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약점' 잡힌 정치인이나, ‘거래’한 정치인들은 검찰개혁 무산시키는데 앞장서왔다"

검찰 '기득권' 지키는 수법! 정권 초기에는 '전 정권' 털다가, 힘빠진 후기에는 늘 '현 정권'에 화살 돌렸다
'이명박근혜'와 같은 비민주적 정권들에선, ‘기소 독점권’ 가지고 사익 채우기용 ‘장난’ 쳐도 눈감아줬다.
제대로 된 '공수처'에 미온적인 사람, 秋장관만 집중적으로 때리는 사람, 언론이 만든 '뻔한' 프레임 쫓아가는 사람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정권이 말기를 향해 가는데도 아직 ‘검찰 개혁’이 추진 중이라는 건, 그만큼 검찰에 잡힌 ‘약점’이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여당 내에서 ‘검찰 개혁’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답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별것 아닙니다. 예전에도 검찰에 약점을 잡힌 정치인이나 검찰과 ‘거래’를 한 정치인들은 검찰 개혁을 무산시키는 데 앞장서곤 했습니다. 민주당 내에 검찰 개혁을 만류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에게 ‘약점’이나 ‘비리’가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전우용 역사학자, 17일 페이스북)

지난달 22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의 질문 도중 책상을 친 윤석열 검찰총장, 그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 ⓒ 노컷뉴스
지난달 22일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의 질문 도중 책상을 친 윤석열 검찰총장, 그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하지 않는다거나, 시종일관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 ⓒ 노컷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등장 이후로, 검찰개혁은 국가의 명운이 걸린 과제가 된 듯하다. 정말 이렇게 '검찰'이라는 조직에 대해 사람들이 주목해본 시기도 없을테니까. 게다가 현직 검찰총장이 언론의 일방적인 띄우기에 힘입어(?)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까지 꼽히는 기막힌 현실 아니던가. 이런 언론들 덕분인지(?) 윤 총장이 사실상 '야당 대표'이자 '검찰당 대표'가 된 듯하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17일 오후 페이스북 글을 통해 과거 검찰의 역사를 되짚으며, 조속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하소연하는 게 ‘소(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판단해달라고 요청하는 게 ‘송(訟)’, 합해서 ‘소송’"이라며 "옛날에는 백성이 군주와 그를 대리하는 지방관에게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된 것은 근대적 사법제도가 시행된 뒤의 일이다. 근대법은 피해자의 사적 복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근대 국가는 모든 범죄를 국가 공동체에 피해를 준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행정부가 사법부에 하소연하고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도록 한다"며 '소송'이라는 것의 변천과정을 간략히 짚었다.

그는 이어 "행정부를 대리하여 소송(訴訟)을 담당하는 기관이 검찰"이라며 "변호인이 ‘피해호소인’의 대리인이듯, 검사는 행정부의 대리인인 것"이라고 검찰의 임무를 짚었다. 그러면서도 "개인이든 검찰이든 모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지만, 용어에서부터 개인과 검찰을 차별한다. 개인이 쓰면 ‘소장’, 검찰이 쓰면 ‘공소장’, 개인이 제기하면 ‘제소’, 검찰이 제기하면 ‘기소’라고 한다"며 '용어의 차별'이 남아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독재정권 시절의 검찰은 ‘행정부를 대리하여 사법부에 소를 제기하는 기관’이라는 역할에 충실했다"며 "독재정권이 진짜 범죄자들과 어울리며 무고한 사람들을 범죄자로 만들라고 하면, 그렇게 하는 게 검찰이었다."라며 독재정권 시절 검찰을 짚었다. 

박정희 정권 때 세워진 중앙정보부,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으로서 한국 사회의 모든 일을 다 해치웠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다. / ⓒ 연합뉴스TV
박정희 정권 때 세워진 중앙정보부,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으로서 한국 사회의 모든 일을 다 해치웠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초대 중앙정보부장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다. / ⓒ 연합뉴스TV

군사정권 당시 검찰이나 사법부의 경우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박정희 정권 때는 중앙정보부, 전두환 정권 때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와 같은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이 한국 사회의 모든 일을 다 해치웠으니까.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갖고 있었다. 간첩조작 사건을 비롯, 언론 통제 등등 수많은 악행들이 이곳에서 벌어졌다. 야당 의원이든, 여당 의원이든 가리지 않고 끌려가서 혹독한 고초를 겪었던 곳이 바로 중앙정보부였으니까. 

