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공고와 다른 납품 변경·축소에 공급사 손배소
1심 재판부, 낙찰 통보 '내부 문서'라 증거 부족
납품사, 낙찰 결과 대보유통이 보내준 것...항소

대보그룹 계열사 대보유통이 경쟁 입찰을 통해 낙찰자로 선정된 납품업체와 계약서 작성을 미룬 채 입찰공고와 다른 내용의 계약 변경을 요구하다 이에 응하지 않자, 타 업체로부터 상당 품목을 공급받은 뒤 납품계약을 종료해 법적 다툼이 빚어지고 있다.
대보유통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권을 임대한 190여개 휴게소 중 30개소의 휴게소와 33개소의 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휴게소 업계 선두 기업이다.
이 회사와 17년간 식자재 납품 거래를 해온 ㈜독립선언은 2023년 2월, 22개 휴게소에 대한 채소류·쌀·육류 등 식자재 입찰에 응찰해 낙찰됐다.
한데 독립선언의 냉장·냉동창고와 미곡처리장 등 제조 시설을 점검하고 납품업체 선정을 통보한 대보유통은 계약서 작성을 미뤘다. 그리고 입찰공고에 포함된 6개 휴게소를 납품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낙찰 내용의 변경과 축소를 요구했다.
이를 독립선언이 받아들이지 않자 대보유통은 상당 품목을 다른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았고, 2024년 2월 납품계약이 종료됐다는 내용증명을 독립선언에 보냈다.
이에 독립선언은 지난해 3월 낙찰된 계약 내용대로 납품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액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한데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낙찰의 결과가 낙찰자에게 도달하여야 계약이 성립한다”며 대보유통이 독립선언에 낙찰자 결정을 통보한 의사표시의 증거가 대보유통 내부문서인 ‘식자재 입찰결과 보고’뿐이어서 증거가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7월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독립선언은 “입찰을 실시한 자와 낙찰자 사이에는 도급계약의 본계약체결의무를 내용으로 하는 예약의 계약관계가 성립하고, 어느 일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본계약의 체결을 거절하는 경우 상대방은 예약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에 근거해 항소했다.
또 이 식자재 입찰결과 보고 문서를 대보유통이 독립선언에 보낸 것이어서 낙찰자 결정 통보의 의사표시로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독립선언은 이 일이 있기까지 입찰을 통해 대보유통 휴게소에 식자재를 공급해 온 17년 동안 계약내용 변경 요구 없이 입찰공고대로 납품을 진행해 두 회사간 신뢰가 쌓여 있다고 여겼다.
한데 독립선언 관계자에 따르면, 2023년 6월 대보유통 휴게사업 담당 간부가 독립선언을 찾아와 “윗분의 지시이니 납품을 중단하라”고 통보했다. 이에 ‘권리침해’라고 주장하며 버티자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아 입찰 권리는 유효하지 않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또 대보유통 법무팀에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입찰설명서에 납품 대상 및 기간이 명시돼 있고 낙찰통보는 계약에 준하는 권리를 가짐”이란 의견을 낸 직원은 지난 10월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전했다.

입찰 전에 납품 품목을 축소하는 등의 조정을 하지 않고 낙찰 뒤에 입찰 내용을 변경한 이유에 대해 대보유통 휴게소사업 관계자는 “재판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24일 <뉴스프리존>에 답했다.
이어 “우린 계약기간 다 지켜줬다. 납품 품목 중 낙찰된 것은 다 납품했고, 입찰 외 품목을 변경하려 했던 것으로 안다. 상세한 내용은 법무팀과 변호사가 알고, 달리 할 말 없다”고 말했다.
독립선언 측이 낙찰을 받은 품목을 해당 휴게소에 납품하지 못한 내용을 적시해 손해를 청구한 것과는 상반된 주장이다.
고속도로휴게소는 한국도로공사가 휴게시설 운영권을 입찰을 통해 임대한다. 이 운영권을 따낸 대보유통과 같은 1차 운영사가 다시 경쟁입찰을 통해 자신들이 운영하는 휴게소에 식자재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1차 운영사의 전현직 임원과 관련한 특정 업체 ‘끼워넣기’나 납품업체에 대한 입찰 내용과 다른 부당한 요구와 횡포가 이어지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납품 업체들은 도로공사에 관리·감독권 행사를 요청하면 민간 업체간의 분쟁에 간여할 수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반응이라며 무력감을 호소한다.
<뉴스프리존>은 앞으로도 이와 관련한 취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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