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김승지 기자=인사혁신처가 교과서를 외면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공무원 선발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최근 각종 시험에서 킬러문항이 이슈화되어 윤석열 대통령은 ‘킬러문항’ 시험문제 출제에 대한 제동을 건 바 있다. 대통령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교과서 중심의 시험문제 출제를 강조한 것인데 이는 수능을 몇개월 앞 두고 나온 발언이어서 졸속 행정으로 이어지고 말 것이라는 반발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변별력을 이유로 킬러문항을 써 왔던 기존의 출제 방식에 ‘강한’ 제동이 걸린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단, 반짝 이슈로 끝나고 마느냐의 문제가 남는다.
국가직·지방직 공무원 시험 출제를 총괄하는 이광열 전 과장은 2021년 2월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서를 충실히 보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 “항상 기본서를 중심으로 문제를 낸다. 학원에서 나온 책 안 보고, 참고자료로 삼지도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인사혁신처의 기본서는 현재 교육과정을 반영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일텐데, 말로는 이처럼 ‘공무원시험 출제문제는 교과서 중심’이라고 하면서 실제 교과서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4월8일 ‘2023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개경쟁채용 필기시험’에서 한국사 과목의 13번 문항이 복수정답임에도 기존 정답 가안 ‘④번’만을 최종 정답으로 결정했던 인사혁신처. 그로 인해 수 많은 수험생들의 반발을 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집권하여’ 추진한 사실을 고르라”는 문제 예시 문항 중 정답은 “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였다.”와 “④ 베트남 파병에 필요한 조건을 명시한 브라운 각서를 체결하였다.” 복수 정답이었다.
‘①번’의 ‘직선제 개헌’은 5·16 군사정변(1961년)후 ‘1962년 5차개헌’에 의해 시행되었는데 이는 대통령에 당선되기 전에 추진한 사항이다. ‘④번’의 ‘브라운 각서 체결’은 대통령에 당선되어 추진한 것이다. 즉 집권시기의 범위를 “어느 시기로 정할 것이냐”가 문제인 것인데 만약 인사혁신처의 의도대로 ‘④번’ 만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려면 ‘대통령에 당선되어 추진’이라고 표현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에서 ‘집권’의 의미는 “권세나 정권을 잡음, 권력을 한 군데로 모음”이다. 많은 교과서에는 “박정희는 군사정변으로 집권하였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추진하였다”라는 내용들이 기술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는 물론이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이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 각종 논문, 역사전문가들의 자료에도 박정희의 집권을 5·16 군사정변이라고 한다.
인사혁신처는 이에 대해 외부전문가들까지 위촉해 심도있는 검토를 했다는데 ④번이 정답이라고만 할 뿐 ①번이 왜 정답이 아니다라는 것은 답을 하지 못했다. 국가조직의 근간인 공무원을 발탁하는 행정부처로써 인사혁신처의 안일한 대처에 수험생들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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