그러니 중앙정보부장이나 안기부장과 같은 경우 권력의 2인자였다. (김종필, 김형욱, 이후락, 신직수 등) 검찰의 경우, 그 무소불위의 독재정권이 시키는대로 움직이는 기관이었다.

전우용 학자는 "검찰은 정부의 법익을 지키는 기관이어서 본래는 '독립'이라는 말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의 막강한 권력을 견제해야 했고, 무엇보다도 검찰이 독재자의 권력 유지 수단으로 기능했기에, '검찰 독립'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적 중립 지대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며 군사정권 시절 검찰의 위치를 짚었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후의 '독립'된 검찰을 언급했다. 그는 "비민주적 정권들은 국정원이나 기무사를 동원해 검찰을 감시했고, 검찰총장이 말을 듣지 않으면 사생활을 캐서 족벌언론에 넘겨주기도 했다"며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 노릇에 충실하기만 하면, 그들이 ‘기소 독점권’을 가지고 사익을 채우기 위해 ‘장난’을 쳐도 눈감아 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이라는 절대반지를 계속 갖고 있다. 있는 범죄도 얼마든지 기소하지 않아서 덮을 수 있는 것이 검사들만의 권한 아닌가. / ⓒ 광주KBS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이라는 절대반지를 계속 갖고 있다. 있는 범죄도 얼마든지 기소하지 않아서 덮을 수 있는 것이 검사들만의 권한 아닌가. / ⓒ 광주KBS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에는 정계 인사들을 비롯,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목소릴 내는 각계 인사들을 상대로 각종 사찰을 일삼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이러한 사찰 공작, 그리고 여론조작-관제시위 등에 앞장섰던 게 중앙정보부와 안기부의 후신인 국정원이었다. 최근 박지원 원장의 국정원은 이들 정부의 국정원에서 벌어진 댓글공작·민간인 사찰·관제시위 등의 사건과 관련, "철저하게 반성하고 완전한 개혁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우용 학자는 "정보기관의 정치 사찰을 금지한 민주 정권에서는, ‘독립된’ 검찰을 견제할 수단이 없다"며 검찰이 수사권-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독점해 '선택적으로' 휘두를 수 있음을 지적했다.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남용해도 처벌할 방법도, 견제할 방법도 없다.

"검찰 스스로 ‘공익의 체현자’ 역할에 충실해야 하지만,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검찰은 기소해야 할 일을 기소하지 않거나, 기소하더라도 엉터리로 공소장을 써서 무죄 판결이 나게 유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기소할 일이 아닌데도 수십 군데를 압수 수색하고 억지로 기소하여 죄 없는 사람들의 일가친척까지 파멸시킬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공익적 기준'만이 아니라 검사 개개인 또는 집단의 '사익적 기준'도 작용할 겁니다."

윤석열 휘하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 수사개시 한 달만에 7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 ⓒ MBC
윤석열 휘하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관련, 수사개시 한 달만에 70여곳을 압수수색했다. / ⓒ MBC

아무리 썩은내가 풍기는 사건이라 할지라도, 검찰이 기소 안하면 달리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반면에 별다른 흠이 없는 사람에게도 얼마든지 죄목을 만들어낼 수 있다. 표적 대상을 향해 순식간에 압수수색 수십군데 하고, 일가친척과 주변인들 무더기로 소환조사하고, 수사내용은 언론에 흘려서 대대적으로 때리게 하면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나중에 무죄 판결을 받더라도, 이미 그 사이에 죄인으로 낙인찍히고 집안은 쑥대밭이 되어있을테니까.

전우용 학자는 "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권이 모두 ‘검찰 개혁’을 공약했지만, 그 공약은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며 "검찰이 ‘개혁의 칼날’을 피할 방법을 잘 알고 처신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정권 초에는 ‘지난 정권 비리’를 털어 유용성을 입증하고, 정권 후반기에는 정부 여당 인사들의 약점을 잡아 개혁을 추진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곤 했다"고 짚었다. 

