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위 결전 앞둔' 秋·尹…SNS서 우회적 메시지
秋·尹 갈등 시작부터 검사징계위 개최까지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2차 심의를 하루 앞둔 14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각자의 심경을 에둘러 표현한 메시지를 남겼다.

윤 총장은 사상 초유의 징계 위기를 맞아 장기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다졌고,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윤 총장의 중징계 포석을 깔았다는 해석이다.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14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 윤석열 검찰총장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12.14

◇ 카톡 프로필 바꾼 尹…심경 변화 여부 주목
윤 총장은 전날 카카오톡 프로필에 'Be calm and strong(침착하고 강하게)'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게시했다.

이는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대사로 바다에서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는 노인이 자신을 격려할 때 한 말이다.

이 프로필 메시지는 사상 초유의 징계 위기 상황을 맞은 윤 총장이 소설 속 주인공의 상황에 빗대 자신에게 한 다짐이라는 해석이다. 향후 장기 소송전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는 관측도 뒤따르고 있다.

프로필에는 메시지와 함께 검찰 로고 앞에서 뒷짐을 지고 있는 윤 총장의 캐리커처도 함께 게시됐다. 총장직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의 메시지를 15일 징계위 직접 출석 여부와 연관 지어 해석하기도 한다.

1차 심의 때 징계위원 기피·증인 채택 등 형식적인 부분에 대한 논의가 상당 부분 마무리된 만큼 2차 심의 때는 윤 총장이 참석할 수도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특히 2차 심의에는 증인심문에 이어 징계혐의자 측의 '최종 의견진술'이 예정된 점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윤 총장이 공방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뒤 최후 진술을 통해 자신의 결백을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 총장 측의 계속된 문제 제기에도 징계위 구성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윤 총장의 참석 여부를 단정은 어렵다.

윤 총장은 1차 심의 때 불참을 결정하며 "이미 결론이 난 징계위에는 참석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사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 윤 총장이 내일 징계위 심의에 참석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2020.12.9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읽던 중 '특수통 검사들은 총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고 중수부를 희생시키려'라는 부분에 밑줄을 치고 있다. 2020.12.9

◇ 秋 '검찰' 관련 책·다큐멘터리 감상평 올려
추 장관은 이날 새벽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검찰과 관련된 책과 다큐멘터리에 대한 감상평을 올리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책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를 소개하면서 "검찰이 일그러진 자화상 보기를 회피하는 한 갈 길이 멀다는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추진하면서 밝힌 징계 혐의를 '검찰의 자화상'으로,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발을 '검찰의 회피'로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추 장관이 지난 9일 법안 처리가 이어진 국회 본회의장에서 탐독하는 장면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추 장관은 다큐멘터리 '위기의 민주주의'도 소개했다. 브라질 세르지오 모로 연방판사가 이른바 '세차작전'을 통해 정·재계 인사를 감옥에 보낸 페트로브라스 사건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작품이다.

그는 "검찰권과 사법권도 국민을 배반하고 민주주의를 찬탈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썼다.

또 "언론에 길들지 않고 오염되지 않은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의 냉철한 판단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를 한 뒤로는 윤 총장을 겨냥한 직접적인 언급은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지난 9일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성명,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개정안 통과 등을 인용하면서 윤 총장의 징계 필요성에 우회적으로 힘을 싣기도 했다.

징계위 하루 전날 SNS에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인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의지를 우회적으로 알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다음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일지.

◇ 2020년 1월
▲ 3일 =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 8일 = 법무부, 검사장급 간부 32명 인사 단행.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 임명

◇ 3월
▲ 31일 = MBC,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의혹 보도

◇ 4월
▲ 6일 = 민주언론시민연합, 서울중앙지검에 이동재 기자 등 고발
▲ 13일 = 서울중앙지검, 채널A 사건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 착수

◇ 6월
▲ 14일 = 이동재 기자 측, "수사팀 신뢰 어렵다"며 전문수사자문단 소집 요청 진정
▲ 19일 = 대검, 수사자문단 소집 결정
▲ 25일 = 법무부, 한 검사장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전보 후 직접 감찰 착수
▲ 30일 =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대검에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 및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적 지위 요청. 대검은 거부.'

