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소비자 데이터 결합 차단 조건부 승인
지마켓 경쟁력 한계 속 신세계의 출구전략은

신세계가 알리바바와 손잡고 지마켓을 합작법인에 편입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출자 지분은 대등하게 맞췄지만, 경영권은 알리바바 쪽으로 기울면서 ‘3조 인수 지마켓’이 신세계의 출구 전략이 될지, 글로벌 확장의 전환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와 알리바바가 함께 세우는 합작법인 ‘그랜드오푸스홀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을 받으며 출범을 앞두고 있다. 신세계는 지마켓 지분 100%를 현물 출자했고, 알리바바는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 지분 100%와 현금 3000억원을 출자했다. 양측 지분율은 5대 5로 동일하게 맞춰졌다.
이번 심사에서 가장 큰 쟁점은 데이터였다. 공정위는 두 회사가 보유한 데이터 자산이 결합할 경우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알리익스프레스는 점유율 37.1%로 시장 1위, 지마켓은 3.9%로 4위다. 합산 점유율은 41%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중국발 해외직구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지마켓이 20년 넘게 축적해 온 5000만명 규모의 회원 데이터와, 알리바바 그룹이 가진 글로벌 소비자 데이터 및 AI 분석 역량이 결합할 경우, 맞춤형 광고와 개인화 서비스에서 경쟁사들이 따라오기 어려운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고,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지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의 교환을 전면 금지한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국내 소비자 정보의 기술적 분리, 상대방 플랫폼에서의 소비자 데이터 활용 금지, 우회적 결합 방지, 소비자가 데이터 활용 여부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권한 보장 등을 조건으로 부과했다.
이 조건은 최소 3년간 적용되며, 필요할 경우 연장될 수 있다.
출자구조는 대등...이사회는 알리바바로?
출자 구조는 대등하지만, 지배구조는 알리바바 쪽으로 기울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합작사 이사회 9명 중 5명이 알리바바 인사로 채워지고, 대표 역시 알리바바 출신 경영진이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지마켓 대표 자리에도 알리바바 인사가 내정되면서, 사실상 운영 주도권은 알리바바가 쥐는 구도가 된다. 신세계는 지분 50%를 유지하지만 경영 참여보다는 재무적 역할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의 영향력이 이미 압도적인 상황에서, 국내 2위 유통 그룹조차 e커머스 주도권을 외국계에 내줬다는 우려도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신세계가 지분 절반을 유지한 채 IPO나 지분 매각을 통해 손실을 만회할 기회를 열어뒀다면서 알리바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국내 판매자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이번 합작은 신세계에 양날의 칼"이라면서 "지마켓 부실을 털고 글로벌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동시에, 알리바바 종속과 경영권 이탈이라는 부담을 떠안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세계의 선택이 단순한 출구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전환점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 IPO 추진 여부와 실제 시장 성과에 달려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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