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주민투표 강행에 대해 "무상급식 반대 아니다. 부자 무상급식 반대한 것"

무의식 중 나온 '차별' 발언? "문제 된다는 생각도 안 드니까 자연스레?" "신분사회-계급사회가 좋다는 뜻?"
'밥그릇 빼앗길' 뻔했던 그 때 그 학생들이 지금은 유권자! 吳 "가장 합리적인 판단할 수 있는 세대로 성장"
세빛둥둥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해뱃길 등 토건사업엔 아낌없이 돈 쏟아부었던, 그가 증명해줬던 사실

[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저는 무상급식을 반대한 적이 없습니다.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한 거죠. 세상에 무상이 어디 있습니까? 세금 급식이지.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 그걸 보편 복지다. 선택 복지다 이런 용어를 쓰면 프레임에 들어갑니다. 이건 민주당의 프레임이에요. 사실은 어려운 분들을 돕는다는게 오히려 진보의 이상이고 원칙 아닌가요?" (오세훈 전 서울시장, 10일 공개된 '한국일보' 인터뷰 중) 

지난 2011년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강행했다가 시장직에서 물러난지 10년만에 다시 시장직 재도전에 나선 오세훈 전 서울시장(국민의힘 후보)은 지난 10일 공개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전 무상급식을 반대한 적이 없다. 부자 무상급식을 반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 한국일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 한국일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 한국일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한 이유에 대해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 ⓒ 한국일보

오세훈 전 시장은 '정치 인생에서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시장직 사퇴"라고 밝힌 뒤, "부잣집 자제분들한테까지 드릴 재원이 있다면 가난한 집 아이에게 지원을 오히려 더 두텁게 해서 이른바 교육 사다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며 당시 주민투표 강행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부잣집 자녀에게는 '자제분'이라는 표현을 쓰고, 가난한 집 자녀에게는 '아이'라는 차별적 표현을 썼는데 아마도 '무의식' 중에 그대로 나온 표현으로 보인다.

오 전 시장의 이같은 표현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은 "부잣집은 자제분 가난한 집안 애들마저도 등급을 나눠버리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문제 된다는 생각도 안 드니까 숨쉬듯 자연스럽게 말이 나왔겠지" "무의식 기저에 깔린 생각" "오vㅔ후니 : 나는 신분사회 계급사회가 좋아" 등의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오 전 시장은 "복지의 원칙에 대한 가치를 놓고 격렬한 논쟁도 하고 주민투표까지 갔던 부분은, 그건 대한민국 사회에 한 번은 필요한 정치적인 결단의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주민투표 강행이 '꼭 필요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거기에 (시장직)자리를 걸었기 때문에 뽑아주신 유권자 분들께 도리가 아닌 셈이 됐고,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는데 그 부분이 가장 후회가 된다"고 밝혔다.

그는 현 20대 유권자에 대해선 "그 세대가 이제 판단력이 생긴 성인이 됐으니, 그분들이 아마 당시의 부자 무상급식 반대 논쟁에 대해서 가장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세대로 성장했을 것"이라며 자신의 손을 들어줄 거라 전망하기도 했다. 현 서울시 20대 유권자의 경우,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강행하면서 자신의 '밥그릇'을 빼앗길 뻔했던 그 때 그 초중고생들에 해당한다. 그 세대들이 현재 오 전 시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오세훈 전 시장은 시장 재임시절 세빛둥둥섬,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서해뱃길 등 각종 토건사업엔 아낌없이 돈을 쏟아부으면서도 학생들의 '무상급식'은 필사적으로 저지하려다 빈축을 샀다. 그는 지난 2011년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피력하겠다며 '무상급식 주민투표'라는 무리수를 꺼내들었다. 오 전 시장은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에 이어, “투표율 33.3%(3분의 1)가 넘지 않으면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시장직까지 건 바 있다.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무릎까지 꿇으며 투표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임기 중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만다. / ⓒ 연합뉴스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무릎까지 꿇으며 투표 참여를 호소한 바 있다. 결국 투표율 미달로 임기 중 시장직에서 물러나고 만다. / ⓒ 연합뉴스

오세훈 전 시장은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상당한 홍보전까지 들어가며 자신의 입장을 관철시키려 부단히 애를 썼다. 그러나 결국 투표율 미달(25.7%)로 임기 중 시장직에서 자진사퇴하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무리수를 쓰다가 결국 제 덫에 제가 걸린 셈이었다. 

부자와 빈곤층을 가르려는 '선별적 복지'가 얼마나 무리수였는지, 처음으로 드러난 사례라 할 수 있다. 빈곤층이 그 '선별' 대상에 포함되려면 자신의 '빈곤'을 증명해야 한다. 이것이 빈곤층에겐 얼마나 큰 '사회적 낙인'이나 고통이 될 수 있는지, 이를 파악하지 못한 대표적 사례라 하겠다.

오세훈 전 시장의 이런 무리수 이후 '무상급식'이라는 의제는 시민들에게 보편적인 의제로 받아들여지게 됐고, 전국적으로 점차 확대됐다. 아울러 이는 선별적 복지에서 보편적 복지로 가는 디딤돌이 됐다. 그래서 현재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나 '기본소득' 논의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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