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마다 꼭 인용되는 말이 맹자의 항산(恒産)과 항심(恒心)이다. 생업이 있어야 도덕적인 삶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가정도 가장이 직업이 있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요즘처럼 맞벌이 부부가 대세가 됐기에 배우자 일방이 직업이 없으면 가계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된다.

가계가 이럴지언정 국가의 경우는 일자리 창출은 국민 경제의 기본 과제다. 일부 공산주의 정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 대부분의 정부는 일자리 창출에 정권의 사활을 걸곤 한다. 이제 며칠 안 남기고 탄핵 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도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획득한 바 있다. 

역대 우리 정부도 마찬가지다. 정권이 끝날 무렵이면 고용 창출에 성공한 정부와 실패한 정부를 놓고 성적을 매기곤 한다. ‘누구 때가 살기 좋았다’라는 식의 평가 말이다. 

또한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지표도 중요해졌다. 일자리가 있어도 봉급과 같은 객관적 지표보다는 직업 만족도, 적성 등 주관적 지표가 더 중요해졌다.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 임원 자리를 버리고 초원에 파묻혀 자아실현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들도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은 삶의 질보다는 일자리 찾기가 최우선 과제가 된 모양이다. 경제 불황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기업 도산과 자영업 폐업 등이 속출하면서 일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마디로 고용쇼크 시대를 맞이했다.

현재 실업자는 110만명에 달한다. 지난해 취업자수는 약 2690만명으로 전년 대비 21만8000명 감소했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다. 실업자가 늘다보니 고용보험 가입자는 줄고 실업급여 대상자는 증가해 전국 각 지역 고용복지센터는 실업급여 설명회에 참석하는 구직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취업연령의 불균형에 있다. 통계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은 충격적이다. 지난해 전년 대비 취업자 수는 6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줄었다. 우리 경제의 동력인  30대는 16만5000명, 40대는 15만8000명이 감소했다. 다만 60대만 37만5000명이 늘었다. 청장년층은 줄고 실버 일자리만 증가한 셈이다. 정책 방향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러번 있었다. 정책 입안자들이 이번에는 꼭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고용 쇼크 대란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3040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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