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이제는 180도 다른 태도가 놀랍지도 않다. 원래 언론이 그런 거니까 그러려니 해야 하나"
홍익표 '귀태' 양승조 '전철' 발언에 언론은 경쟁적으로 '망언' '파문' 중계하더니, 어버이연합은 '화형'식까지
"홍익표 발언 당시, 거의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비판이 대부분이었는데", 결국 대변인직 사퇴
"‘박근혜 정권 방송’으로 빛 봤던(당시 MBC 뉴스데스크 앵커) 배현진, 다시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이제는 일부 언론의 180도 다른 태도가 놀랍지도 않습니다. 2013년 홍익표 원내 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에 대해서 일부 언론들은 정말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난리였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종편 방송 주제가 홍익표 원내 대변인의 발언이었습니다. 거의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발언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게 불과 몇 년 전 일입니다. 그런데, 2020년 21대 국회 배현진 의원의 귀태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 기사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여러 개의 기사 본문 내용을 아무리 찾아봐도 살짝이라도 발언을 문제 삼는 내용을 찾기가 힘듭니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8일 페이스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귀태'라는 표현을 썼다가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 그의 발언을 문제삼는 언론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배현진 의원은 8일 페이스북에 “지금 이순간 온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가장한 귀태, 바로 문재인 정권”이라며 “국민을 현혹해 제 배만 불리는 이 혁명세력은 정권으로 탄생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강변했다.
과거 '귀태'라는 표현은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시 당 원내대변인 겸직)이 박근혜 정권 당시 썼던 적이 있다. 홍익표 의원은 당시 논평에서 <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라는 책을 인용하며 "책에 '귀태'라는 표현이 있다.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이 태어났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익표 의원은 “일본제국주의가 세운 만주국의 귀태 박정희와 기시 노부스케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귀태의 후손들이 한국과 일본의 정상으로 있다”며 박근혜와 아베 전 총리를 직격했다.
기시 노부스케는 일제의 괴뢰국이었던 만주국의 경제를 담당한 바 있으며, A급 전범으로도 꼽힌다. 태평양 전쟁 후 일본에서 총리도 지냈으며 오랜 세월 일본 정계의 실세였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외조부로도 유명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도 잘 알려졌다시피, 혈서를 쓰고 일본군에 입대하여 만주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당시 7년여전 '귀태'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는 어떠했을까? 당시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에선 홍익표 의원의 발언 취소와 함께, 당시 민주당 당대표였던 김한길 전 의원을 향해 공식 사과를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새누리당 사무총장이었던 홍문종 전 의원은 "정신나간 사람 아니냐"라고 홍 의원을 맹비난하기까지 했다. 새누리당은 당시 모든 국회일정까지 거부했다. 언론들도 상당수가 귀태 발언에 대해 '망언' '파문'으로 표현하며 홍익표 의원을 집중 공격했다.
또한 당시 어버이연합은 민주당사 앞에서 화형식 퍼포먼스까지 벌이며 홍 의원을 비난했다.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도 “폭언이고 망언이었다. 국민과 대통령께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릴 높였다. 언론의 집중공격을 받은 홍익표 의원은 대변인직에서 결국 물러났다.
이렇게 경고성 표현을 문제삼은 사례는 얼마 뒤 또 있었다. 그해 12월 양승조 현 충남지사(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자 국회의원)는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라는 무기로 공안통치와 유신통치를 했지만, 자신이 만든 무기에 의해 자신이 암살당하는 비극적 결과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지적하며 박근혜를 향해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에서는 양승조 당시 의원을 향해 "의원직에서 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며 징계안까지 국회에 제출했다. 어버이연합도 역시 양승조 의원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언론에서도 역시 '파문 확산'이라고 표현하는 등 당시 박근혜 정권에 적극 힘을 실어줬다. 특히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어 살인과 같다. 이것은 국기문란이고 그 자체가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 위해를 선동 조장하는 무서운 테러"라고 격분하기도 했다.
7년전에는 국가가 뒤집힐 듯이 떠들썩하던 언론들이 이번 배현진 의원의 '귀태' 발언에 대해선 굉장히 반응이 미지근하다. 이에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제는 일부 언론의 180도 다른 태도가 놀랍지도 않다. 2013년 홍익표 원내 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에 대해서 일부 언론들은 정말 세상이 끝난 것처럼 난리였다. 거의 대부분의 종편 방송 주제가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발언이었다. 거의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발언에 대한 비판이 대부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게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그런데, 2020년 21대 국회 배현진 의원의 귀태 발언에 대해서는 비판 기사를 찾을 수가 없다. 여러 개의 기사 본문 내용을 아무리 찾아봐도 살짝이라도 발언을 문제 삼는 내용을 찾기가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원래 언론이 그런거니까 그러려니 해야 하나"라며 선택적 보도를 하는 언론을 꾸짖었다.
그는 "아나운서 출신 배현진 의원을 위해서 대언론 선배의 말씀을 인용한다"라며 당시 발끈했던 이정현 전 홍보수석의 발언(홍익표 대변인의 발언은 국회의원의 개인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었다)을 짚었다.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8일 논평에서 '귀태' 발언과 관련, "‘박근혜 정권 방송’으로 빛을 봤던 배현진 의원이 다시 그 시절을 잊지 못하고, 촛불혁명의 주역인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고 꾸짖었다. 실제 배현진 의원의 경우, 박근혜 정권 내내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 앵커를 줄곧 맡았던 바 있다. 그 정도로 굉장히 잘 나갔었다.
신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실망하고 분노한 국민이 함께 뜻을 모아, 촛불혁명으로 일어나 시작되었던 것을 잊었나보다. 본인의 과거에 대한 사과는 못할망정, ‘귀태’라는 망언으로 이 정부와 모든 국민을 모욕한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직 및 대국민 사죄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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