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윤의 축구병법] 용병과 같은 뛰어난 활약 국내파 탄생 필요
2000년대 이후 K리그 무대에 용병의 각축전은 그야말로 치열했고, 상대적으로 기량 또한 출중하여 경쟁을 펼치는 국내 선수의 기량 발전에도 한 몫 했다. 그 중 대표적인 선수는 데얀 다먀노비치(43.몬테네그로)다. 2007년 처음으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K리그에 데뷔한 데얀은 FC 서울(2008~2013, 2016~2017)에서 득점 머신으로, 2010, 2012, 2016년 K리그와 2010년 리그컵 및 2019년 FA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K리그1 최우수선수(MVP) 수상은 물론 2011, 2012, 2013년 시즌 3회 연속 득점왕과 2010년에는 리그컵 득점왕까지 거머쥐었다.
하지만 데얀은 전성기를 지난 이후에도 식지 않은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수원 삼성(2018~2019), 대구 FC(2020~)에서 통산 336경기 출전 193골 46도움이라는 개인 기록을 달성, K리그 용병 이미지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주인공으로 우뚝섰다. 이만큼 용병 선수들은 각 포지션에서 발군의 기량으로 K리그에서 맹위를 떨치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그 중 K리그에 한 획을 그은 말컹(30.알 아흘리)도 용병 중 대표 주자로 진가를 뽐냈다.

브라질 상파울루 동네 축구선수 출신이었던 무명의 말컹(K리그 등록명)은 2016년 K리그2 경남 FC에 무상 임대되어 데뷔 무대인 2017년 시즌 개막 경기부터 골 사냥에 성공, 경남 소속 선수로서 K리그1(클래식), K리그2(챌린지) 통틀어 처음으로 22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며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 등 2관왕을 차지했고 팀의 K리그1 승격까지 이끌어 냈다.
말컹의 맹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18년 시즌 K리그1 무대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맹활약으로 또 다시 득점왕과 MVP를 독식, K리그 용병 36년 역사에 독보적인 인물로 우뚝섰다.
K리그 무대에서 용병의 두드러진 특징은 최전방 스트라이커 포지션에서의 돋보이는 활약상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국내 선수보다 우월한 기술적, 신체적인 능력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속에 현재 대구 FC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 세징야(35)의 활약은 그야말로 용병 중에선 독보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징야는 2016년 K리그 무대에 이름을 올린 후 올해까지 8시즌을 뛰며, 2013년 승강제를 도입한 뒤 최초로 2022년 K리그1, 2를 합쳐 통산 50득점과 50도움(50-50 클럽 가입)의 역사를 썼다. 또 모든 시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김천 상무와의 27라운드에서는 팀 통산 '1000호 골'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군계일학' 세징야는 대구의 K리그1 승격은 물론 2018년 FA컵 우승과, 2021년 AFC ACL 진출 등 영광의 주역이 됐다.
K리그에 용병의 활약상은 현재진행형으로서 올해 시즌 K리그1에서 인천 유나이티드 스테판 무고사(32.몬테네그로)가 13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뒤를 이어 FC 서울 일류첸코(34.러시아)가 12골로 무고사를 바짝 뒤쫒고 있다. 도움 순위 또한 수원 FC 안데르손 올리베이라(26.브라질)가 11회를 기록, 공동 6회의 전북 현대 송민규(25)와 강원 FC 이상헌(26)을 멀치감치 따돌린 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K리그2에서도 용병의 활약상이 돋보인다. 천안시티 FC 모따(28.브라질)가 11골로 득점 1위를 달리고 있으며 서울 이랜드 브루노 실바(24.브라질)와 성남 FC 네오나르도 후이즈(28.콜롬비아)가 10골로 모따를 턱밑까지 추격하면서 득점 랭킹 1~3위를 용병들이 차지하고 있다. 도움 또한 부천 FC 호두리구 바사니(26.브라질)와 FC 안양 마테우스(27.브라질)가 7회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부산 아이파크 라마스(30.브라질)의 6회로 호시탐탐 선두 등극을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용병들의 이 같은 뛰어난 활약상이 시즌 종료 시까지 보장하기 힘든 리그가 바로 K리그이기도 하다. 그만큼 K리그는 용병들에게는 기후, 환경, 언어, 문화를 비롯하여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20년 시즌 기준 용병 3+1+1(아시아, 동남아시아 쿼터 포함) 규정을 도입 현재 이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K리그 각 구단은 주를 이뤘던 브라질 출신 용병을 벗어나 아시아쿼터 선수 영입은 물론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중위권 국가 및 하부리그 출신과 함께 다양한 국적의 선수 영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능력 부족으로 인한 조기 퇴출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용병 영입 전 기량과 부상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필수가 됐다. 이를 소홀히 한다면 아무리 용병 활약 여부에 '일희일비'하는 K리그 상황이라 해도 팀에게 '득'이 될 수 없다.
2024년 시즌 FC 서울 K리그 역사상 최고의 빅네임 영입으로 평가받으며 이에 걸맞는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제시 린가드(32.영국)의 경우 K리그 역사 41년에서 볼 수 없었던 패스 등 차원이 다른 능력을 보여주고 있어 용병 영입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이어 광주 FC가 포르투갈 3부 리그에서 영입한 가브리엘(23.브라질)도 성공 사례다. 가브리엘은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을 소화하며 질높은 패스, 드리블, 슈팅 등으로 높은 팀 기여도를 과시하며 제2의 말컹으로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뭐라해도 K리그에 부여된 근본적인 과제는 용병이 아닌 국내 선수들이 커 나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K리그에서 '용병으로 인하여 국내 선수는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는 말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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