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거리별 통계를 외면하고 핵산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엉터리 통계 발표"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 암 발생률, 전국 평균보다 31%나 높다"
최근 환경부가 월성원자력핵발전소 인근 주민들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 암 발생률보다 낮다고 발표하면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엉터리"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오히려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핵발전소 반경 10km 안쪽 거주민들의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31%나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환경부에서 실시한 ‘월성원전 주변 주민 건강영향조사’에서 밝혀졌다. 조사를 맡은 연구팀(연구책임자: 박수경 서울대 의대 교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치 암 발생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경주지역 시민단체 <경주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환경부는 사실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않고 월성핵발전소 인근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낮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최근 일본 후쿠시마 핵폐기수 방류에 대한 국민적 반발에 환경부가 호도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민중의소리' 기고에서 "대다수 언론이 환경부의 엉터리 보도자료를 인용하면서 건강영향조사의 결과와 시사점이 심각하게 왜곡됐다"라며 "이로써 윤석열 시대의 대한민국은 핵발전소 주변의 암 발생이 전국에서 가장 낮아지는 세계사적 과업을 이루었다. 비싼 돈 들여 암보험 가입하지 말고 핵발전소 옆에서 살면 된다"라고 꼬집었다.
이상홍 국장은 "환경부의 엉터리 통계는 어디서 나왔을까? 월성핵발전소 주변의 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은 것이 함정"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8일 월성핵발전소 소재지인 경주시 양남면에서 주민설명회를 열어 ‘월성원전 주변 주민건강영향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설명회는 시민사회와 언론이 핵발전소 인근의 암 발생 위험도가 타 지역보다 높다고 지적되자 환경부 차원에서 반박하고자 마련한 설명회였다.
환경부 측은 월성핵발전소 반경 5km 안쪽 지역(경주시 양남면·문무대왕면·감포읍) 거주민의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 대비 남성 88%, 여성 82%로 전국 평균보다 낮은 암 발생률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이 결과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및 국립암센터의 자료를 기반으로 2005~2020년 암 발생 빈도를 마을별로 조사해 분석한 결과라는 게 환경부 측의 입장이다.
하지만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 측 발표 결과에 대한 반박자료를 발표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 측) 연구팀은 양남면·문무대왕면·감포읍 단위로 암 발생률을 분석한 자료를 함께 제시하고, 환경부는 이 자료에 근거해 월성원전 인근 지역의 암 발생률이 오히려 낮다는 잘못된 결론을 도출했다”라고 밝혔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원전과 주민 암 발생(의 연관성)을 평가하기 위해선 철저하게 거리별 분석을 해야 한다. (환경부 측이 이야기하는 핵발전소로부터의) 반경 10~20km는 문무대왕면, 감포읍 면적의 절반을 포함한다. 그런 만큼 읍·면 단위 분석은 넓게는 반경 20km까지 포함하고 있어 거리별 분석이 불가능하며,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인구가 대거 포함된 데이터의 정확성을 희석시킨다”라고 지적했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필자는 이번 조사의 민관협의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필자를 비롯해 여러 위원이 이구동성으로 양남면, 문무대왕면, 감포읍을 한 덩어리로 묶는 데 반대했고, 월성핵발전소를 중심으로 거리별 암 발생률 조사를 제안했다"라며 "연구팀도 제안을 받아들여 거리별 통계를 작성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거리별 통계를 외면하고 핵산업계에 면죄부를 주는 엉터리 통계를 발표했다"라고 비판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에서 뚜렷한 암 발생 증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안쪽 거주민의 전체적인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 대비 1.31배 높았고, 암 종류를 구분하면 식도암 1.78배, 위암 1.54배, 간암 1.55배, 폐암 1.61배, 여성 유방암 1.14배, 갑상선암 1.42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반경 10~20km 주민의 암 발생률은 전국 평균보다 많이 낮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암 발생 통계를 거리별로 살펴본 데이타를 제시했다. 그는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31% 많다"라며 "반경 10~20km 주민과 비교하면 무려 44% 더 많다. 충격적이다. 주요 암을 살펴보면, 위암 54%, 간암 55%, 폐암 61%, 여성 유방암 14%, 갑상선암 42% 많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핵발전소 인근 거주민들의 삼중수소 피폭 문제도 언급했다. 핵발전소 반경 5km 이내 거주민 960명의 소변·혈액을 채취해 삼중수소 피폭 여부를 조사한 결과, 960명 중 739명(검출률 77.1%)으로부터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일회성 조사에서 77.1%가 나온 만큼, 시기를 달리해 반복적으로 조사하면 핵발전소 반경 5km 이내의 주민들은 전부 체내가 삼중수소에 피폭됐을 가능성도 있는데, 정작 환경부 측 연구팀은 960명 주민 중 86명을 ‘원전 출입자’로 분류해 피폭자에서 제외했다는 게 경주환경운동연합 측의 지적이다.
86명을 제외한 874명을 대상으로 하면 삼중수소 검출률은 75.7%로 낮아지며, 주민 1인당 삼중수소 검출량도 평균 10.3Bq/L에서 7.9Bq/L로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환경운동연합은 이에 대해 “86명을 원전 출입자로 분류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조사 참여 주민 중 9.3%에 이르는 주민을 배제한 것은 원전 주변 주민건강 영향조사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상홍 사무국장은 "월성핵발전소 반경 10km 이내 주민의 암 발생이 전국 평균보다 31% 많은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라며 "주민 960명의 소변 및 혈액 검사 결과는 극미량의 방사능 피폭도 임상 수치를 크게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금까지 저평가된 방사능의 인체 영향도 이번 조사를 계기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안전한 방사능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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