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칼럼] 윤석열에게는 이재명만큼의 투지와 결기가 없다

국민의힘, ‘동물의 왕국’이 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상임 선대위원장직을 포함한 소속 정당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종전에 담당해온 모든 직책으로부터 전격적으로 사퇴했다.

사건의 발단은 선대위 공보단장을 맡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이준석 대표의 지시사항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 최고위원은 당의 대선후보인 윤석열 후보의 명령만 오로지 듣겠다는 투로 발언함으로써 당대표의 존재의 이유와 근거를 아예 깡그리 무시하고 말살했다.

이후 전개된 막장스러운 사태는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 결과에서 선두를 질주해온 후보자가 소속된 국회의석 105석을 보유한 공당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차마 믿기지 않을 지경으로 민망하고 졸렬했다. 1972년생인 조수진 최고위원은 1985년생 젊은 당대표를 나이로 제압하려는 꼰대짓도 모자라 앞에선 사과하고 뒤에서는 조롱하는 뒤통수치기마저 서슴지 않았다.

이준석 대표는 당내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소동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다시피 하는 치기 어린 고질병이 재발된 데에만 머물지 않고, 툭하면 짐 싸서 나가버리는 식의 무책임한 처사를 또다시 되풀이하고 말았다. 나라의 운명과 인민들의 미래, 그리고 차기 정권의 향방이 달린 중요하고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가 불과 석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언필칭 수권정당을 자처하는 대한민국 제1야당 국민의힘의 현주소는 지리멸렬한 봉숭아 학당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약육강식의 질서가 판치는 동물의 왕국 수준으로 내려간 셈이다.

동물의 왕국에는 백수의 제왕 사자가 최종보스로 군림하고 있다. 동물의 왕국이 ‘짐승의 왕국’ 단계로까지는 곤두박질치지 않는 연유이다. 지금은 급박하고 중차대한 대선정국이다. 문제는 하필이면 동물의 왕국을 닮아가는 국민의힘에서 사자 구실을 자청해 사태수습과 교통정리를 주도해야 마땅할 윤석열 후보가 국민들에게 유체가 이탈된 것 같은 나사 풀린 난맥상의 모습만 자꾸 노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당대표 패싱' 논란과 관련해 울산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갈등을 일단락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대선후보가 지난 11월 '당대표 패싱' 논란과 관련해 12월 3일 울산의 한 식당에서 회동을 갖고 갈등을 일단락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가 포옹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석열 후보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이준석 대표를 드러내놓고 능멸했음에도 이것도 민주주의의 일종이라며 남 일 말하듯 태평스러운 논평가적 반응을 보였다. 자신의 경쟁자들을 문빠들이 상스러운 인터넷 댓글 공세와 욕설 가득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폭탄으로 음해하고 겁박하자 이를 ‘양념’이라며 두둔한 대선후보 시절의 문재인 대통령의 행태와 완전히 판박이라고 하겠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나중에 야당 대선주자로 변신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했음에도 나 몰라라 하며 침묵으로 일관한 문재인 대통령의 애매모호하고 기회주의적인 처신에서 불가역적으로 확정되었다. 당대표와 소위 윤핵관으로 불리는 후보자 측근들이 볼썽사납게 치고받아도 모르쇠를 고집하는 윤석열에게서 필자는 문재인의 완벽한 정치적 복제인간을 목격한 기분이다. 다른 측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난감하고 곤란한 현안들만 돌출하면 일단은 도망가고 보는 ‘잠수의 정치’ 종목에서만은 윤석열은 문재인의 하늘 아래 둘도 없을 후계자라고 하겠다.

이준석과 조수진의 충돌 현장은 두 사람의 일기투가 아니었다. 이준석과 권성동-조수진 콤비가 맞붙은 1 대 2 구도의 기울어진 운동장 구조의 싸움이었다.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야금야금 깎아먹고 있는 세칭 ‘배우자 리스크’를 신속하고 단호하게 제거하자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다. 이준석의 이러한 주장에는 우여곡절 끝에 총괄 선대위원장 자격으로 당무에 복귀한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폭적으로 동의하는 터이다.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학력을 위조하고 경력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김건희가 휩싸인 추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오른 구설수와 본질적으로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정경심 전 교수가 연루된 사건들로 말미암아 조국 전 법무장관은 주류 진보진영의 황태자에서 문재인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순식간에 전락했고, 조국의 추락에는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일갈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조국 사태에서 여지없이 명명백백히 드러난 문재인 정권 사람들의 위선적인 내로남불의 이중 잣대는 현재의 집권세력으로부터 민심을 전면적으로 이반시키는 근본적 계기들의 하나로 작용했다.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가혹한 이기적이고 편의주의적 태도가 바로 내로남불이다. 내로남불에 영혼이 오염되고 심성이 피폐해지면 똑같은 짓을 저질러도 내가 하면 로맨스로 포장ㆍ미화되고, 남이 하면 불륜으로 매도ㆍ단죄된다.

