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독자개발 양자칩 '마요라나1' 발표
"수십년 아닌 수년 내 양자 컴퓨팅 가능"

현존하는 컴퓨팅 능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수 있는 양자 컴퓨팅의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19일(현지시각) 블로그에서 양자칩인 '마요나라(Majorana)1'을 발표했다. MS는 이 칩이 '세계 최초의 위상 큐비트로 구동되는 양자칩'이라면서 "실용적인 양자 컴퓨팅을 향한 획기적 도약"이라고 자평했다.
MS는 특히 이 칩에 대해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인증했으며 양측이 향후 최종 단계 연구를 함께 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S는 "오류에 내성을 가진(fault-tolerant) 프로토타입을 몇 십년이 아닌 몇 년안에 구축하려 한다"고 했다. 이는 양자컴퓨터를 몇 년안에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대해 구글과 IBM이 예측한 양자컴퓨팅의 도래 시기와 같다면서 컴퓨팅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가 최근 전망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란
전통(고전) 컴퓨팅에서 사용하는 비트(bit) 대신 큐비트(qubit)를 사용하는 컴퓨팅을 말한다. 비트는 0과 1로 모든 정보를 저장하지만 큐비트는 0과 1을 동시에 가지는 '중첩' 상태로 저장한다.
큐비트는 또 다른 큐비트와 강하게 연결되며 '얽힘' 상태를 갖는다. 하나의 상태가 변하면 다른 쪽도 즉시 영향을 받는다. 이런 '중첩'과 '얽힘'의 특성은 여러 가지 계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병렬 연산 능력과 연산 속도 측면에서 전통 컴퓨팅을 압도하는 수준을 이끌어낼 수 있다.
따라서 소인수분해나 최적화 문제와 같이 현존 컴퓨팅으로는 수백년 걸릴 연산이나 신약 개발과 같은 복잡한 작업을 양자 컴퓨팅은 이론적으로는 초 단위로 해낼 수 있다고 연구자들이 말하고 있다.
큐비트는 전자, 원자, 광자처럼 자연 상태에서 존재하며 초전도 큐비트, 이온 트랩 큐비트, 양저점 큐비트 처럼 인공적으로 생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큐비트는 불안정하기 때문에 컴퓨팅을 위해선 '중첩'과 '얽힘'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난제가 있다.

비유적으로 설명하자면 동전을 공중으로 튕기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손가락으로 튕겨서 위로 던지면 동전은 돌면서 앞도 뒤도 아닌 앞뒤가 '중첩된' 상태가 된다.
동전 두 개를 보이지 않는 실로 연결해서 동시에 튕겨 올리면서 한 개가 앞 면이 보일 때 다른 한 개는 뒷 면이 보이도록 한다면 '얽힌' 상태가 된다. 큐비트의 상태 유지는 이 중첩되고 얽힌 상태의 동전 두 개를 그대로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일과 비슷한 것이다.
또 이 때 바람이 불거나 손이 떨리면 동전 던지기는 방해 받을 수 있다. 큐비트는 온도변화나 전자기파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예민하게 받는다. 이런 방해요인(노이즈)이 있으면 큐비트는 잘못된 연산결과를 내놓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 때문에 양자 컴퓨팅 개발자들은 '양자 오류 정정(Quantum Error Correction)'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큐비트는 이와 함께 극도로 낮은 온도에서 장치가 작동해야 유지된다. 온도가 절대 영도인 섭씨 -273.15도 근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초전도체 기술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유지 비용이 매우 높다.

위상 큐비트
MS가 활용했다는 위상 큐비트(topological qubit)는 위상학적 특성을 이용해 정보를 저장하는 큐비트다. 위상학적 특성이란 물체의 형태가 변해도 유지되는 속성을 말한다. 예를 들어 도넛 모양의 물체는 찌그러뜨려도 구멍이 하나 있다는 특성은 유지한다.
위상 큐비트는 이런 특징 때문에 외부 간섭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안정적이다. 여기엔 특정 조건에서 입자와 반입자가 같아지는 '마요라나 페르미온(Majorana fermion)'과 2차원 평면에서 움직일 때 특이한 통계적 성질을 보이는 '아니온(Anyon)'이 있다.
MS가 이번에 발표한 양자칩은 '마요나라 페르미온'을 이용한 것이다. 이에 앞서 구글은 '아니온'을 활용한 양자칩인 '윌로우'를 지난해 12월 공개했다.

양자 컴퓨터 상용화 시기에 대한 논란
구글이 지난해 '윌로우'를 내놓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는 지난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CES2025)의 전문가 간담회에서 양자 컴퓨팅에 대해 상용화되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구글은 상업용 양자 컴퓨팅 어플리케이션이 5년안에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고 IBM도 대규모 양자 컴퓨터가 2033년까지는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기술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팅 시대의 도래 시기에 대한 논란이 있다.
필립 킴 미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마요라나1'을 높이 평가하면서 수년 내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는 MS의 계획에 힘을 실었다. 그는 이 칩에 대해 MS를 양자 연구의 최전방으로 이끈 "흥미진진한 발전"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또 "아직 시연되지는 않았지만 그들(MS)이 하고 있는 일은 정말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양자 컴퓨팅의 위험
양자 컴퓨팅은 상용화 수준에 이르면 인공지능(AI)을 비롯해 금융, 의료, 신약 개발, 기후 예측 등 광대한 분야에서 현대기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강력한 기술인 만큼 부작용도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경제포럼(WEF)는 오는 2030년에 양자컴퓨터 기술의 발전으로 모든 암호가 풀려버리는 세계적인 보안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2023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연차 총회에서 경고했다.
WEF는 당시 보고서에서 미국 국토안보부가 이르면 2030년께 양자컴퓨터가 현존하는 전 세계 암호를 모두 해독해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면서 국제협력을 통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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