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저널리스트

‘인공지능 에이전트(AI Agent)’가 스마트폰의 ‘아이폰 모멘트’처럼 인공지능 서비스 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인공지능 에이전트가 생성 인공지능의 다음 단계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폰 시리와 같은 기존의 음성비서, 챗봇 서비스는 답변이 정형적이고 수동적이었다. 이와 달리 AI 에이전트는 능동성과 자율성이 특징이다. 예를 들면 “내일 일정 짜줘”라고 말하면 AI 에이전트가 이용자의 개인적인 기록과 인터넷에 접속해 내용을 파악한 뒤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식이다.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울 때 AI 에이전트에게 일정·예산·루트를 제공하며 요청하면 내 취향과 경제 사정을 잘 아는 지인이나 전문 여행컨설턴트가 짜준 것처럼 맞춤형 일정·예산 표가 만들어진다. 업무와 관련해서도 구체적 내용을 지시하면 순식간에 결과물을 제공한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일정기·메일·메시지·금융·내비게이션·검색·쇼핑 등 날마다 수십개 앱을 열어서 각각 수행하는 일을 AI 에이전트는 이용자를 대신해 처리해줄 수 있다.
인공지능 선도 기업들과 경영자들은 이러한 AI 에이전트를 AI 기술의 수익모델로 보고 사업화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2024년 5월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2025년은 AI 에이전트 시스템이 주류가 될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를 인공지능 기술의 ‘킬러앱’으로 소개했다.
소프트뱅크는 2024년 3분기 오픈AI에 5억달러를 투자하며 “AI 에이전트가 곧 집안 전체를 관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아마존은 2024년 10월 쇼핑을 도와주는 ‘자율 쇼핑 AI 에이전트’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엔트로픽·세일즈포스 등도 AI 에이전트 사업화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컨설팅기관 가트너는 2024년 10월 보고서를 통해 “2028년이 되면 최소 15%의 일상적인 업무 결정이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AI 에이전트를 향후 몇 년간 주목해야 할 기술트렌드로 선정했다.

‘AI 에이전트’는 AI의 수익성 의혹을 불식시킬 돌파구로 여겨지며 주목받고 있다.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를 창간해 오랜 기간 편집장을 지낸 미래예측가 케빈 켈리는 “거대 언어모델 인공지능을 ‘범용 인턴(Universal Intern)’으로 써야 한다”고 말한다. ‘범용 인턴’이라는 말은 AI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중요한 지침을 제시한다.
‘AI 에이전트’가 한정된 영역의 특정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독립적 행위자라면, ‘범용 인턴’은 용도와 범위가 특정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범용 인턴은 ‘만능 비서’라는 말로 바꿔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각자에게 있어 인공지능 ‘만능 비서’의 주된 용도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미국의 게시판 사이트 ‘레딧(Reddit)’에 올라온 문답이 흥미롭다. 누군가 “만약에 1950년대 사람이 타임머신을 타고 오늘날로 시간여행을 온다면, 현대인의 어떤 모습이 가장 이해되기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올렸다. 다양하고 기발한 답변들이 여럿 제출됐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친 답변이 있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주머니 속에 인류가 쌓아놓은 모든 지식에 접근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다닌다. 그런데 그 도구로 무엇을 했는가 봤더니, 주로 고양이 사진을 보는 데 쓰고 낯선 사람과 말다툼을 하는 데 사용한다”라는 답변이다. 인공지능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똑똑하고 강력한 비서를 고용한다고 해서, 비서의 역량이 무조건 발휘되는 것도 아니고 고용주가 저절로 강력해지고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비서는 고용주의 요구와 식견에 따라 일할 따름이다.
오히려 ‘편리하고 강력한’ AI 에이전트는 사용자들에게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과제를 풀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똑똑하고 강력한 ‘범용 인턴’ ‘만능 비서’를 어디에 무엇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지금까지 전문가로 구성된 비서실을 둔 사람은 특별한 힘과 자산을 보유한 권력자이거나 특권층이었다. 대통령, 기업 총수, 사령관, 장관 등 보통 사람은 엄두내지 못하는 영역이었는데, 인공지능 덕분에 누구든지 강력한 비서진을 24시간 곁에 두게 되었다. 더욱이 AI 에이전트는 단순반복적이고 번거로운 업무 처리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용도와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비서’의 특징을 갖고 있다,
AI 에이전트가 보편화되면 누구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듯 ‘만능 비서’를 두게 된다. 시간과 노력을 쏟던 일들을 AI 에이전트가 알아서 처리해주는 편리한 세상이 된다. 이미 기업과 개인들이 챗GPT를 이용해 복잡하고 번거로운 업무를 위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런데 AI 에이전트를 현명하게 활용하려면 좀더 적극적 역할을 찾아 부여해야 한다. 자산관리, 쇼핑 대행, 리포트 작성 등 AI 에이전트가 약속하는 편리함은 우편이 이메일과 메신저로 대체되고 상품 구매가 온라인쇼핑으로 바뀐 것처럼,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나 이용하게 될 자연스러운 기술 적용방식이다.
그런데 누구나 가진 도구가 ‘범용’이고 ‘만능’이라면 그 활용 범위는 사용자가 어떤 일을 시키고 요구하느냐에 따라 하늘과 땅 차이가 생기게 된다. 누구나 대기업 회장 수준의 비서실을 운용할 수 있다면 그에 적합한 활용법을 찾아야 한다.
그 활용방법을 인공지능의 추천과 알고리즘에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고도화된 개인별 맞춤형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유튜브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추천시스템에서 드러나듯, ‘기본 설정(디폴트 세팅)’이 이용자 편익을 우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대부분 운영업체의 수익 극대화에 맞춰져 있다. AI 에이전트가 만능 비서처럼 다양한 기능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처럼 이용자에게 자극적 콘텐츠를 끝없이 추천해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할 우려도 있다. ‘레딧의 문답’ 사례가 AI 에이전트로 인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그래서 AI 에이전트를 나만의 똑똑한 비서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 편리한 최신 서비스를 고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을 알아야 한다. 첫째, AI 비서가 어떠한 기능들을 실행할 수 있는지, 기술 속성과 범위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둘째, AI 비서를 활용해 나는 무엇을 이루려고 하는지, 자신만의 동기와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범용 인턴’ ‘만능 비서’으로서의 인공지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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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구본권은 오랜 기간 종합일간지에서 정보기술을 취재해온 IT 전문 저널리스트로 <로봇시대, 인간의 일> <메타인지의 힘> <유튜브에 빠진 너에게> 등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언론학 박사(서울대 철학과, 한양대 대학원)로 한양대 겸임교수, 국가교육위원회 전문위원, 서울시교육청 미래교육 전문위원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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