정권 초엔 늘 '죽은 권력'인 지난 정권 비리를 샅샅이 털곤 한다. 정권에 반대되는 세력도 적극적으로 공격하곤 한다. 그러다가 정권 후반기로 접어들어 정권 지지율이 떨어질 때쯤 되면, 이번엔 정권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나선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 씨는 김영삼 정부 말기인 97년 5월 기업인 6명으로부터 대가성이 있는 32억7천여만원을 포함, 총 66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구속 6개월만인 그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 ⓒ MBC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이자 '소통령'으로 불렸던 김현철 씨는 김영삼 정부 말기인 97년 5월 기업인 6명으로부터 대가성이 있는 32억7천여만원을 포함, 총 66억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그러나 구속 6개월만인 그해 11월 보석으로 풀려났다. / ⓒ MBC
이명박씨의 형으로 '만사형통'으로까지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던 이상득 전 의원,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2년 7월 구속됐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 말기였다. / ⓒ 연합뉴스
이명박씨의 형으로 '만사형통'으로까지 불리며 실세로 군림했던 이상득 전 의원,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12년 7월 구속됐다. 당시는 이명박 정권 말기였다. / ⓒ 연합뉴스

김영삼 정권 말기엔 '소통령' 김현철씨를 구속시켰고, 김대중 정권 말기에도 '홍삼트리오'라고 불리던 세 아들이 구속된 바 있다. 노무현 정권 말기엔 구속된 이는 없었으나, 임기 이후 형인 노건평씨가 구속된 바 있다. 이명박 정권 말기 땐 '만사형통'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된 바 있다. 국정농단으로 쫓겨난 박근혜 정권은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정권 후반기에 접어들 때쯤 여지없이 검찰은 정권 공격으로 돌아섰다. 우리의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빼앗아가려고 한다면, 이렇게 샅샅이 털 것이라는 신호를 암묵적으로 보냈던 것이다. 이런 사례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면서 검찰은 누구도 제어할 수 없는, 진짜 '살아있는 권력'이 된 것이다. 게다가 언론들까지 이들에 일방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이런 진짜 '살아있는 권력'을 개혁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정권 후반부에도 그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그 중심에는 여당 대표까지 지낸 거물 정치인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있다. 또 그런 개혁의지를 굽히지 않을 수 있는 배경에는 지지율이 받쳐주고 있어서다. 대통령 지지율은 조사기관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40% 중후반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아울러 여당 지지율이 야당 지지율에 비해 확실히 높은 점도 그렇다. 전우용 학자는 "정권이 말기를 향해 가는데도 아직 ‘검찰 개혁’이 추진 중이라는 건, 그만큼 검찰에 잡힌 ‘약점’이 적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평했다.

야당에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억지성 질문을 하는데도, 양비론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오히려 추 장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벌이는 사실상의 정치행보와 선택적 수사 등에 대해 침묵하거나 혹은 언론이 만든 뻔한 프레임에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 같은 경우 충분히 의심할만 하지 않을까? / ⓒ JTBC
야당에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억지성 질문을 하는데도, 양비론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오히려 추 장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벌이는 사실상의 정치행보와 선택적 수사 등에 대해 침묵하거나 혹은 언론이 만든 뻔한 프레임에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 같은 경우 충분히 의심할만 하지 않을까? / ⓒ JTBC

그는 "그런데 여당 내에서 ‘검찰 개혁’을 만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한다."며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 별것 아니다. 예전에도 검찰에 약점을 잡힌 정치인이나 검찰과 ‘거래’를 한 정치인들은 검찰 개혁을 무산시키는 데 앞장서곤 했다."고 상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에 검찰 개혁을 만류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에게 ‘약점’이나 ‘비리’가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개혁의 기본은 제대로 된 공수처 설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이 있겠다. '공수처'를 어떻게든 저지하려는 야당의 행태에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의심해볼만 하겠다. 그리고 야당에서 추미애 장관을 향해 억지성 질문을 하는데도, 양비론적인 태도를 취하거나 오히려 추 장관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 그리고 윤석열 총장이 벌이는 사실상의 정치행보와 선택적 수사 등에 대해 침묵하거나 혹은 언론이 만든 뻔한 프레임에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 같은 경우라면 충분히 의심할만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람을 정치용어로 '사쿠라'라고 부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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