◇ 7월
▲ 2일 = 추 장관, 수사자문단 소집 절차 중단과 수사팀에 대한 윤 총장 지휘 중단 지시하는 수사지휘권 행사
▲ 3일 = 윤 총장, 장관 수사지휘 대응안 논의 위한 전국 검사장 회의 소집
▲ 6일 = 대검, 전문자문단 소집 중단과 독립적 특임검사 도입 필요하다는 검사장 회의 내용 윤 총장에 보고
▲ 7일 = 추 장관 "지휘 사항을 문언대로 신속하게 이행하라"고 윤 총장에게 수사지휘 수용 촉구
▲ 8일 = 추 장관, 윤 총장에 "9일 오전 10시까지 답변 달라" 최후통첩.

= 윤 총장, '김영대 서울고검장 필두로 한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 건의. 추 장관, 즉각 거부
▲ 9일 = 대검 "채널A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이 자체적으로 수사하게 됐다" 발표

◇ 10월
▲ 16일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자필 입장문서 현직 검사 술 접대 주장. 추 장관, 연루 검사들에 대한 감찰 지시
▲ 17일 = 윤 총장, 검사 술 접대 의혹 정식 수사 지시
▲ 19일 = 추 장관, 윤 총장에게 라임 로비 의혹 사건과 총장 가족 사건 등에 대한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며 수사지휘권 행사
▲ 22일 =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 윤 총장 "법리적으로 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
▲ 26일 = 국회 법사위, 법무부 국정감사. 추 장관 "검찰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 있다"

◇ 11월
▲ 16일 = 법무부 감찰관실, 윤 총장 비서관에게 "원하는 일정 알려달라" 연락. 대검 측 답변 거부
▲ 17일 = 법무부, 대검에 평검사 2명 보내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 시도. 대검 측, 접수 거부
▲ 18일 = 법무부, 우편으로 윤 총장에게 방문조사 예정서 전달. 대검, 방문조사 예정서 반송
▲ 19일 = 법무부, 총장 비서실 통해 방문조사 여부 다시 타진. 대검, 사실상 불응. 법무부, 윤 총장 방문조사 계획 취소
▲ 24일 = 추 장관, 윤 총장 직무 배제 및 징계 청구 발표
▲ 25일 = 대검 감찰부, '판사 사찰 의혹' 관련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 압수수색
= 추 장관, 추가적인 판사 불법사찰 여부와 윤 총장의 위법·부당한 업무수행 여부 감찰 지시
= 윤 총장, 서울행정법원에 직무정지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 26일 = 법무부, 대검에 윤 총장 '판사 사찰 의혹' 수사의뢰
= 윤 총장, 직무집행정지처분 취소청구소송 제기
= 법무부, 윤 총장 측에 12월 2일 징계심의위원회 출석 통보
▲ 27일 = 서울행정법원, '윤석열 직무배제 사건' 행정4부 배당
▲ 30일 =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윤 총장이 제기한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지 신청 사건 심문 진행
= 고기영 법무부 차관, 사의 표명

◇ 12월
▲ 1일 = 법무부, 감찰위원회 임시회의 개최. 감찰위 "징계청구·직무배제·수사의뢰 부적정" 권고
= 윤 총장, 법무부에 징계위 기일 연기 신청 및 류혁 법무부 감찰관 등 3명 증인신청
=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 윤 총장 직무배제 효력 정지 일부 인용. 윤 총장, 직무배제 일주일 만에 업무 복귀 및 대검 출근
= 법무부, 윤 총장 징계위 4일로 연기
= 김욱준 서울중앙지검 1차장,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사의 표명
▲ 2일 = 문재인 대통령, 법무부 차관에 이용구 변호사 내정
= 윤 총장, 징계위 기일 변경 재요구
▲ 3일 =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 임기 시작
= 법무부, 윤 총장 징계위 10일로 재연기
▲ 4일 = 윤 총장, '법무부 장관 주도 징계위 구성' 검사징계법 조항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 추 장관, '집행정지 일부 인용' 결정 불복해 즉시 항고
▲ 7일 = 전국법관대표회의,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입장 표명 않기로 결정
▲ 8일 = 조남관 대검 차장, '판사 사찰' 윤석열 수사의뢰건 등 서울고검 배당
= 윤 총장, 이성윤 지검장·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정진웅 차장검사 등 4명 증인 추가 신청
▲ 10일 = 법무부, 윤 총장 징계위 개최. 윤 총장 불출석. 1차 회의 종료
▲ 15일 = 검사징계위 재개 예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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