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스프리존]김 석 기자=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 재판을 받아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검찰이 항소심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8일 서울고법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18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기득권을 이용한 반칙으로 위조와 조작 등 범죄의 영역까지 나아갔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법정 향하는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법정 향하는 조국 전 장관= 자녀 입시비리 및 감찰무마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법정구속 되지는 않았던 조 전 장관은 이날 최후진술에서 "검찰의 의심과 주장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은 올해 2월3일 입시 비리·딸 장학금 부정 수수 혐의와 감찰 무마 일부 혐의 등을 유죄로 인정해 조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600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정 전 교수에게는 징역 1년이 선고됐다.

검찰은 감찰 무마 혐의로 함께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받았던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을, 무죄를 받았던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기일에서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에게는 1심 형량(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유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애초 조 전 장관 측은 아들 조원 씨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주관한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의 증인 신문을 내년에 진행하고자 했지만 "부정행위가 너무나 경미해 형사 범죄를 구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맥도널드 교수의 이메일 서면 답변서를 제출받는 것으로 갈음했다.

맥도널드 교수는 조국 부부의 아들이 조지워싱턴대에서 수강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관점’(‘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강의의 담당 교수로서, 검찰이 업무방해 혐의로 문제 삼은 문제의 ‘온라인 퀴즈’ 주관자였다.

검찰은 조국 부부를 “미국 조지워싱턴대 담당 교수의 성적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라고 기소함으로써 맥도널드 교수를 이 업무방해 범죄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검찰에 의해 유일한 피해자로 규정된 바로 그 교수가 한국 검찰의 ‘형사범죄’라는 선언과 ‘형사기소’라는 행위 양쪽 모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구체적으로 부인하는 기소와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이 같은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검찰이 스스로 맥도널드 교수를 피해자로 하는 범죄를 규정해 기소하면서도 정작 해당 교수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앞서 1심 과정에서 FBI 수사관이 해당 교수와 통화한 내용을 기술한 진술서를 전달받아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 전문증거로서 증거 채택이 불허된 바 있다. 이 문서는 한국의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참여한 것조차 아니어서 정식 진술조서가 아닌 임의 문서에 불과한 것이었다.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 검찰 기소 혐의 무력화

맥도널드 교수는 자신이 아는 한 미국에는 이런 상황에 적용할 형법 규정이 없으며, 설사 그런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학문적 부정행위를 형사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조국 부부 아들의 경우 부정행위가 너무나 경미하여(“so minor”) 학교 외부의 처벌은 생각할 수도 없는 정도라고도 덧붙였다.

더욱이 이 정도의 부정행위는 대학 측에 보고하기에도 너무 경미한 일로서, 자신이 알았더라도 자신의 재량 하에서 처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재량 처리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해당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추가로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하여 강의에 대한 지식을 증명할 기회를 주었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라도 해당 퀴즈를 0점 처리하는 것에 그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별 퀴즈는 전체 강의 성적 평가에서 2%를 차지한다.

그는 또한 온라인 퀴즈에서 아들을 도왔다는 사실로 형사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학문적 부정행위가 범죄에 해당되려면 그 위반의 정도가 고도로 추악한(“egregiousness”) 수준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부모가 퀴즈 두 번을 도왔다고 형사기소까지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또 그는 조국 부부가 기소된 행위가 범죄적 의미에서 자신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학문 부정행위를 엄중하게 생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조국 부부와 아들의 행위가 형사범죄를 구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 미국평화연구소(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영상 갈무리
제프리 맥도널드 교수. 미국평화연구소(The United States Institute of Peace) 영상 갈무리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답변서 내용에 대해 반박하며 “(조국 부부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지 않아 어느 정도 추악한지에 대해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맥도널드 교수는 이미 답변서에서 그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온라인 퀴즈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것을 ‘너무나 경미’한 부정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처분으로서 ‘추가 에세이 작성으로 기회를 줬을 것’이라면서, ‘최악의 경우라도 해당 퀴즈만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주 피고인들인 조국 부부에 대해 1심과 같은 조국 징역 5년, 정경심 징역 2년을 구형했으며,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으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각 2년과 1년6개월, 딸의 장학금 관련 혐의로 함께 기소된 노환중 부산대 교수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최후진술에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제가 13번의 대국민 사과를 했다고 한다. 검찰의 기소 내용과 논리에 수긍할 수 없는 부분이 많지만 제가 책임질 부분은 겸허히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그러나 제가 몰랐던 점을 알았다고 할 수는 없다는 점을 살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 "만으로 4년, 햇수로 5년이 흐르면서 하루하루가 생지옥이었고 제 가족 전체는 사회적 형벌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제 말과 행동이 온전히 일치하지 못했던 점, 제 일과 자식 일에 느슨한 기준을 적용한 점을 반성하며 검찰의 의심과 추론, 주장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조 전 장관과 함께 기소된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정 전 교수는 "저와 남편은 더 이상 교수가 아니고 딸도 의사가 아니며 아들도 석사학위를 내려놨다"며 "한 번 더 기회를 주셔서 가족이 더 나은 사람으로서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게끔 선처를 내시기를 간청한다"고 호소했다.

조 전 장관은 자녀들의 입시 비리 혐의(업무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등)와 딸 조민 씨의 장학금 부정 수수(뇌물수수) 등 혐의로 2019년 12월 기소됐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해준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이듬해 1월 추가 기소됐다.

결국 검찰은 이 답변서에 대해 이미 답한 내용을 못본 체 하는 무의미한 반박을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이견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검찰이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서에 대해 증거 채택에 동의하면서, 재판부는 잠정적으로 2월 1일로 정했던 맥도널드 교수의 증인 신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결심 공판으로 항소심 일정은 모두 마무리 되었고 내년 2월 8일에 선고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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