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안철수의 명분과 원칙없는 막판 단일화, 이재명 지지 결집 불러

[뉴스프리존] 대선 막바지, 4일과 5일 사전투표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간 극적인 단일화가 이뤄졌다. 3일 새벽 윤 후보와 안 대표는 2시간 30분의 회동 끝에 단일화에 전격 합의했다. 이어 아침 국회에서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면서 "우리가 함께 만들고자 하는 정부는 미래지향적이며, 개혁적인 국민통합정부”라고 단일화를 선언했다.  

대선을 6일 남긴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전격적인 단일화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초박빙 판세에서 승부의 추를 끌어당길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윤  후보는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국민의힘은 윤 후보와 안 대표를 저울질하던 정권 교체 민심이 결집할 것을 기대한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국민 염원인 정권교체가 성큼 가까워졌다”며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윤 후보가 초접전 판세를 깰 만한 분위기를 탄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연일 윤석열-안철수 단일화 의미 축소에 나서고 있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명분없는 ‘자리 나눠먹기형’ 야합에 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며 “국민의당 당원들의 탈당이 이어지고, 중도층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것이 관측되고 있다”고 말했다. 강병원 수석대변인은 “안 대표는 단군 이래 최악의 거짓말쟁이”라며 단일화 효과를 깎아내렸다.

심지어 윤호중 원내대표는 4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의 정치생명을 놓고 거래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기획된 협박정치의 결과일 수도 있다”면서 정치권의 금기어인 ‘협박정치’까지 들고 나오면서 비정상적 단일화임을 은연중 강조했다.  

대선 6일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간 단일화, 필승카드가 되지 역풍을 불러 올지는 국민의 냉엄한 심판과 선택에 달렸다.
대선 6일을 남기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간 단일화, 필승카드가 될지 역풍을 불러 올지는 국민의 냉엄한 심판과 선택에 달렸다. 사진=연합뉴스

단일화에 허를 찔린 여권의 격앙된 반응일수도 있지만, ‘협박정치’는 안철수 후보의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단일화 협상’에 대한 강한 의구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지난달 20일 안 후보 주도의 단일화 결렬 선언, 27일 윤석열 후보의 ‘실패한 단일화’ 반박 기자회견 이후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단일화 실패의 책임을 상대에게 넘기기 위해 갖은 막말과 인신공격성 발언을 서슴치 않았다. 그 사이 안 후보는 윤 후보를 겨냥 “1년 내 지지한 손가락을 자른다”, “머리가 있어야 전문가를 슬 수 있다”면서 직격하기 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의 전력과 7-8%를 오가는 지지율로 단일화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없었다. 단일화 1차 시한인 투표용지 인쇄 직전인 지난달 28일도 넘기고,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인 3월 2일 토론까지 마쳐서 정치권은 “더 이상의 단일화는 없다”라고 생각했다. TV토론 이후 새벽 전격적인 단일화 합의는 그야말로 ‘난데없는’ 단일화였기 때문이었다.       

여권은 이미 ‘끝났다’라고 생각한 단일화가 살아난 것에 대해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당연히 이번 단일화는 역대 대선에서 입증된 단일화의 성공 요건, 즉 '명분'과 '시기'를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는 단일화 명분으로 '정권교체'를 내걸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구호이자 '목표'이지, 정책과 노선이 다른 두 당의 대선후보가 손잡은 이유를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키는 '명분'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왜’와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설명이 없었다. 

윤-안 단일화의 내용은 차후 문제다. 문제는 결국은 단일화로 인한 대선구도의 변화와 이에 따른 셈법이다. 

민주당은 윤-안 막판 단일화에 격앙된 반응과 거칠은 대응을 하면서도 이같은 구도가 여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른바 여권의 ‘마지막 지지층 결집’ 기폭제로 작용하길 기대하고 있다. 

단일화 직후 3일부터는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다. 직전 나온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는 4자구도 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간 초박빙이며, 여론조사기관이나 여론조사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지지율 차이는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문화일보·엠브레인퍼블릭이 1~2일 가상 양자대결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서 윤 후보 45.9%, 이 후보 45.0%로 오차범위(±3.1%p) 내에서 윤 후보가 불과 0.9%p 앞섰다. 이 조사에서도 안 후보와 심 후보가 참여한 '4자 구도' 대결에서는 이 후보 41.9%, 윤 후보 43.7%로, 윤 후보가 1.8%p 앞섰다. 단일화를 했을 때 윤 후보가 이 후보에게 더 추격을 당한 것이다.

