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시대의 도시 경쟁력은 결국 단 하나, “살고 싶은 도시인가”

순천시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연향들(하단부) 일원 (사진=순천시청 제공)
순천시 차세대 공공자원화시설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연향들(하단부) 일원 (사진=순천시청 제공)

전남 순천시 차세대 공공 자원화시설(이하 자원화시설) 설치를 둘러싼 갈등이 법정공방으로 번지며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최근 1심 재판부가 “입지 결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며 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행정 측에 부여했지만, 반대측은 항소 의지를 내비치며 대립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소송비용·행정비용·지역 내 신뢰 손실이라는 비가시적 비용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본질을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사실이 있다. 자원화시설은 어느 도시에서든 필요하다. 쓰레기 처리·폐기물 재활용·환경 위생은 도시가 유지되는 데 필수적이며, 그 부담을 외부에 전가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순천시의 논쟁은 “자원화시설이 필요한가?”가 아니라 “필요하다면 어디에 지을 것인가?”에 갇혀 있었다. 이 단편적인 질문들은 정책의 필요성과 입지 문제를 동일하게 연결시키지만, 지역의 미래 전략이라는 큰 구조 속에서 따져야 할 핵심 논점이 결여돼 있다.

오늘날 지방 도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논의는 훨씬 더 큰 관점에서 재구성되어야 한다.

지방소멸이 단순한 통계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 도시의 생존 여부는 정주환경이 인구 유입과 유출을 결정짓는 가장 현실적인 영향 요인이다. 시민이 삶의 안전·환경·주거 쾌적성·건강을 최우선 요소로 고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자 도시 생존의 기준이 되고 있다.

따라서 문제의 본질은 시설의 기술적 타당성에 있지 않다. 핵심은 ‘자원화시설이 도시의 장기적 인구 전략과 미래 비전 속에서 정합적인 기능을 수행하는가?’이다.

시설이 환경 안전을 확보하고, 입지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 시민 참여와 투명성을 보장하며, 지역 경제와 사회적 환류를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설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단순한 폐기물 처리 시설이 아니라 인구 유출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어 결국 지방소멸을 가속시키는 구조적 위험이 발생한다.

하지만, 시설 추진 과정을 명확히 한다면 갈등 자체가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 되고, 환경 인프라를 넘어 미래 전략적 자산으로 전환되는 조건이 성립하는 것이다.

결국, 기술과 설계만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정책 설계와 행정 운영, 도시 브랜딩, 시민 신뢰 확보라는 종합적 전략이 동시에 작용한다.

지방 시대의 도시 경쟁력은 결국 단 하나, “살고 싶은 도시인가”

삶의 질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 안전하고 쾌적한 정주 여건, 공정한 행정, 예측 가능한 미래가 조화될 때 시민들은 떠나지 않고, 젊은 세대는 정착하면서 비로소 지방소멸의 위기는 넘어설 수 있다.

자원화시설 논쟁도 이 기준 위에서 다시 재설정돼야 한다. 지금의 결정이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도시를 바꾸는 순간임을, 행정과 시민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승패보다 중요한 것은 접점이다. 소송과 대립이 아니라, 소통과 협력 속에서 갈등을 관리하고 도시전략을 설계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면서 미래지향적인 길이다.

오늘의 논쟁은 단순히 자원화시설 설치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생존과 다음 세대의 삶을 설계하는 문제다. 충돌의 끝에는 공존이 있어야 한다. 그것만이 미래 성장의 자산으로 바꾸는 유일한 방법이다.

다시한번, “오늘이 아닌 내일에도 순천에서 사는 사람과, 순천을 바라보며 순천을 향해 달려오는 사람들과 함께 순천에 살고 싶다”는 조그만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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