국힘의힘은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상습적이고 체질화된 내로남불 덕분에 화려하게 부활당했다. 만약에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정직하고 담백한 정치를 몸소 헌신적으로 실천했다면 국민의힘은 이맘때쯤 백이면 백, 희망 없는 군소정당으로 영원히 자리매김을 당했을 게다.

정권교체에 요구된다면 후보교체도 불사해야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이 내로남불의 못된 습성과 비뚤어진 심보를 고칠 가능성은 실질적으로 전무하다. 그들은 반성하고 혁신하기에는 이미 너무나 많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수중에 거머쥔 수구기득권 세력으로 오래전에 타락했다. 그러므로 국민의힘은 내로남불의 충동과 욕구를 대선 투표일까지만 어떻게든 입술 지그시 깨물고 꾹 참으면 수월하게 정권을 되찾아올 수 있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형세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를 맹종하는 대학교수 출신의 일부 국민의힘 현역 국회의원들이 김건희를 노골적으로 감싸고도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이준석은 이와 같은 백해무익한 과잉충성에 당연히 크게 역정을 낼 수밖에 없었다. 조수진 최고위원이 윤핵관, 곧 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의 우두머리일 권성동 사무총장과 짝을 이뤄 선대위원회 회의에서 이준석을 협공으로 저격한 저간의 배경이다. 참다못한 이준석이 조수진에게 분노하는 형태를 빌려 권성동과 윤석열 양인에게 동시에 노여움을 표출한 게 당대표가 선대위에서 손을 떼는 남조선 헌정사 사상 초유의 사태의 경위이자 전말이었다.

윤석열이 직면한 곤경과 장애물은 이재명이 봉착한 총체적 위기와 난국에 비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장동 게이트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김오수 총장 체제의 검찰이 화천대유의 그분으로 지목된 이재명을 위해 제아무리 축소 수사, 봐주기 수사, 물타기 수사를 밀어붙여도 이재명 후보를 향한 수많은 유권자들의 짙고 질긴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가 없다.

더욱이 이재명 후보는 형수 욕설 파문과, 장남의 상습 도박 및 불건전 안마업소 출입이란 쌍끌이 파고도 추가로 넘어야 한다. 가히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에 직격당한 형국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 후보의 부인 김혜경 여사는 저 악명 높은 ‘정의를 위하여’라는 트위터 계정의 진짜 소유주라는 누리꾼 대중의 의심에 찬 시선에 여전히 발목이 잡혀 있다.

윤석열은? 아내의 거취만 명쾌하게 정리하면 그걸로 고생 끝이다. 배우자 리스크는 윤석열에게 대선승리에 대한 간절함이 이재명만큼 있었다면 진즉에 김건희의 즉각적이고 직접적인 대국민 사과로 간단히 마무리됐을지 사안이었다. 이처럼 이재명이 맞닥뜨린 일련의 난제들에 견주면 거의 아무런 출혈과 누수 없이 무탈하게 지나갔을 일을 윤석열은 대선출마의 명분과 정당성마저 자기 손으로 뭉텅이로 허물어뜨리며 답답할 만큼 처리를 미적거리고 있다. 이쯤 되면 필자가 이준석이었어도 옥쇄를 각오하고서 김건희 문제의 해결에 총대를 메고 나섰으리라.

이 악물고 총대를 메고 나선 당대표에게 윤핵관의 고갱이 권성동 사무총장과, 당의 대선승리가 아니라 후보의 심기경호에 더욱더 열중하면서 여자 십상시 노릇조차 마다하지 않고 있는 조수진 최고위원이 강력하게 제동을 거니 다혈질 성격의 이준석이 폭발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대장동 사기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사들 가운데 벌써 두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선택을 감행했다. 이재명을 둘러싼 주변 풍경이 「아수라」 같은 음습하고 을씨년스러운 범죄 느와르 영화 분위기를 점점 더 물씬하게 풍겨가는 까닭이다.

그럴수록 국민의힘은 빨리 정신을 차리고 대오를 정비해 대다수 국민이 가슴속에 품은 정권교체의 뜨거운 염원을 확실하게 실현시켜야만 할 사명과 책무가 있다. 허나 작금의 국민의힘은 광범위한 국민들이 공유하는 정권교체의 여망과 시대정신은 외면한 채, 후보 부인 개인 차원의 민원처리와 소원수리에만 골몰하느라 「여인천하」에서나 시청했을 법한 지질하고 엽기적인 궁중비사 드라마를 찍고 있는 모양새이다.

이준석은 표면적으로는 자폭을 했다. 필자는 청년 당대표의 갑작스러운 자폭이 정권이 아닌 당권에만 관심을 둔 궁중비사 촬영에 여념이 없는 국민의힘의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선대위를 철저하게 폭파시켜 야당이 대선판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짜게 만드는 처절한 옥쇄가 되기를 바란다.

야당은 정권을 바꾸는 데 필요하다면 후보까지도 주저 없이 바꿀 수 있다는 사즉생의 절박한 마음가짐 없이는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합동으로 자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이래 사상 최악의 조직적 관권선거와 부패한 금권선거를 이겨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 글쓴이는 정치웹진 '서프라이즈' 초대편집장,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이준석이 나갑니다> 공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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