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사 당일 차량 바퀴 반 잠길 정도로 침수..국방부 지원단 'VIP 도로' 배수작업 투입
전용기 "기록적 폭우에 대통령 퇴근 준비만 철저..천재지변보다 무서운 건 윤석열 정부의 안일함'

[서울=뉴스프리존]정현숙 기자= 지난 8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퇴근하면서 보니까 아래쪽에 있는 아파트들은 벌써 침수가 시작되더라"고 말했다.

전날 수도권 일대에 내린 80년 만의 폭우로 사망을 포함한 인명피해와 막대한 재산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피해 사망사고 현장을 다음날 찾아가서 한 발언이다.

30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당시 윤 대통령이 사용하는 전용도로도 참사 당일 낮부터 침수돼 1시간30분가량 배수 작업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도 집무실에 남아 재난 대응을 지휘하지 않고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 ‘전화’로 지시하면서 비판받았다.

대통령 전용도로가 이미 낮부터 침수돼 배수 작업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상치 않았음에도 당시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윤 대통령이 퇴근할 때는 상황이 발전이 돼 있지 않았다. 비가 온다고 해서 대통령이 퇴근을 안 하나”라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말했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 근무지원단에서 제출받은 근무일지에 따르면 지난달 8일 오후 1시44분쯤 근무지원단 소속 소방대가 ‘VIP 도로’ 배수 작업에 투입됐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 인접한 VIP 도로는 대통령의 출퇴근길로 사용되며, 대통령만 이용할 수 있다.

배수 작업 당시 이 도로는 차량 바퀴 반이 빗물에 잠길 정도로 심하게 침수돼 있었다고 한다. 한 목격자는 “도로의 연석 높이만큼 물에 잠겨 있어 일반 승용차가 지나다니기는 어려워 보였다”고 말했다. 이 도로를 복구하기 위해 9명의 소방대가 투입됐다. 배수 작업은 오후 3시20분이 돼서야 마무리됐다.

윤 대통령은 자신의 출퇴근길이 낮부터 침수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지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상황실이나 피해 현장을 방문하지 않고 이른 저녁시간인 7시30분경 서초구 자택으로 귀가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집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과 전화로 통화하며 피해 상황을 보고받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당일 밤 서울 곳곳에서 사망 사고가 잇따랐다. 오후 10시49분쯤 서초구의 한 도로 맨홀 안으로 남매가 빨려 들어가 이후 모두 숨진 채 발견됐다. 9일 새벽에는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이 밀려들어오는 빗물을 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전용기 의원은 경향신문에 “80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도로가 침수되고 지하철이 멈추는 등 서울이 마비된 상황에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퇴근을 위해서만 만전의 준비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천재지변보다 무서운 건 윤석열 정부의 안일함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재난대처 능력은 물론 대통령실의 현황 파악, 보고 체계 역시 엉망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그걸 보고 어떻게 퇴근을 하나“라며 "당연히 상황실로 돌아가서 진두지휘해야 한다. 현실을 너무 모르고 있다”라고 일침했다.

서울 폭우 당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이 물바다가 되는데 대통령은 뭐 하고 있냐는 비판이 쏟아졌고, SNS엔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 급속도로 번졌다”라고 윤석열 정부의 재난대처 능력을 지적했다.

윤건영 의원은 “(전화로 지시한다는 대통령실 해명은) 정말 궤변도 그런 궤변이 없다”라며 “아파트에서 어떻게 국가재난을 관리하고 그게 장악될 수가 있느냐?”라고 황당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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