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산불' '경유값 2천원대' 폭등에도 반려견 사진, 언론들의 경쟁적 '받아쓰기'도 큰 문제
[서울=뉴스프리존] 고승은 기자 = 주말인 29일 상당수 언론을 장식한 사진 한 장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반려견과 함께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앞 잔디마당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그러나 사진이 찍힌 당일(28일)엔 경북 울진에서 일어난 산불이 확산중이었던 시각이었고, 경유 1리터랑 2천원을 넘기는 유가폭등으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화물운수 노동자들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었다.
29일 김건희 여사의 페이스북 팬페이지인 '건희사랑(희사모)'에는 대통령 부부가 대통령 집무실에 앉아있거나 잔디마당에서 반려견들의 뛰어노는 모습이 담긴 사진 4장이 게시됐다. 해당 사진은 지난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퇴근한 후 찍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넥타이 없이 윗단추를 푼 채 편한 자세로 잔디밭에 앉은 모습이다. 김건희 여사는 흰 면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윤석열 대통령 옆에 앉아 반려견을 바라보고 있다. 또 그 전날인 27일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포함됐는데, 이들 부부가 반려견을 안은 채 집무실 의자에 앉아 카메라를 응시한 모습이다.
해당 사진이 촬영된 당일엔 경북 울진군에서 산불이 번지던 중이었다. 당일 윤석열 대통령은 '산림청, 소방청 및 경상북도 등에 산불 진화와 주민 일상 복귀 지원을 지시했다'고 강인선 대변인이 서면브리핑으로 밝혔다.
그러나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과거 공언과는 전면 대조를 이룬다. 그는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3월 4일 밤 10시 40분, 경북 울진군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당시 주민들이 대피한 이재민보호소를 찾아 이들을 위로했다. 그는 당시 주민들에게 "청와대에 있더라도 산불이 나면 헬기라도 타고 와야죠"라고 했다. 이처럼 대선후보 때 발언과 대통령 취임 이후 행동은 정반대인 것이다.
이번 울진 산불은 발생한지 만 하루 만인 29일 오전 11시 40분경 진화됐고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축구장 2백여개 크기인 145만 제곱미터의 임야가 타고 야산과 가까운 민간시설물 9개 동이 불에 탔다.
또 울진 산불이 발생한 당일인 28일 오후엔 화물운수 노동자들이 유가폭등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이날 서울 중구 숭례문 앞에서 "유가폭등으로 인해 경유가는 리터당 2천원을 넘어섰는데 정부의 대책은 생색내기용에 지나지 않는다"며 운송료 인상과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했다.
해당 집회에는 약 1만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고, 노조 측은 다음달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약 반년 전인 지난해 11월에 비하면 경유값이 1리터당 약 400원 가량이나 올랐으며, 이는 운송비에도 부담을 주기에 물가 상승에도 바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p 올라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즉 이처럼 산불이라는 비상사태와 경유값 폭등 그리고 물가 상승이라는 민생 상황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보이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또 이를 경쟁적으로 '받아쓰기'하는 언론들이나 비판 대상에 오를만한 이유다.
이를 두고 황희두 노무현재단 이사는 29일 SNS에 "울진 산불 확산에 경유값은 리터당 2천원을 넘겨 1만2천명이나 집회를 하는 상황에 한가하게 나들이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를 어떻게 봐야 할까"라고 개탄했다.
황희두 이사는 언론을 향해서도 "심각한 문제는 외면하고, 저런 나들이 소식을 비판은커녕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며 "비판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라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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