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 사태를 통해 본 제도와 권력의 공모

불법 대리수술은 단순한 ‘의료 과실’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것은 명백한 ‘형사 범죄’이며, 인간의 생명과 존엄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반인륜적 행위다.

면허 없는 자가 인체를 절개하고, 수술 기구를 삽입하며, 오로지 금전적 이익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이 참담한 행태는 의료계의 어두운 그늘 속에서 오랫동안 ‘공공연한 비밀’로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제,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 사례가 바로 연세사랑병원 사건이다.

이 병원은 환자의 동의 없이 비의료인에게 수술을 맡겼다는 중대한 혐의로 사법 절차에 회부된 상태다.

그러나 수년에 걸친 지속적인 보도와 수많은 피해자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터무니없이 지연되고 무기력한 사법 처리, 형식적 수준에 머무른 행정조사, 그리고 사건을 축소하려는 듯한 관할 경찰서의 행태는 국민들로 하여금 깊은 분노와 허탈감을 안기고 있다.

대리수술, 방치한다면 반복될 ‘의료살인’

의료법상 ‘대리수술’은 명문화되어 금지되어 있지 않으며, 의료인이 아닌 자를 포괄적으로 ‘무면허자’로 규정할 뿐이다.

그 결과 현실에서는 대리수술이 ‘무면허 의료행위’ 혹은 ‘의료법 위반’ 수준의 경미한 법적 판단으로 귀결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는 중대한 형사 범죄를 행정 질서 위반에 불과한 사안으로 축소하는 왜곡된 현실을 반영한다.

이로 인해 대리수술을 지시하거나 방조한 의료인은 실질적 처벌을 회피하거나, 기껏해야 수개월의 면허 정지나 벌금형에 그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의료 현장에 복귀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사건이 특히 충격을 자아내는 이유는, 피해자들이 구체적 증언과 명백한 영상 증거까지 제출했음에도, 수사기관이 반복적으로 ‘혐의 없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 때문이다.

관할 경찰서는 수차례에 걸쳐 과대광고, 무면허 의료행위 등 핵심 쟁점에 대해 무혐의로 종결지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마치 망상이나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처럼 취급당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동일한 방식의 대리수술이 타 병원에서 은밀히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국가기관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경찰 등 관계 당국의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대응이다.

최근 한 환자는 수술 이후 극심한 후유증을 호소하고, 수술자가 의사가 아닐 가능성이 농후함에도 불구하고, 복지부는 의료기관의 ‘자율정화’를 언급하며, 재판 결과 확정 전까지는 개입할 수 없다는 소극적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나 감독 조치는 거의 전무한 상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역시 보험 청구 내역을 통해 수상한 수술 패턴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추적하거나 관계기관에 통보하는 시스템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있는 가운데 지난해 6일간의 합동조사 결과 부정수급 정황이 밝혀져 이에 맞는 상황을 진행중이라는 답변 뿐이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별 병원의 일탈’이 아니라, 의료제도의 구조적 결함과 국가 감독 기능의 붕괴를 여실히 드러낸 상징적 사례다.

그 결과, 의료계 내부에 암묵적 카르텔이 형성되고 있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은 법적·제도적 사각지대 속에서 지속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이렇듯 지금의 의료법 체계로는 정의 구현은 요원하다.

현재 대리수술에 연루된 의료인들 대부분은 ‘의료법 위반’이라는 틀 안에서만 처리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법 적용 방식이 ‘비면허자의 의료행위’라는 범죄의 본질을 흐리게 만들고, 사기죄나 상해죄 같은 형법 조항 적용을 누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한 예로,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출입해 의료행위를 한 정황이나, 109명의 성명불상자가 수술 또는 줄기세포 채취를 했다는 공소장 내용은 충격 그 자체다. 이는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가해자는 실종된, 기형적인 수사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병원이나 해당 의사 및 병원장은 “벌금만 내면 다시 개원하면 된다”는 식의 뻔뻔한 태도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연평균 3,300건이 넘는 수술을 의하 한 명이 단독으로 집도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속에 연세사랑병원에 대한 재판이 ‘의료법’ 위반만으로 제한될 경우, 이는 향후 수많은 병원들에게 “적발돼도 이 정도면 그만”이라는 위험한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다.

환자들은 평생 건강을 잃고 고통 속에 살아가는데, 가해자들은 다시 수술도구를 손에 쥐는 이 현실은 결코 정의라고 할 수 없다. 우리는 의료법의 한계를 인정하고, 이를 형법적 처벌 체계로 확장할 수 있는 입법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국회의 침묵, 언론의 외면

이번 사태를 단순히 연세사랑병원 단일 병원의 문제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는 제도적 공백이 드러난 사안이며, 국회가 입법적 책임을 다해야 할 중대한 영역이다.

그러나 지금껏 국회는 이 사안에 대해 거의 침묵하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이 문제를 지적했지만, 이후 입법으로 연결되지 않았고, 청문회나 국정조사 등 실질적인 후속 조치는 전무했다.

언론 역시 몇몇 매체를 제외하고는 지속적인 취재와 보도에 소극적이다. 이는 의료계의 공고한 카르텔, 광고에 대한 언론의 의존, 의료법인의 막대한 경제적 영향력 등을 의식한 결과는 아닐까.

진실을 밝히고 권력을 견제해야 할 언론이 눈치를 보고, 입법을 책임져야 할 정치권이 외면할 때,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전가되고, 병원과 의사는 반대급부의 이익을 취하는 왜곡된 구조만이 남는다.

정의는 법의 경계를 넘을 때 시작된다

연세사랑병원 사건은 단순한 병원의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권력, 자본과 무능이 결탁하여 국민의 신뢰를 철저히 저버린 ‘의료 사기극’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단순한 행정처분이나 의료법 개정이 아니다. 이는 형사 법정에서 엄중히 다루어져야 할 중대한 범죄이며, 관계자는 사기죄, 상해죄, 업무상 배임 등 가능한 모든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더불어 수차례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시킨 수사기관의 관계자들에게도 철저한 감찰과 조사가 뒤따라야 한다. 수사기관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피해자는 두 번 죽는다.

연세사랑병원 사태는 단순한 의료윤리의 문제를 넘어, 제도와 권력, 그리고 사법기관의 무기력이 만든 복합적 재난이다. '의사'라는 신분의 탈을 쓴 자가 아닌 이들이 메스를 잡고 생명을 다루는 동안, 국가와 법은 침묵했고 언론은 외면했으며, 피해자는 버림받았다.

이 사건이 말해주는 진실은 명확하다. "지금의 의료법 체계는 생명을 지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며, 정의를 구현하기엔 지나치게 온순하다"는 결론이다.

국민이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거창한 이상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이다. 수술실에 들어가는 환자가 ‘누가’ 수술을 하는지 알 권리, 잘못된 의료행위에 대해 ‘누가’ 책임지는지 따질 권리, 그리고 그런 책임을 지게 만들 수 있는 법과 제도의 실효성이다. 이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더 이상 문명국가라 말할 수 없다.

더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맡겨야 할 의료계에 대한 신뢰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너지고 있으며, 이를 외면한다면 우리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불신의 늪에 빠지고 말 것이다.

대리수술은 명백한 범죄이며, 이를 방조하거나 외면하는 자들 또한 공범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 있는 입법, 단호한 수사, 그리고 진실을 외면하지 않는 사회 전체의 감시와 참여이며 진실을 직시하는 언론도 그 책임과 소임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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