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프리존]최정은 기자= 채 상병 순직 사건 발생 당시 해병대 지휘부가 대원들의 수중수색 투입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취지의 녹음파일이 추가로 공개됐다.
경찰이 막바지 수사를 이어가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지휘부 어디까지 적용될지 관심이 쏠리고있는 가운데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의 시발점으로 지목되는 'VIP 격노설'을 뒷받침하는 인적·물적 증거가 속속 추가로 드러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채 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윤석열 대통령이 수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에 대해 "억지 프레임을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27일 "박정훈 전 단장 측이 'VIP 격노설'이 기정사실이고, 이 때문에 국방부 장관 등을 포함한 피고발인들의 범죄가 성립되는 것처럼 밝히고 있다"며 공수처에 이 같은 내용의 3차 의견서를 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이 전 장관은 지난해 7월 31일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사실이 없으며, '사단장을 빼라'는 말을 들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의 격노를 접한 이 전 장관의 지시로 임성근 해병 1사단장이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는 박 전 단장 측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
김 변호사는 "해병 1사단장을 포함한 4명에 대해선 혐의 유무에 대한 의견을 달지 않고 사실관계를 적시해 경북경찰청에 넘겼던 것"이라며 "수사대상에서 제외한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해병대 수사단장에게는 이첩 권한이 없고 국방부 장관이 최종 결정권자"라면서 "장관이 이첩을 결재했으나 취소할 권한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공수처를 향해 "신속한 수사와 결정으로 소모적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달라"고 말했다.
국군 통수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실제로 격노했는지는 진실 규명의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지만, 보다 구체적 지시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느냐가 수사 범위와 책임소재를 가를 쟁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법조계에서는 나온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가 확보한 'VIP 격노설' 관련 증거는 지난해 7∼8월 채 상병 사건 조사 결과의 이첩 보류, 자료 회수, 국방부의 재검토 등에 대통령실의 관여가 있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정황으로 꼽힌다.
공수처로서는 현재 피의자로 입건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나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넘어 '윗선'으로 수사를 확대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다만 공수처가 윤 대통령의 '격노'를 확인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격노의 내용에 국방부가 경찰에 인계할 수사 서류에서 혐의자 등을 빼라는 '구체적인 지시'가 포함되는지가 향후 수사의 쟁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는 설령 윤 대통령이 격노한 것이 사실이더라도 군 문제에 관해 의사 표현을 한 것뿐이므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가 될 수 없다는 최근 여권 일각의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화를 내면서 '일선 사단장을 처벌할 수 있냐'는 의견을 표시하는 정도는 지휘 라인에 있는 국군 통수권자로서 가능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사단장은 입건·처벌하지 않도록 하라'고 명령했다면 독립된 수사권을 건드리는 셈"이라고 말했다.
부장판사 출신인 다른 변호사도 "명시적으로 '혐의자에 사단장까지 포함하는 게 옳지 않다'는 말이 없었고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을지 모호하다"고 평가했다.
군검사 출신인 법무법인 안팍의 장현수 변호사는 "대통령이 '관련자를 다 처벌하면 누가 사단장을 맡겠냐' 정도의 개인적인 견해만 밝혔다면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심리하기에는 추상적인 측면이 있다"며 "부적절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직권남용 행위가 증명돼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의 직권을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만큼 격노했다는 정황만으로도 수사 과정에 외압을 가하려는 의도가 입증된다는 반론도 있다.
구체적 지시 또는 명령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격노, 즉 대통령이 '크게 화를 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하급자들에게는 압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군법무관 출신 변호사는 "'다음 사망 사건을 처리할 때는 이런 점을 잘 살펴라'는 권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사단장을 입건하지 말고 기록도 다시 가져와라'는 취지가 있었던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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