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 정치 참여, 막말·팬덤·미디어 정치 극복의 열쇠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고려대 초청으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제공)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고려대 초청으로 특별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고려대 제공)

고려대가 지난 20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대강당 아주홀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법학 71)를 초청해 ‘정치 언어의 힘과 정치의 미래’를 주제로 특강을 개최했다.

이번 특강은 개교 120주년을 맞아 각 분야의 리더를 초청해 통찰과 경험을 나누는 ‘세상을 바꾸는 리더’ 렉처 시리즈의 10번째 프로그램으로 정치·민주주의의 미래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대거 참석했다.

김동원 총장은 환영사에서 “여야를 아우르는 협치의 상징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를 모시게 되어 매우 뜻깊다”며 “고려대가 인류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도약하는 지금, 오늘 강연이 민주주의 본질을 되새기고 더 나은 정치를 모색하는 소중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 전 총리는 “정치는 결국 말로 하는 것”이라며 정치 언어의 품격이 민주주의 운영의 핵심임을 강조했다. 영국 의회가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든 ‘소드 라인(sword line)’ 전통을 소개하며 “의회는 폭력이 아닌 언어로 갈등을 조정하는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치는 고성과 막말이 일상화되며 소통이 단절된 상태”라며 “막말은 일시적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될 수 있으나 정치의 품격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증오를 확산시키는 위험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전국에 난립하는 여야 비방 현수막 문제에 대해 “막말 정치가 거리 풍경까지 오염시키고 있다. 해외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며 “SNS 등 다양한 소통 수단이 넘치는 시대에 굳이 국민을 편 가르는 방식의 현수막을 계속 붙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는 가치의 영역이며 올바른 언어로 국민을 설득·토론하며 공동체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라며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강조하고 “언어가 타락하면 민주주의도 위험해진다”고 덧붙였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다론 아제모글루 MIT 교수의 발언을 인용해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병목은 협치와 타협이 사라진 양당 구조”라고 평가하며 “승자독식 구조에서 대화와 조정이 실종되고 있다. 정치 회복의 출발점은 언어의 회복”이라고 진단했다.

젊은 세대의 정치 참여가 막말정치, 팬덤정치, 미디어 정치 등 부정적 관행을 극복하고 국민을 위한 책임 있는 정치 문화를 확립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특히 팬덤정치는 현재 과도기에 불과하며 청년층의 적극적 참여와 합리적 의사소통이 늘어날수록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을 전했다. 그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책 과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때 정치가 국민의 삶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이한준 사학과 학생은 “정 전 총리의 다양한 경험을 직접 듣고 싶어 참석했다”며 “역사와 정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오늘 강연을 통해 기록의 언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상하 영어교육과 학생은 “평소 정치와 언어의 관계에 관심이 많았다”며 “정치적 언어가 사회 분위기와 개인 인식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언어교육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큰 시사점을 얻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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