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권애진 기자] 부유하는 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그들의 시선으로 담아낸 연극 '구름 한 가운데'가 지난 10일~ 19일까지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에서 선보였다 관객들에게 난민들의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그 여정의 비정한 현실을 목도하게 했다
유목민이었던 남자의 어머니는 가라가이 강에서 홀로 그를 낳았다.
남자는 어머니의 젖을 빨던 기억을 간직한 채 영국으로 향한다.
여자는 임신 중이다. 기도를 하다가 마치 동정녀 마리아처럼 아이를 잉태했다. 신이 그녀에게 아이를 준 것이다.
그녀는 아이와 함께 이란을 떠나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국경을 넘는다. 남자와 여자는 우연히 만나 동행하여 프랑스 깔레 항의 외국인 난민 수용소에 이른다.
극단 코끼리만보의 2020년 첫 작품. 유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란의 대표적인 극작가 아미르 레자 쿠헤스타니의 구름 한 가운데를 모태로 손원정 연출의 번역, 연출로 이뤄졌다.
연극은 강에서 태어난 한 남자와 강에서 아이를 잉태한 한 여자가 우연히 만나 함께 유럽의 국경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보여준다. 강에 대한 신화적 이미지를 차용하여 이 이야기의 정서를 보편적으로 확장시킨다.
물안개일지, 구름일지가 가득 차 있는 곳에서 헤매는 두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인지 신화일지 모를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남의 눈으로 보는 듯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을 대상화하거나 소재화시키지 않는다.
작품을 연출한 손원정 연출은 "우리는 모르는 두 사람, 한 여자와 한 남자의 길지 않은 두 사람의 여정을 따라가면서 모르는 사람들의 불안과 공포와 쓸쓸함의 감각, 그것을 버티고 이기는 큰 힘과 옅은 위로, 그리고 짧은 사랑의 감각을 나누고자 하였다"며 " 우리의 안온해 보이는 삶 역시 고통과 불안과 공포로 가득 차 있을 뿐 아니라, 현재 혹은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신도 주지 않음을 망각하고 살아간다"고 전했다. 손 연출은 이어 "우리들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막막함과 깊은 고독을 대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일상 속에 사소한 즐거움과 빈약한 희망과 찰나의 기쁨과 내일이 담보되지 못하는 사랑과 위로를 애써 만들어가지 않을까 짐작하고 희망한다"고 덧붙었다.
극 중에서처럼 많은 난민들은 터키 등 사막을 거쳐 유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유럽에서 많은 나라들을 통하며 벨기에나 프랑스를 거쳐 영국으로 가려 한다. 프랑스 북부 칼레의 난민 캠프가 폐쇄된 이후 각국의 난민단속정책에 맞추어 벨기에 등지로 그들의 경로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그들의 다수가 죽음을 무릅쓰고 영국으로 향하려는 이유는 프랑스어보다 영어가 편한 이유와 함께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 한다. 그리고 보통 동행자가 없는 아이들의 망명요구는 우선적으로 처리되지만, 임산부에 대한 처우는 각국마다 상이한 상황으로 동행자 없는 여성 망명자에 대한 보호대책은 중요시되고 있다.
전박찬 배우와 김은정 배우가 그들의 세계 속 그들의 유영을 담담하게 보여주었다. 임호영 배우는 안무가, 작곡가, 음향 디자이너의 역할도 수행하며 관객들의 시선과 마음을 사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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