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프로 pd수첩 갈무리

[뉴스프리존=안데레사 기자] 간첩조작단 사건에 깊숙하게 개입되어 있던 인물인 양승태가 대법원장이 된 것 자체가 문제였다. 양 전 대법원장이 초임 판사시절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춰 판결을 해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양 전 대법원장 재임 시절 사법부는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정권과 판결을 거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법부를 믿을 수가 없다. 개인의 안위를 위해 사법 거래를 한 사실이 모두 드러난 상황에서 그들의 판결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법치국가에서 법을 믿을 수 없게 만든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판사들이다. 누구보다 강직하고 중립적이어야 하는 판사들이 사법 거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은 이미 존재가치를 잃었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 책임 편집인인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1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양 전 대법원장의 과거 판결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위원회에 참여한 학자들이 조사한 것이다. 위원회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1차 보고회를 갖고 열전에 이름을 올릴 총 405명 중 115명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판사는 개개인이 독립적인 법집행기관이다. 그만큼 판사의 권위는 중요하다. 양승태가 대법원장이 되는 순간 모든 사법체계가 무너졌다. 박정희 시절 간첩조작을 일삼았던 김기춘은 승승장구했다. 그리고 1심 판결을 맡아했던 양승태는 조작에 적극 가담한 판사이기도 했다. 한 교수는 특히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사법농단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인 2017년 2월 이미 (반헌법행위자열전 대상으로) 선정했었다. 그 때도 상당히 ‘우수한 성적’으로 커트라인을 통과했는데 최근 (판결 거래) 문제로 격이 한참 높아졌다”고 언급했다.

이날 편찬위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1976년 재일동포 김동휘(1심 선고일 4월 30일), 이원이(5월 7일), 장영식(5월 7일), 조득훈(6월 8일) 등 간첩사건 판결에 배석판사로 참여했다. 이들 사건은 모두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1986년 제주지법 재판장 시절 유죄로 판결한 강희철 간첩 사건(12월 4일)은 2008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으며, 같은 날 유죄 판결했던 오재선 간첩 사건도 재심이 진행 중이지만 무죄 가능성이 높다. 편찬위는 “양 전 대법원장이 간첩이라고 판결했던 6건의 사건 대부분은 재심에서 무죄(1건은 재판 진행 중)를 선고 받았으나 이에 대해 일언반구 사과도 없었다. 사과는커녕 언급조차 하지 않고 철저히 무시했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반헌법행위자열전편찬위원회는 '반(反)헌법행위자 집중검토' 1차 보고회를 열고 양 전 대법원장을 포함해 115명을 1차 집중 검토 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내용을 보면 내란‧헌정유린‧국정농단 22명, 부정선거 2명, 고문조작‧테러 53명, 간첩조작 27명, 학살 7명, 언론탄압 3명 등 총 115명이며, 이날 보고회에서는 이 가운데 핵심 반헌법행위자 9명에 대해 소개했다. 또한 긴급조치 9호에 대한 위헌, 무효 판결에서도 2014년 10월 27일 양승태 대법원은 긴급조치 9호로 처벌받은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의 배상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한 교수는 양 전 대법원장이 과거 독재정권의 입맛에 맞게 판결한 것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때 뒤집어지면서 자신의 실책이 드러나자 대법원장 자리에 올라 원상 복구시키려고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누이 좋고 나도 좋은’ 재판이기도 했던 것”이라고 평가했다.

△민간인학살에서 악명을 떨친 경기도경국장 한경록, △이승만 정권 국정농단의 주역 경무대 비서 박찬일, △김대중 납치사건의 실행책임자 중앙정보부 해외공작단장 윤진원, △동아일보 광고탄압과 코리아게이트의 주역 중앙정보부 차장보 양두원, △5공 설립 주역이자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수사책임자 안기부 차장 이학봉, △언론탄압의 선봉에 선 5공의 괴벨스 허문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총책임자 치안본부 5차장 박처원, △부림사건 담당검사이자 빨갱이 낙인의 전문 공안검사 고영주, △간첩조작 사건에 적극 협조한 현 사법농단의 주역 대법원장 양승태 등이다. 박근혜 정권 시절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양 전 대법원장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서도 한 교수는 주목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초임판사 시절 담당한 재일동포 간첩사건 4건이 모두 김 전 비서실장이 중앙정보부에서 맡았던 사건인데, 이 두 사람은 학연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김 전 비서실장의 경남고, 서울대 법대 8년 후배다. “정보기관에 있는 선배가 멀쩡한 사람을 간첩이라고 조작해 법원으로 보내면 후배가 간첩이 맞다고 확인 도장을 찍어줬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이어 한 교수는 “과거 청산 없이 민주화가 이뤄지다 보니 그 전 독재정권에 부역해서 출세하던 사람들이 사법부의 최고 엘리트라고 해서 승승장구하고 대법원장까지 간 것”이라며 “사실 그런 판사들이 여럿 있는데 양 전 대법원장이 그들의 수장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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