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 김덕권 칼럼] 싸가지
상태바
[덕산 김덕권 칼럼] 싸가지
  • 김덕권
  • 승인 2017.08.04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싸가지

▲ 김덕권 전원불교문인협회장,칼럼니스트

우리는 흔히 ‘싸가지 없다.’라고 말을 하지요. ‘싸가지’는 ‘싹수’의 방언 또는 ‘싹’과 ‘아지’가 합쳐서 이루어진 말입니다. 동물의 새끼나 작은 것을 가리키는 접미사 ‘아지’가 ‘싹’과 결합하여, 싹이 막 나오기 시작하는 처음 상태인 싹수를 일컫는 말이 되었지요.

본래는 막 움트기 시작하는 싹의 첫머리를 가리키는 이 말이, 일상에서는 비유적으로 어떤 일이나 사람이 앞으로 잘될 것인지 아닌지를 나타내는 낌새나 징조를 가리키는 속어로 쓰입니다. 2003년 4월 어느 날, 국회 본회의장에 한 국회의원이 흰색 면바지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상의는 넥타이를 매지 않고 남색 재킷에 라운드 티를 받쳐 입었지요.

이날은 며칠 전 재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그가 의원선서를 하기 위해 처음으로 등원한 자리였습니다. 본회의장이 한순간 술렁였습니다. 곧바로 의원들 사이에서 “국민과 국회를 무시하는 싹수없는 행동”이라는 비난 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의원 수십 명이 퇴장을 했습니다. 따라서 국회의원 선서도 다음날로 미뤄졌지요. 이것이 이른바 ‘빽바지 소동’으로 알려진 싸가지가 별로인 코미디 같은 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싸가지’는 버릇이 없거나 예의범절을 차리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일상에서 그냥 ‘싸가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싸가지를 봤나”처럼 씁니다. 한술 더 떠 그 행동을 강조할 땐 ‘왕 싸가지’라고 하지요. 하지만 이런 말은 어법상으로 정상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그런데 ‘싸가지 없다’라고 하면 이는 ‘버릇없이 아래위도 모른다.’는 뜻입니다. ‘싹수 있다’와 ‘싸가지 있다’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싹수가 노랗다’라는 말 대신에 ‘싸가지가 노랗다’라고는 하지 않는 걸 보면 ‘싸가지’와 ‘노랗다’는 결합하지 않습니다. 결국 싸가지는 사람이 갖고 있는 예의범절 등 인격과 품성을 나타내는 정신적 의미를 담은 말로 진화한 것이 아닐까요?

인간이 갖춰야할 네 가지 덕목(德目)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한양에 이 네 가지 덕목을 상징하는 사대문(四大門)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동대문은 인(仁)을 일으키는 문이라 해서 ‘흥인지문(興仁之門)’ 서대문은 의(義)를 두텁게 갈고 닦는 문이라고 해서 ‘돈의문(敦義門)’ 남대문은 예(禮)를 숭상하는 문이라 해서 ‘숭례문(崇禮門)’ 북문은 지혜(智)를 넓히는 문이라는 뜻으로 ‘홍지문(弘智門)’이라 했습니다. 또한 도시 중심에는 가운데를 뜻하는 ‘신(信)’을 넣어 ‘보신각(普信閣)’을 세운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선인들은 한양 도성을 ‘오상(五常)’에 기초하여 건립하였다고 합니다. ‘오상’이란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으로 바로 인간이 갖춰야 할 다섯 가지 기본 덕목입니다. 인은 ‘측은지심(惻隱之心)’으로 불쌍한 것을 보면 가엾게 여겨 정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고, 의는 ‘수오지심(羞惡之心)’으로 불의를 부끄러워하고 악한 것은 미워하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예는 ‘사양지심(辭讓之心)’으로 자신을 낮추고 겸손해야 하며 남을 위해 사양하고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고, 지는 ‘시비지심(是非之心)’으로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이며, 신은 ‘광명지심(光名之心)’으로 중심을 잡고 항상 바르게 위치해 밝은 빛을 냄으로써 믿음을 주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싸가지’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꼭’ 지켜야 할 ‘사(四)가지’ 덕목(德目)이라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첫째, 겸손입니다.

겸손한 자의 특징은 언제나 자기의 공을 남에게 돌리고, 윗사람을 공경할 줄 알며, 항상 자신의 일을 반성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둘째, 예의입니다.

‘예의’는 인사를 잘하는 것처럼 마땅히 지켜야 할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뜻합니다. 또 예의란 사람들 사이에 서로의 존경에 대한 약속이니 겸손과는 조금 다른 것입니다.

셋째, 양보입니다.

옛말에도 양보지심(讓步之心)이라고 하여 언제나 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할 줄 아는 자세를 처세의 으뜸으로 삼았습니다. 양보와 배려는 둘이 아닌 것입니다.

넷째, 신용입니다.

어떤 말이나 행동을 믿을 만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신용입니다. 사람은 신용이 자산이지요. 신용 있는 행동은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되며 믿음을 주니 얼마나 큰 자산입니까?

이상의 네 가지 덕목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꼭 지켜야 할 덕목입니다. 그래서 이 네 가지를 겸비하지 못한 사람을 가리켜 우리는 네 가지를 갖추지 못한 사람이란 뜻의 ‘사가지 없는 사람’ 즉, ‘싸가지’가 없는 사람으로 불렀던 것입니다.

그럼 예의나 개념이 없는 ‘싸가지’의 예를 몇 개 알아볼까요?

하나, 물건을 허락 없이 빌려가는 사람입니다.

빌린 후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거나 더 나아가 아예 자기 것처럼 소유하는 경우입니다. 심지어 그 물건을 잃어버리는 그야말로 무 개념의 행동이지요.

둘, 감사와 사과의 표현을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한테 도움을 받거나 피해를 주었는데 표시 하나 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사과하나 하지 않으면서 누군가에는 반드시 감사와 사과 표현을 요구하고 하는 인간을 말합니다.

셋, 갑 질하는 사람입니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을 얕보고, 대놓고 괴롭히는 사람입니다. 바로 요즘 회자 되고 있는 사성장군의 부인 같은 사람의 경우이지요.

어떻습니까? 싸가지 없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지요? 사람이 한 세상을 살고 갈 때에 의(義)가 넉넉해야 하고, 덕(德)이 넉넉해야 하며, 원(願)이 넉넉해야 합니다. 그래야 싸가지 없는 사람이라고 손가락질을 당하지 않습니다. 우리 이 네 가지 인생 덕목을 반드시 갖추어 가야하지 않겠는지요!

단기 4350년, 불기 2561년, 서기 2017년, 원기 102년 8월 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후원회원이 되어주세요.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은 모든 기자들에게 전달됩니다.

정기후원 하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하단영역

해당 언어로 번역 중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