 과거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할 자격과 의지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어서 정치·사회적으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은 이날 발표문에서 '정치적 변혁의 주도세력이 새로운 정권 창출에 성공하여 국민의 심판을 받아 새로운 헌정질서를 수립한 경우 법적효력을 다투거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고 결국 사법심사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학계에서 유력하다'면서 '이 사건 관련자들의 행위가 구체적으로 내란죄 등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형식판단 우선 법리에 따라 전원 공소권 없음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1995년 7월 19일자 한겨레 인용)
12.12 군사반란 그리고 5.18 광주항쟁 유혈진압 등으로 정권을 탈취한 전두환 그리고 노태우, 이들의 군사정권이 끝나고 문민정부(김영삼 정부)가 출범하면서 이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는 그런 기대와는 달리 소극적인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에 시민사회는 서울지방검찰청에 전두환·노태우 등 군사반란 가담자들을 대거 고소·고발했다. 그런데 1995년 7월 18일 서울중앙지검에서 내놓은 반응은 위와 같았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발표한 것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했던 이는 장윤석 당시 부장검사였다.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수많은 무고한 시민들을 학살한 중범죄자들에게 대놓고 '면죄부'를 준 것이었다. 이로 인해 그는 엄청난 비난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얼마 뒤엔 5.18 관련 단체들에 의해 직무유기 혐의로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장윤석 검사는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자신의 인사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며 검찰 조직을 떠났고, 이듬해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이후 18대, 19대 연속으로 금뱃지를 달며 3선 의원 자리에까지 올랐다. 물론 그 뿐만이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 정권에 충성을 바쳤던, 검찰 조직 인사 상당수가 정계에 입문해 금뱃지를 달곤 했으니.
그의 이같은 결정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회자되곤 한다. 검찰 조직이 얼마나 썩어있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중앙정보부와 안기부가 모든 일을 다 해치웠기에, 검찰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조직이었으나 민주화 이후로 가장 주목받는 조직이 되었다.
그들이 진짜 '살아있는 권력'엔 얼마나 관대한지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하겠다. 당시엔 이미 군사정권이 퍼뜨린 네트워크가 한국 사회 곳곳을 이미 장악하고 있었으니, 전두환같은 군사 독재자가 퇴임 이후에도 '진짜 살아있던 권력'으로 대접받고 있었던 거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런 해괴한 논리는 시민들의 생각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쳤다. 공부만 잘하면, 혹은 돈만 많으면 인성적으로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있어도 괜찮다라는 인식까지 만들어냈다고 본다. 이는 IMF 경제위기 이후 약육강식의 사회가 진행되면서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두환과 노태우, 그리고 그 측근들은 이후 여론의 질타에 의해 기소되어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17년 등을 선고받았으나, 모두 구속 2년여만에 특사로 풀려나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았다.
이같은 억지논리로 전두환·노태우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발언은 검찰 역사살 가장 치욕적인 장면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의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검사세력이 언론의 힘까지 빌려 '집단 저항'을 이어가고 있는 데 대해 "점입가경"이라고 지적한 뒤, "국민 입장에서는 예전 군부나 지금의 검찰은 하나의 전문관료 집단"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마치 절대자유를 누려야 할 특권집단으로 남아있었고 그 관성 하에서 권력을 누리려 합니다. 자신들의 특권과 이해를 정치적 중립과 독립으로 가장해 민주적 통제를 거부하려 합니다. 예전 군부에 그랬듯이 대한민국 민주공화정의 수준이 특권집단으로서의 검찰의 존속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는 단계에 와있다는 것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검찰개혁의 도도한 물길을 더 이상 되돌릴 수 없습니다. 어떠한 저항에도 검찰개혁을 반드시 해낼 것입니다."
과거엔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한 군부세력이 '특권집단'이자 진짜 살아있는 권력이었다면, 최근엔 이것이 나눠졌다고 하겠다. 변상욱 앵커의 지적대로 사회의 돈줄을 쥐고 있는 세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법조 검찰세력, 그리고 그것을 엮어낼 수 있는 윤활유 역할을 하는 언론 세력이 똘똘 뭉쳐있는 상황이다. 절대 이들은 기존에 쥔 기득권을 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니 개혁 움직임에 그토록 저항하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진짜 살아있는 권력은 문재인 정부도 더불어민주당도 아닌 상황인 것이다. 이들의 임기는 '유한'한데다 돈을 쥐고 있는 세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검찰과 언론으로 인해 미친 듯이 들쑤시기 당한 것처럼, 늘 공격당하는 입장에 놓인 것이다.
과거의 장윤석 전 의원처럼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한 25년전의 검사 집단 그리고 윤석열 총장 휘하의 현 검사 집단을 비교할 때 어느 쪽의 문제가 더 심각할까? 25년 전보다 현재의 검찰은 더한 권력을 누리고 있다. 벌어진 상황은 사실 '윤석열 총장' 개인의 문제라고 하기 힘들다. 검찰조직에 대한 전면적 대수술(그들의 요술방망이인 수사권-기소권 등에 대한 제한) 없이는 윤석열 총장과 같은 인물들은 언제든지 또 전면에 튀어나올 수 있다.
검찰개혁이 그토록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에는 앞서 언급했듯 사회의 돈줄을 쥐고 있는 세력, 그리고 언론이 뒷받침을 해주고 있어서다. 사실 정권을 끌어내리는 것보다 더 힘든 과제가 이것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절대로 조금이라도 느슨한 인식을 가질 수도 없고, 우유부단한 태도를 가져서도 안 되는 것이다. '검찰개혁'이나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 관련 시늉만 하는 정치인들도 적극 경계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번 기회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모든 사회개혁 과제들은 영영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입맛을 맞춰줄 과거의 군사독재정권이나 이명박-박근혜 정권같은 정권이 또 들어설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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