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개혁'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이와, 尹 두둔하며 檢 내부망에서만 외치는 반대론자들
'익명의 당 관계자' 통해 "임은정 검사가 이연주 변호사 등을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다"고 한 '중앙일보'
"정정보도나 민사소송 제기하라는 조언 듣곤 하나, 검찰의 자정능력 회복을 위해 종종거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제가~"
손혜원 "어차피 절대로 응하지 않을 2명(김연아·임은정)에겐 전화조차 안 했다", 임은정 "잠시 황당하다가 다시 읽고 웃었다”
[서울 = 뉴스프리존 ] 고승은 기자 = "제가 열린민주당 공천에 관여하려 하였다는... 이 황당한 뉴스도 지금껏 대개 그래왔듯 그냥 넘어갈까 싶긴 했는데, 솔직히는 제가 정당의 공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물인 듯한 기사가 다른 기사들보다는 그래도 좀 덜 불쾌해서^^;;; 웃으며 넘어갈까도 싶긴 했습니다만, 기사 말미에서 하준호 기자님이 저에게 당부하신 대로 특정정당 공천에 관여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것이고, 공직자로서 이런 오보를 내버려두는 것 역시 공직자의 처신은 아니다 싶네요."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 22일 페이스북)
수사권·기소권 등을 독점, 언제든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조직은 검찰조직이다. 지난 88년 탈주범 지강헌이 목숨을 끊기 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고,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2000년 DJ DOC가 노래 '포조리'에서 "무전유죄 유전무죄 돈 없고 빽 없는 내가 죄!"라고 외쳤는데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이런 현실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검찰 내에서 검찰개혁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 그런데 검찰개혁에 반대하며 윤석열 총장을 두둔하는 대다수 검사들은 공개적으로 온라인상에 자신의 의견을 떳떳하게 드러내지 않는다. 검사들만 볼 수 있는 내부망 조직인 '이프로스'에만 거의 글을 올린다. 그들이 올린 일부 글들만 법조기자들을 통해 선택적으로 외부에 흘러나가곤 한다. 공개적으로 얘기하지 못할 무슨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대다수 언론들이 자신들의 스피커 노릇을 해주고 있음에도.
이들과는 반대로 검찰 내에서 검찰개혁을 앞장서서 주장하고 있는 임은정 부장검사(현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나 진혜원 부부장검사와 같은 경우엔 실명으로 SNS에 자신의 의견을 상세히 공개하고 시민들과 소통하려고 한다. 누가 보아도, 그게 훨씬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이다. 이렇게 떳떳한 자세를 취하는 이들을, 수구언론들이 공개적으로 흠집내려 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앙일보>는 18일자 <[시선2035] 열린공천 열린검사>라는 기사를 통해 임은정 연구관을 난데없이 끌어들였다. 지난 총선 당시 임은정 연구관이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공천에 관여한 것처럼 쓴 것이다. <중앙일보>는 "당시 복수의 당 관계자가 전해준 이야기"라며 마치 엄청난 비밀이라도 폭로하는 것처럼 썼다.
손혜원 전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주도해 만들어진 열린민주당은 전당원의 추천을 통한 '열린공천'을 토대로 비례대표 명단을 확정지은 바 있다. <중앙일보>는 이 과정에서 임은정 검사와 서지현 검사가 당원들의 추천명단에 올랐고, 손혜원 전 의원이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출마 의사를 물었는데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들이 검사 출신 이연주 변호사 등을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다. 이연주 변호사는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의 저자로, 검찰 내부의 온갖 추악한 실태들을 앞장서서 고발하곤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그가 쓴 책을 국회에서 꺼내 읽으면서 화제가 됐다.
