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행하는 영어 통해 문화를 읽자.

▲ 이인권 뉴스프리존 논설위원장

언어는 문화를 담아내고 문화는 언어를 반영 한다. 로젠블라트는 '문화는 인간이 생각하고, 행동하고, 언어로 소통하는 그 자체'라고 했다. 그래서 문화는 인간을 다른 동물체와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한 마디로 문화는 곧 언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문화는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기록, 보존, 전승되기 때문이다. 문화가 언어를 통해 유지되면서 동시에 언어 자체가 바로 문화가 된다. 

언어를 살펴보면 한 집단이나 한 시대의 문화를 파악할 수가 있는 법이다. 요즘 시대의 문화가 배어있는 영어의 몇 가지 ‘유행어’(Buzz Word)들을 살펴본다.

◇ conscious uncoupling : 남녀가 결혼이나 서로 사랑하는 과정에서 둘이가 친구로 남는 것이 그들의 미래 인생을 위해 긍정적이라는 믿음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것을 일컫는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중년 이후의 ‘졸혼’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관계’는 'relationship'이다. 이 단어를 기초로 다양한 환경과 여건에 따라 서로 친분이나 사랑의 관계를 맺는 경우를 표현하는 유행어들이 있다. 거주지역이나 직장이나 활동의 물리적인 공간이 가까워 서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locationship'이라 한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알게 된 사이나, 사무실이 같거나, 이웃집으로 이사를 오거나, 취미생활을 같이 하는 경우다.

그런가 하면 휴가나 여행 중에 함께 있게 되면서 서로를 알게 되어 교분을 갖게 되는 경우는 세부적으로 표현해 'vacationship'이라 한다. 요즘처럼 인터넷이나 SNS, 또는 즉석 만남(speed-dating)이 유행하는 시대에는 깊이 교제를 않더라도 그때그때 “한바탕 즐기는 관계”를 의미하는 'flirtationship' 도 있다. 이 말에는 온.오프 라인에서 남녀가 우연히 만나 관계를 맺는다는 연정(戀情)의 뉘앙스를 담고 있다.

◇ motherism : 한국의 대부분 기성세대들은 결혼을 하면 남자가 직장생활이나 사업을 하면서 생활을 꾸려가는 데 필요한 수입을 전담하였다. 반면에 여자들은 살림과 양육을 도맡는 역할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태가 변해 신진세대들은 맞벌이 부부가 일반적인 생활양태가 되어 있다. 생활수준이 높아져 경제적인 필요도 있는데다 남녀 평등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추세가 되다보니 일과 가사를 분담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대세가 되었다.

이런 추세에서 직장을 갖지 않고 집에서 아이들만 기르는 '전업주부'(stay-at-home mothers) 여성들에 대해 편견을 갖거나 경시하는 현상을 일컬어 'motherism'(전업주부에 대한 편견이나 경시)이라 한다. 그런 사람을 가리켜 'motherist'라 한다.

어떤 주의나 사상과 철학을 나타나는 말로 접미어 '-ism'을 붙여 새로운 유행어가 탄생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feminism'(여성주의), ’rawism'(생식주의), '독신주의‘(singlism)가 있다.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각각 feminist, rawist, singlist라 한다. 한편 경제침체나 불황기에 정부 지출을 삭감하며 적자를 줄이는 정책기조를 'austerianism'(긴축주의)라 한다.

◇ lifelogging : 휴대용 카메라나 스마트폰과 같은 여러 가지 디지털 기기들을 지니고 다니면서 개인의 일상생활을 계속 추적해 기록하는 행위를 말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첨단 휴대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대중화 되어 있는 현대생활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일상생활 기록자’(lifelogger)라고 할 수 있다.

개인들이 소소한 일상들을 이미지나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저장 보관하기도 하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과 같은 SNS에 올려 공유하는 하는 것이 일종의 사회적 교류가 되고 있다.

말하자면 옛적의 오프라인 사진앨범에 대한 21세기 첨단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개인 사진자료집 곧 아카이브(archive)인 셈이다. 이러한 디지털 생활기록의 lifelogging 유행어가 생겨난 것은 1990년대 후반 미국 컴퓨터 엔지니어이자 마이크로소프트사 연구원이었던 고든 벨이 센스캠(SenseCam)이라는 카메라로 자신의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면서부터다.

◇ tiger mother/tiger mom : ‘자녀들이 오직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만들며 자유시간을 철저하게 통제해 계속 최고의 점수를 올리도록 요구하는 까다로운 엄마’를 말한다. 이러한 신념을 갖고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을 tiger mothering'이라 한다.

이런 가치관을 갖는 어머니들은 언제나 자녀가 최고 등수가 아니면 용납이 안 되며 최고의 우등생 그룹에 끼여야 직성이 풀리는 엄격한 기준을 정해놓고 있다. 이러한 풍조는 아시아권 국가의 학부모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강남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의 주된 원인은 자녀교육을 위해 이른바 ‘학세권’이라는 강남지역으로 몰리는 학부모들 때문이다. 곧 tiger mothering 의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비해 서양 학부모들의 교육철학은 다르다. 그들은 학업성적보다도 자녀들의 정신자세(psyche)를 더 중시하며 자녀들의 행복감과 자존감(self-esteem)에 더 교육적 관심을 쏟는다.

◇ nanobreak : 집을 떠나 하루 밤을 보내며 쉬다 오는 '초미니 휴가'라는 의미다. 그런데 1박 2일의 여행이 초미니 휴가라고 하기에는 우리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한국 사람들에게는 토-일 이틀 동안 주말에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하기사 패션에 민감한 젊은 세대들은 주말에 1박 2일 일정으로 명품을 사기 위해 홍콩을 다녀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서양의 기준으로는 그것이 아주 짧은 휴가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들은 사회문화가 주말에는 통상 가족들과 집에서 대화하며 소중한 시간(quality time)을 즐기는 것이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영어가 사용되는 서구권에서는 2~3일 정도의 휴가를 ‘짧은 휴가’(minibreak)로 여기니 1박2일 정도는 초미니에 해당하는가 보다. 우리는 당일치기 여행도 많은데 말이다.

서양인들은 '바람 좀 쐬려 잠깐 다녀오는 여행'(to get away from it all)이 경제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휴가 기간 중에 집에 있으면서 집 가까운 데만 들러보는 '방콕'을 'staycation'이라 한다. 당일치기 여행을 'daycation', 가족이나 친구들과 보내거나 부모님을 찾아뵙는 휴식을 'paliday'라 한다. 또한 갓 결혼한 부부가 절약을 위해 간단히 저렴하게 떠나는 신혼여행은 'minimoon'(minibreak와 honeymoon의 합성어)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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