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위 군림 검찰 공화국", '부패·경제·중요범죄' 확대하고 '직접 관련성' 조항 삭제
박범계 "제 식구 감싸기, 전 정권 털기 위한 시행령 개정"

[정현숙 기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 축소 및 단계적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이 원위치로 돌아가 검찰개혁이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
발언하는 추경호 부총리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분리)법'으로 제한된 검찰 수사 권한을 복원 하는 내용의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개정안이 7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개정안은 오는 10일 개정 검찰청법과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를 열고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으로 불리는 이 개정안에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의 범위를 성격에 따라 재분류하고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또 사법 질서 저해 범죄 등을 검찰청법상 '중요범죄'로 묶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지난 5월 9일 더불어민주당의 검찰청법 개정으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중요 범죄의 유형이 기존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 등'에서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으로 변경된 데 따른 조치를 완전히 돌려 놓아 야권은 물론 시민사회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국회에서 입법한 것을 대통령 시행령으로 무력화시킨 시행령 '쿠데타'로 의회 민주주의와 대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부정했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대통령 시행령이 법률보다 하위에 있는 것인데, 시행령으로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식이면 법률로 헌법을 파괴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논리여서 반드시 대통령을 포함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의결한 국무위원을 탄핵할 사안이라는 지적과 함께 헌법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정부가 끝내 헌법파괴의 길로 들어섰다"라며 "오늘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의 위임범위를 뛰어넘는 시행령 개정안이 의결되었다"라고 개탄했다.

그는 "국회의 입법권을 무시하고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의 대원칙마저 무너뜨린, 독재국가나 다름 없는 모습"이라며 "국회의 입법은 헌법을 뛰어 넘을 수 없다. 그와 마찬가지로 시행령과 시행규칙 또한 법률의 내용에서 벗어날 수 없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국회법 98조2에 따라 개정된 시행령은 10일 이내 국회로 송부된다. 국회는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정부는 검토 결과에 따른 처리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라며 "모법의 취지를 왜곡하는 시행령을 막기 위해 생긴 조항이지만, 아직 한차례도 작동된 적은 없다.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시행령의 위법성을 철저히 밝히겠다. 권력에 취해 폭주하는 윤석열 정부를 막기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8월 11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기획 주도한 '검찰 수사권 확대'의 입법 예고를 두고 "검찰 쿠데타"로 보고 반발했지만 이미 검찰 출신 인사를 전면에 배치한 윤석열 정부에 되치기를 당한 꼴이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2.9.7 [공동취재]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2022.9.7 [공동취재]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시행령 통치로 검찰수사권을 자의적으로 확대한 검찰쿠데타"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찰국 신설, 인사정보관리단에 이어 법무부가 시행령 통치로 국민의 알권리와 입법권을 무시하고 있으며 검찰수사권을 자의적으로 확대한 검찰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기동민·김의겸·김남국·박범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은 다음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직접수사 범위 시행령 개정과 관련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 정권에 대한 합법적 정치보복을 위해 법무부가 검찰 수사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의원은 이날 취재진에게 "한 장관이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대통령에게 수사권 범위에 대한 재량이 맡겨져 있다고 했는데 이거야말로 국회 입법권 침해를 자인하는 것"이라며 "그런 재량은 맡겨져 있지 않다. 헌법과 법률이 대통령 마음대로 하라고, 법무부 장관 마음대로 하라고 위임해놓지 않았다"라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부패 대응 역량을 이야기하는데 가소로운 일"이라며 "무슨 부패 대응 역량이냐. 제 식구 감싸기, 전 정권 털기 그것을 위한 시행령 개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꼬집었다.

검찰은 전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기소를 위한 경기도청 압수수색으로 포석을 깔면서 배우자 김혜경씨를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7일 소환했다. 전 정권 털기를 위한 시행령 개정이라는 박범계 의원의 말대로 이날 시행령이 의결되자마자 제1야당 대표 부부를 겨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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