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도하의 신문에 눈에 띄는 사진이 실렸다. 강력한 범죄조직 소탕 작전을 펴는 엘살바도르발 기사였다. 새로 지은 교도소(세코트)로 이감되는 갱단원의 사진이었다. 그들은 웃통을 벗고 반바지 차림이다. 빼곡히 포개져 앉은 그들의 몸은 온통 문신투성이다.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 (사진=연합)
정의당 류호정 전 의원 (사진=연합)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문신이 크게 화제가 된 일이 있다. 지난 2021년 6월 류호정 전 의원에 의해서다. ‘문신 합법화’를 촉구하는 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돌발적 퍼포먼스를 행했다. 훤히 드러낸 등에는 문신 스티커를 붙이고 나타났다. 그는 실제로 왼팔에 ‘42299’라는 숫자를 문신했다. ‘42299’는 타투·반영구 화장 노동자의 직업분류 코드다. ‘타투 노동자의 차별’을 몸에 새긴 것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문신은 의료행위다. 대법원은 1992년에 그런 판단을 내렸다.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문신 새기면 불법 의료행위가 된다.

그럼 길거리에서도 문신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범법자일까. 아니다. 문신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다만 의사가 아닌 자가 문신을 새기면 의료법 위반자가 된다. 이 법은 우리 사회가 문신에 대한 거부감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부정적 시각은 ‘문신의 수입’ 과정에 만들어졌다. 문신은 1980년대 일본의 야쿠자에 의해 들어왔다. 일본 야쿠자의 성장은 일본의 산업화와 궤를 같이한다. 야쿠자가 주도하는 사업도 한국에 진출했다. 이때 문신도 함께 들어왔다. 주로 조폭과 폭력배가 그것을 따라 했다. 충성심이나 유대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다. 문신은 조폭의 상징이 됐다. ‘음지의 문화’로 인식됐다. 특히 영화에서 ‘문신=조폭’이라는 등식을 공고히 했다. <범죄와의 전쟁>, <해바라기>, <조폭마누라>에서 문신한 사람은 조폭 두목이거나 두목의 부인이었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문신, 예술이 되다

문신은 2000년대부터 양지로 나왔다. 자기표현과 개성으로 수용됐다. 2019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의하면, 20대의 26.9%, 30대 25.5%가 타투 경험이 있다고 한다. 타투를 경험하지 않은 10대 중 47.2%가 문신을 할 의향이 있다고 한다. 수치로 보면,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문신 대중화에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가 한몫했다. 특히 가수 이효리는 ‘봄에는 사뿐히 걸어라. 어머니 같은 지구가 임신 중이니’라는 인디언 속담을 팔뚝에 새겨 눈길을 끌었다. 래퍼 칠린호미는 얼굴 문신을 했다. 오른쪽 눈 밑에 유비무환이라는 한자를 새겼다. 전신 문신을 한 한 래퍼는 “내 몸은 일기장”이라며 자랑했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육체의 엄숙주의는 서서히 무너졌다. 하지만 보수적인 집단에서는 문신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하다. 2020년에야 전신 문신을 한 사람도 현역 군인이 될 수 있었다. 정보기관인 국정원 응시는 불가능하다.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에도 문신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현행법상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문신 시술 행위를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하기 위한 국가시험 개발 연구용역을 24년 3월에 발주했다
정부가 현행법상 의료인에게만 허용되는 문신 시술 행위를 비의료인에게도 개방하기 위한 국가시험 개발 연구용역을 24년 3월에 발주했다

그렇다면 옛날 우리나라 사람은 문신하지 않았을까. 그렇지 않다. 문신의 역사는 거의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삼한시대에 문신했다는 기록이 있다. 문신은 안전의 기원하는 어부의 마음이었다. 물 사고 예방을 위해 문신했다는 얘기다. 문신 기록은 사라졌다. 고려 때 다시 등장한다. 묘청의 난에 참여한 반역 죄인에게 ‘서경역적(西京逆賊)’이라는 글자를 얼굴에 새겼다. 징벌용이었다. 조선시대에도 도둑에게 내린 형벌이 문신이다. 세종 연간의 일이다. 집권 초기 7년 동안 끔찍한 가뭄이 덮쳤다. ‘세종대한(世宗大汗)’이었다. 도둑이 창궐했다. 그들에게 양 볼에 먹물을 새겼다. 이를 ‘경면(黥面)’이라고 한다. 우리가 흔히 호되게 꾸중을 듣거나 창피를 당했을 때 ‘경(黥)을 친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경’이 바로 형벌인 자자형(刺字刑)이다. 소나 말을 훔치면 도우(盜牛), 도마(盜馬), 장물아비는 절와(竊窩), 강와(强窩)라고 볼에 새겼다. 어떻든 글자가 얼굴이나 팔에 새겨진 사람은 ‘왕따’ 당했다. ‘경친 놈의 집’이라는 딱지가 붙었다. 마을에서 살 수가 없었다. 문신은 오욕의 증거였다. 영조는 자자형을 폐지했다.

