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저널리스트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AI) 신기술과 서비스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5월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 관리직과 엔지니어 6000여명을 해고했다. 전체 직원 3%에 해당한다. 인공지능 자동 코딩이 늘어나면서 조직 효율화를 꾀한다는 게 이유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냅챗의 모회사인 메타는 지난 2월 전체 직원의 5%인 3600여명을 해고했다. 인공지능 도입에 따른 저성과자들과 가상현실(VR) 등 적자 사업 부문의 인원이 대상이다. 

                           글로벌 빅테크, AI 보급되며 잇단 대규모 해고

IBM은 지난 5월 인사(HR) 부서를 중심으로 8000여명을 해고했다. IBM은 얼마 전에도 인사 담당 200명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했다고 밝혔는데, 추가 대규모 감원을 한 것이다. 인공지능 자동화로 반복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최근 18개월 동안 전체 직원의 10%가 넘는 5000여명을 해고했다. 지원인력은 물론,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인력 400여명도 포함됐다. 지난 10년 동안 최대 규모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훨씬 적은 인력으로 업무를 처리하게 된 게 배경이다. 

경기와 산업 동향에 따라 기업의 감원·채용은 유동적이지만 최근 빅테크와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감원은 과거와 다른 특징을 보여준다.

한국은행의 이슈리포트 ‘AI와 노동시장 변화’는 직종별 인공지능 노출 지수를 분석했는데,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AI 노출지수가 높아, AI에 대체될 위험이 높았다. (그래픽=한국은행 유튜브 갈무리)
한국은행의 이슈리포트 ‘AI와 노동시장 변화’는 직종별 인공지능 노출 지수를 분석했는데, 이른바 '고소득 전문직'일수록 AI 노출지수가 높아, AI에 대체될 위험이 높았다. (그래픽=한국은행 유튜브 갈무리)

지금까지 해고와 감원에 취약하거나 노출된 직종은 주로 블루칼라나 반복적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들의 해고 열풍은 ‘고학력 전문직’으로 각광받던 직무라는 게 특징이다. 특히 4차산업혁명이 화두가 된 지난 10여년간 단순반복적 직무는 자동화로 대체될 것이고 사람은 창의적 직무 위주의 직업을 가져야 한다는 전망과 추천이 많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나타난 것이다.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 인공지능의 영향이다. 그동안 글쓰기, 프로그램 코딩, 작곡, 그림그리기 같은 활동은 사람들에게 창의적 직무로 받아들여졌으며 오랜 기간 교육과 전문적 훈련을 거친 사람들이 담당하는 영역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어려워하는 일이어서 고소득으로 보상된 직종이다. 그런데, 챗GPT·소라·미드저니 등에서 드러나듯 생성AI는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창의적 작업들을 순식간에 완성해낸다. 관련 종사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졌다.

                       연구기관 보고서 “AI로 고소득 전문직 일자리 더 위험”

연구기관들의 미래 고용 전망 보고서에도 현실이 반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4년 1월 14일 발표한 ‘인공지능세대: 인공지능과 일의 미래’ 보고서에서 “기존 자동화 기술과 달리 인공지능은 선진국 고학력·고숙련 노동자의 일자리에 더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계 일자리의 40%가 인공지능으로 영향을 받을텐데, 선진국에서는 이보다 높은 60%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23년 7월 보고서에서 “인공지능 자동화로 인해 가장 위험이 높은 직업은 고숙련 직업이며, 법률·의료·금융 직군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2023년 ‘AI와 노동시장 변화’ 이슈리포트에서 직무의 AI 노출 지수를 근거로, 직종별 AI 대체 위험도를 다뤘다. 이 리포트는 의사·회계사·변호사 등 고소득 고학력의 전문직일수록 인공지능에 더 많이 노출돼 있어 대체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도 2024년 ‘AI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산업인력양성 과제’ 보고서에서 유사한 전망을 내놓았다. AI가 대체할 수 있는 일자리의 60%가 전문직에 집중돼 있어 전문직의 일자리 소멸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경고했다.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급부상과 추락이 대표적 사례다. 2022년 공개된 챗GPT가 선풍적 인기를 끌게 되자, 몸값 높은 신종 유망직업으로 떠오른 게 프롬프트 엔지니어다. 인공지능에 요령있는 질문을 던져 유용한 답변을 끌어내는 일을 하는데 연봉 3억~4억원에도 구인이 어렵다는 뉴스가 잇따랐다. 그러나 최근 퍼플렉시티, 서치GPT, 구글 제미나이, 딥시크 등 인공지능 검색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 신종직업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2000년 전후 ‘인터넷 정보검색사’가 미래 유망직업이라며 정보검색사 취득 열기가 높았던 상황과 비슷하다. 자연어 검색, 모바일 검색 등 검색 기술이 빠르게 발달함에 따라 정보검색사 자격증은 빠르게 무가치해졌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관리직, 전문가 직군이 다른 직종들에 비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에 많이 노출돼 있어, 이들 기술 발달에 따라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관리직, 전문가 직군이 다른 직종들에 비해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에 많이 노출돼 있어, 이들 기술 발달에 따라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유망직업 예측이 실패하는 세 가지 이유

각광받던 고소득 전문직이 얼마 못가서 더 취약한 일자리가 되는 ‘유망직업의 역설’ 현상이다. 대학 전공 때 취업 유망 학과를 선택했으나 졸업 뒤 산업 판도가 달라져, 취업난을 겪는 경우로 나타나는 경우는 흔한 현상이다. 현 시점에서 미래 유망직업을 예측하는 일은 실패 가능성이 매우 높은 까닭이다. 몇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기본적으로 미래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미래 사회에서의 유망직업이라는 말은 예측 당시의 희망사항일인 가능성이 크다. 미래를 예측하는 시점에서 생각하는 것과 실제 미래가 당도했을 때의 상황은 완전히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갈수록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니, 특정 시점에서 예측한 것이 어긋날 수밖에 없다. 또한 사람은 새로운 정보와 환경에 따라 수시로 판단을 바꾸는 예측 불가능의 존재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실은 현재와 다르리라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둘째, 고용 시장도 수요공급 곡선의 영향을 받는다. 인력 공급이 일자리 수요에 비해 넘쳐나면 해당 직업의 시장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한때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유망직업으로 부상한 것도 수요·공급의 불일치 때문이다. 생겨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첨단 기술분야의 전문가는 초기에 공급이 부족하다. 고용시장에서는 직무 자체의 중요성보다 얼마나 희소성이 있느냐에 따라 임금과 대우가 결정된다.

셋째, 수요가 많을수록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유망직업으로 거론되는 일자리는 중요하고 시장성이 높은 직무인데 이 직무를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하면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 다른 영역보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해당 직무를 대체할 기술이 등장하기 쉬워지는 구조다. 워드·엑셀 등 업무용 오피스프로그램이 일찌감치 완성도 높게 개발된 이유도 문서 작성과 회계처리 업무가 모든 사무실에서 필수적인 핵심업무라는 게 배경이다.

고소득 전문직이 인공지능으로 인해 더 취약한 일자리가 된다는 ‘유망직업의 역설’ 현상이 저소득 비숙련 직군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인해 지금까지 일자리와 직업 안정성 등을 평가하고 바라보던 관점이 완전히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연재를 통해 그 구체적인 변화상과 대응법을 하나하나 살펴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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