<중앙일보>는 끝으로 임은정 연구관을 향해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에 대해 편향성을 우려하면서 왜 윤석열이 스스로 회피하지 않느냐고 공개적으로 따져놓고, 그런 그가 특정 정당의 공천 과정에 간접적으로나마 관여하려 한 행위는 과연 편향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일까"라고 공격했다. 윤석열 총장과 대립관계에 있는 임은정 연구관을 대놓고 헐뜯으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이에 임은정 연구관은 22일 페이스북에서 “검사는 공인이니 웬만하면 인내해야 한다는게 기본 입장이기도 하고, 가짜뉴스, 편향된 뉴스, 오보에 익숙해져 덤덤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정정보도를 청구하라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하라는 조언을 듣곤 합니다만, 우리 검찰의 자정능력 회복을 위해 종종거리는 것만으로도 벅찬 제가 언론의 자정까지 관심을 기울일 여력이 없어 언론보도에서 제 이름이 저와 무관하게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바라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가 열린민주당 공천에 관여하려 하였다는... 이 황당한 뉴스도 지금껏 대개 그래왔듯 그냥 넘어갈까 싶긴 했는데, 솔직히는 제가 정당의 공천에도 영향을 미치는 거물인 듯한 기사가 다른 기사들보다는 그래도 좀 덜 불쾌해서^^;;; 웃으며 넘어갈까도 싶긴 했습니다만, 기사 말미에서 하준호 기자님이 저에게 당부하신 대로 특정정당 공천에 관여하는 것은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것이고, 공직자로서 이런 오보를 내버려두는 것 역시 공직자의 처신은 아니다 싶었다"라며 문제의 기사에 대한 입장표명을 나선 이유를 전헀다.
그는 "며칠 전, 손혜원 의원님이 유튜브를 통해 공천 과정에서 저와 김연아 선수는 전화해봐야 거절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아예 전화를 안했노라 밝혀주셨던 터라, 편안하게 제 담벼락을 통해 첨부 기사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다"라며 <중앙일보> 기사는 명백한 오류라고 했다.
손혜원 전 의원은 지난 20일 <이런 자도 '기자님'으로 불러요?>라는 제목의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문제의 <중앙일보> 기사에 대해 "이게 말 같은 기사인지. 너무 어이가 없다"라고 꾸짖은 뒤, "단정적으로 한 마디 하겠다. 10위권 안에 들어있던 여성 후보자들 중에 제가 전화하지 않은 2명이 있다. 이 2명은 전화를 해도 우리 공천에 절대로 응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했기에, 하나마나 뻔해서 하지 않았다"며 "그 2명은 김연아 선수와 임은정 검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은정 검사의 전화번호도 내게 없다"며 임은정 연구관이 자신에게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했다는 <중앙일보> 보도는 명백한 허위임을 밝혔다. 손 전 의원은 "이런 사람에게 기자님이라는 호칭을 붙일 수 있을지, 그렇게 기레기 소리 안 듣고 기자님 소리 들을만한 자격이 있을지 궁금하다"며 문제의 보도를 한 기자를 꾸짖었다.
<중앙일보> 기사는 '당시 복수의 당 관계자'를 통한 익명 취재라고 밝혔다. 이런 '익명의 관계자'를 통한 기사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적잖다. 이는 대표적으로 <조선일보>가 북한 관련 보도를 할 때 흔히 쓰는 수법이 아니던가? 정체불명의 '대북 소식통' 즉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단독] 기사를 남발하는데, 그러다보니 '현송월(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총살설'처럼 어이없는 오보들도 쏟아진다. <조선일보> 기사에선 '총살'당한 사람이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을 우리는 목도하게 된 것이었다.
임 연구관은 "누구에게 어떻게 취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보도와 충고는 사실에 기반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기사에서 밝힌 사실관계는 틀렸지만, 저에게 한 충고 취지에는 일응 공감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저대로 공직자로서 언행에 좀더 유의할 테니, 하 기자님을 비롯한 많은 기자분들도 사실관계를 철저히 취재하시고, 치우치지 않은 공정한 보도 부탁드린다”고 충언했다.
그는 끝으로 “틀린 사실관계와 편향된 기사이긴 하지만, 제가 선거에 나가려고 목소리를 높였던 건 아니라는 해명기사로도 읽혀 잠시 황당하다가 다시 읽고 웃었다”라는 말도 추가로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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