문신으로 연정을 표하다

조선은 효의 나라다. 제일의 효도가 부모로 물려받은 몸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몸에 상처를 내는 게 가장 큰 불효였다. 머리조차 자르지 않았다. 그렇다고 완전히 문신이 없었던 건 아니다. 유교 윤리가 조선 사회에 완전히 정착되기 전까지의 얘기다. 사랑하는 사이에는 연정의 표시가 문신이었다. 이를 ‘연비(聯臂)’라고 했다. ‘조선왕조실록’ 성종 11년에는 ‘어을우동’이 정을 나눈 남자의 팔뚝이나 등에 문신했다는 기록이 있다. 어을우동의 팔에도 6개의 연비가 있었다. 물론 각기 다른 남자에서 전한 사랑의 마음이었다.

문신은 상대적으로 해양 문화권에서 발달했다. 일본은 그 역사도 깊다. 297년에 편찬된 《중국 왕조사》는 ‘일본인은 애, 어른 할 것 없이 얼굴과 몸에 문신을 새겼다’라고 기록했다. 당시 문신은 지위의 표시였다. 홋카이도 원주민인 아이누족도 팔, 손등, 입 주위에 문신했다. 아이누 사람은 문신해야 후손이 조상의 인도를 받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주 옛날에는 일명 전신 문신인 이레즈미(入れ墨)는 없었다. 이레즈미는 ‘먹물을 넣는다’라는 뜻이다. 에도시대에 생긴 것이다. 사무라이가 가문의 문양을 몸에서 새기면서 다시 대중적 유행이 시작됐다. 전신문신은 중국 소설 《수호지》가 계기가 됐다. 수호지에 나오는 구문용(용), 화화상(꽃) 등의 문신이 큰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수호지에 나오는 등 문신에서 힌트를 얻어 전신 문신을 하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이레즈미다. 당시 일본의 문신 아티스트를 ‘호리스’라 불렸다. 문신 장인이었다. 이들이 새긴 문신은 한 벌의 옷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잉어 문신한 사람이 야쿠자의 보스?

일본인은 자연과 신선, 짐승 문신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특히 호랑이를 좋아한다. 몸에 새긴 호랑이를 ‘호축삼재(虎逐三災)’라고 한다. 호랑이가 물, 불, 바람으로 인해 생기는 자연재해에서 막아준다고 믿는다. 용, 잉어도 잇템이다. 잉어는 장수와 부를 뜻한다. 잉어 문신한 야쿠자는 많은 부하를 거느린 보스임을 나타낸다. 용을 새기면 부귀영화를 누리고 신수가 좋아진다고 여긴다. 채색하지 않고 형태만 그리는 문신도 있다. ‘수비보리’라고 한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계속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단다. 주로 야쿠자 문신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일본도 문신한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온천이나 목욕탕에는 문신한 사람은 입장할 수 없다. 위화감을 준다는 이유 때문이다.

블로그 갈무리
블로그 갈무리

중국에서 문신의 고장은 남방지역이다. 한족은 남방지역에 사는 ‘미개한 사람’을 ‘조제(雕題)’라고 불렀다. 문신한 사람을 뜻한다. ‘비루한’ 남방 문화도 그렇게 불렀다. 문신에 대한 중국의 부정적 시각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얘기한 수호지에서 문신은 결연한 의지나 장대한 포부, 강한 남성의 상징이었다. 고전 작품 등을 제외하고는 문신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문신 혐오’ 분위기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청소년 문신 금지 명령을 내렸다. 중국 정부는 또 스포츠 선수도 문신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미 문신이 있는 선수는 그것을 지워야 했다. 사기업에서도 문신에 대한 엄격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기업에 합격한 취업생이 회사로부터 문신을 이유로 취업 취소 통보를 받았다. 이처럼 ‘문신 통제’가 강화된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에서도 문신이 대중적 관심을 끌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