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칼럼니스트[전, 원불교문인협회장]

상생의 꽃

2018년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적용된 지 보름여 지났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사방에서 아우성입니다. 아르바이트생들의 구직난, 아파트 경비원, 청소원 등이 해고를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제도입니다. 이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존권과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지요. 그런데 이 제도는 국가가 아닌 고용인의 지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복지 정책보다는 규제에 가까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저임을 받아 기뻐해야할 근로자들이 오히려 해고라는 공포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이 공포를 시정할 수 있는 상생의 꽃을 피울 수는 없는 것일까요?

“최저임금이 올라서 해고라니요? 경비원과 환경미화원도 우리 공동체의 일원입니다.” 울산 중구 태화동 리버스위트아파트 주민들이 주민투표를 거쳐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경비원 인원을 줄이지 않고 가구당 관리비를 더 내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새해벽두부터 최저임금 인상으로 전국적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의 고용문제가 핫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나온 주민들과 경비원들 간에 핀 상생의 꽃이어서 단연의미를 더합니다.

지난 1월 14일 울산 중구청 등에 따르면,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경비원 4명과 미화원 2명의 임금이 인상되면서 입주민 관리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내용을 안내했습니다. 부득이하게 관리비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지요.

대안은 두 가지였습니다. 최저임금 7530원을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급여에 적용하든가, 아니면 인원을 줄이고 휴게 시간을 조정하든가 이었습니다. 주민자치회는 안건을 입주민 투표에 부쳤습니다. 입주민 68%가 경비원과 환경미화원 급여 인상과 고용 유지에 표를 던졌고, 임금 인상분은 입주민들이 가구당 매달 9000원 정도의 관리비를 더 내 해결키로 했습니다.

투표 결과 235가구 중 73%가 임금을 인상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번 결정으로 가구당 월 9,000원 정도의 관리비가 오르지만 아파트 경비원과 미화원은 모두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주민자치회 측은 “입주민 중 상당수가 직장인이다. 이들 입주민은 우리 아파트가 직장인 경비원과 환경미화원들이 한 달에 1만 원도 안 되는 돈 때문에 직장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습니다.

‘추가로 내야 할 돈보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을 선택한 덕분에 이 아파트 경비원과 환경미화원들이 근무 시간 조정이나 인원 변동 없이 일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리버스위트 주민자치회의 회장은 “이번 결정은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로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이 된 것 같다”며 “경비원들도 공동체의 한 일원이기 때문에 상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주민들의 뜻을 모았다”고 했습니다.

이 아파트 박달서 경비조장은 “입주민들이 경비원을 공동체 일원으로 생각해줘 고맙고 힘이 난다”며 “주민들을 돕는 자부심을 갖고 조금이라도 더 주민들에게 안전함과 편리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합니다.

어떻습니까? 감동적이지 않는가요? 자칫 상극의 인연으로 빠질 위험성이 있던 인연관계가 작은 양보를 통해 상생의 선연으로 바뀐 것입니다. 그 상생의 인연은 선인(善因) 선과(善果)로서 인과의 원리가 상생으로 순용(順用)됨을 이릅니다. 그 인연이 서로 돕고 의지하여 모든 일을 원만하게 성취하는 좋은 인연이지요.

예를 들어 부모와 자식에게 전생에 큰 은혜가 있어 그 은혜를 갚기 위해 금생에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생전에 부모가 기뻐하도록 극진히 봉양하고 사후에는 좋은 곳으로 모시기 위한 천도 재(薦度齋), 열반기념제 등을 성심으로 모시는 인연입니다.

반대로 상극의 인연도 있습니다. 상극의 인연은 악인(惡因) 악과(惡果)로서 인과의 원리가 상극으로 역용(逆用)됨을 이릅니다. 그 인연이 서로 대립되어 여러모로 미워하고 방해하는 좋지 못한 인연관계입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전생에 원한을 사서 그걸 갚기 위해 자식으로 태어나는 인연이지요. 작게는 부모 마음을 거스르고, 크게는 화가 부모에게 미치게 하며, 살아생전에는 맛있고 따뜻한 봉양을 올리지 않고, 죽은 뒤에는 황천에서도 모욕을 당하게 하는 악연입니다.

그럼 어떻게 상생의 선연을 이어갈 수 있을까요? 중화(中和)가 상생을 이루는 길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기가 맡은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신뢰가 있는 사람을 “됨됨이가 된 사람”이라고 하지요. 그러한 성품을 지니고 다른 사람의 좋은 일과 어려운 일에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의리(義理)에 따라 행동해 다른 사람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에게 덕(德)이 있다고 말합니다.

의리는 질서가 유지되고 상생할 수 있는 여건에 합당한지를 판단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덕이 있다는 것은 천도(天道)에 의해서 질서가 유지되고 생명을 보전하는 사랑의 정신을 그대로 본받아, 인의예지(仁義禮智)라는 사람의 사덕(四德)을 실천하는 태도를 갖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서 덕이란 사람이 사람다운 것을 말합니다. 지도자는 지도자다워야 덕이 있는 것이고, 학생은 학생다워야 덕이 있는 것이며, 학자는 학자다워야 덕이 있는 것이지요. 나라의 지도자가 지도자로서 덕이 없으면 나라에 큰 재앙이 발생하고, 학생들이 학생으로서 덕이 없으면 나라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며, 학자가 학자로서 덕이 없으면 그 학자가 속한 학문의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상생의 꽃을 피우려면 덕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덕이라는 글자를 ‘큰 덕’자라고 합니다. 능히 육도(六道 : 天道 人道 修羅 畜生 餓鬼 地獄)와 사생(四生 : 胎生 卵生 濕生 化生)을 감화시킬 근본이기 때문이지요. 참다운 덕인은 밝을 자리에 능히 밝고, 어두울 자리에 능히 어둘 수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상생의 꽃을 피우려면 매양 나만 못한 사람에게 조심하고 양보하는 것이 상책일 것입니다. 노(勞)와 사(使)가 조금씩 양보하여 이 땅에 상생의 꽃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나라로 만들어 가면 어떨 까요!

단기 4351년, 불기 2562년, 서기 2018년, 원기 103년 1월 24일

덕 산 김 덕 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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