이는 안 후보를 지지하던 응답자들이 윤 후보로의 단일화를 가정한 질문에서 윤 후보 지지 못지 않게 이 후보 지지로 옮겨가는 비율도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갤럽·머니투데이 더300(the300) 조사에서 이 후보와 윤 후보, 심 후보의 3자 구도를 가정해 조사한 결과 윤 후보 42.5%, 이 후보 42.2%로, 윤 후보는 불과 0.3%p 격차로 앞섰다. 심 후보는 7.3%였다. 이는 4자대결에서 윤 후보가 이 후보에 1.4%p 앞선 것보다 적은 격차다.

안 후보 지지자 가운데 3자 대결에서 윤 후보 지지로 옮겨간 응답자는 26.8%였던 데 비해, 이 후보 지지로 이동한 비율은 36.9%에 달해 10%p 이상 많았다.

중앙일보·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도 안 후보의 지지층 중 윤 후보 지지로 옮겨간 비율은 29.2%였던 데 비해, 이 후보 지지로 옮겨간 비율은 그보다 많은 31.2%에 달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로 옮겨간 비율은 8.5%였다.

다만 한국경제·입소스 조사에서는 윤 후보로 단일화를 할 경우 안 후보 지지층의 44.9%는 윤 후보 지지로, 25.1%는 이 후보 지지로 돌아서는 등 조사 결과마다 상반된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상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결국 관건은 안 후보 지지율 7-8%의 향배다. 안 후보 지지층 구성을 보면 2030세대와 이념적 중도·무당층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안 후보는 20대(18~19세 포함)에선 11.4%, 30대에선 14.7%의 지지율을 얻었다. 안 후보 전체 지지율보다 높다.

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효과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정치권에선 정권교체 여론의 결집으로 윤 후보에게 조금 더 유리해질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는 일부 여론조사에서 보듯 착시현상이 빚어진 결과다. 

안 후보가 가장 높은 17%의 지지율을 받은 시기는 지난 1월 중순이다. 이 당시 윤 후보는 부인 김건희씨가 학력(경력) 위조로 대국민사과를 하고, 선대위 구성에 내분이 생겨 김종인 전 총괄위원장과 결별, 이준석 대표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지난 연말연초 5% 지지율에서 두자리 숫자로 급등한 배경에는 윤 후보에게 실망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일시적 선택현상이었다. 

윤 후보가 김종인 위원장과 결별하고 이준석 대표와 화해하면서 ‘여가부 폐지’ 한줄짜리 공약을 걸면서 지지율이 올라가자, 그만큼 안 후보 지지율이 10% 이하로 빠졌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 안 후보 지지율 7-8% 중 윤 후보와 국민의힘 지지층은 실제 그리 많지 않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 지지층 중 이 후보 지지가 윤 후보 지지보다 높은 것은 이를 반영한다. 단일화 초기,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 효용성’에 의문을 제기한 것도 바로 이러한 내부 구성을 파악했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있다.  

여기에 전격적인 단일화는 화학적 결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 

안 후보의 사퇴로 국민의당은 탈당과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안 후보는 윤 후보 유세에 참여도 못하고 지지층 달래기에 나섰지만, 자신의 말도 지키지 못한 상태에서 수습이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인의 가장 큰 덕목인 ‘신뢰’와 도덕성에 타격을 받은 상태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국회 단일화 선언직후의 모습을 풍자한 어느 네티즌의 풍자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트위터 캡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국회 단일화 선언직후의 모습을 풍자한 어느 네티즌의 풍자가 인터넷에서 화제다. (트위터 캡처)

여기에 단일화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안 후보와 국민의당을 배제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 후보 정치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이준석 대표는 ‘후보 단일화’ 아닌 안 후보 ‘사퇴와 지지선언’이라며 평가절하 하고 있다. 대선이 4일 남았지만, 이러한 내부 갈등은 파열음을 낼 수 있고, 만에 하나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국민의힘 내부 분열과 갈등만 조장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여담이지만,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 이준석 대표는 윤 후보에게 연락도 받고 같이 논의도 했다고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이른바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 주도하에 당대표는 ‘패싱’ 당했다고 볼 수 있다. 윤-안 단일화는 대선 이후 결과에 상관없이 국민의힘 권력투쟁의 서막이라고 볼 수 있다.

대선이 4일 남았다. 윤-안 단일화는 국민의힘에서는 ‘정권교체’ 여론을 구체화 한 필승카드라고 생각하겠지만, 단일화에 이르는 과정은 막장 드라마나 다름없었다. 감동은커녕 명분과 원칙도 없는 막판 단일화에 반전의 계기가 1% 부족했던 민주당은 오히려 ‘잘됐다’는 듯이 표정관리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아마 2012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를 약속하고도 이도 저도 아닌 아리송한 행보로 대선날 미국으로 훌쩍 가버린 그때의 안철수 후보를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고 한다. 처음에는 비극으로, 두 번째는 희극으로... 안철수 후보의 선택이 어찌될지는 국민의 판단과 선택에 달렸다. 대선이 4일 남았지만, 역사를 이루기에는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았다. 더 지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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