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연령(年齡)에는 자연 연령, 건강 나이, 정신연령, 영적(靈的) 나이 등이 있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는 이 모든 나이가 어느 정도 성숙해 있을까요?

영국의 심리학자 ‘브롬디’는 인생의 4분의 1은 성장(成長)하면서, 정신연령과 영적 나이를 승화(昇化)시키며 보내고, 나머지 4분의 3은 늙어가면서 자연 나이와 건강 나이를 채워 보낸다고 하였지요. 성장하면서 보내든 늙어가면서 보내든, 인생길은 앞을 보면 까마득하고, 뒤돌아보면 허망(虛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사실 사람이 사람 답게 늙고, 사람 답게 살고, 사람 답게 죽는 일이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운 일도 아주 멋지게 해 나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럼 과연 우리는 어떻게 늙고 죽어야 할까요?

첫째, 사람 답게 늙는 것입니다.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먼저 노년의 품격(品格)을 지녀야 합니다. 노년의 품격은 풍부한 경륜(經綸)을 바탕으로 노숙(老熟)함과 노련(老鍊)함을 갖추는 일입니다.

노년의 삶을 불안해 하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잃어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노년은 지성(智性)과 영혼이 최 절정의 경지에 이르는 황금기임을 인식해야 하지요.

노년기에 열정을 가지면 오히려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세계 역사상 최대 업적의 35%는 60~70대에 의하여, 23%는 70~80세 노인에 의하여, 그리고 6%는 80대에 의하여 성취되었다고 하네요.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것은 80 이 넘어서 이었습니다. ‘다니엘 드포우’는 59세에 ‘로빈슨 크루소’를 썼고, ‘칸트’는 57세 때 ‘순수이성비판(純粹理性批判)’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리고 ‘미켈란젤로’는 로마의 성 베드로 대성전(大成殿)의 돔을 70세에 완성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행복하게 늙기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합니다. 즉 인간관계를 ‘나’ 중심이 아니라, ‘남’ 중심으로 가져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은 이기주의적 성향이 강해집니다. 노욕(老慾)이 생기지요.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결국 인간관계는 중심축(中心軸)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입니다. 물질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초라해지고, 일 중심이나 ‘나’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도 역시 외로움에 휘말리게 됩니다. 그러나 ‘남’ 중심의 인간관계를 갖는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고, 따르는 사람도 많아 외로움을 모르지요.

둘째, 사람 답게 사는 것입니다.

노년의 삶은 강물이 흐르듯 차분하며, 생각은 달관 하듯 관대(寬大)합니다. 그래서 노년은 ‘청춘보다 꽃보다 푸릅니다.’ 그러나 대개 사람은 노년은 삭막하고 고독한 시기로 생각합니다. 절망과 슬픔을 떠올리지요.

하지만 우리가 마음속에 그려온 노인은, 향기 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 덕(德)이 있는 사람, 지혜가 풍부하고 마음이 인자(仁慈)하며, 욕심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만나는 노인들은 대부분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지요.

노년의 추함은 어디서 올까요? 사랑과 용서의 삶에 인색했거나 은혜의 삶을 잠시 망각했기 때문이지요. 노년은 용서하는 시기입니다. 용서의 근간(根幹)은 사랑입니다. 사랑만이 인간을 구제(救濟)하는 희망이지요. ‘사랑과 은혜’로 노년을 보내는 사람, 우리는 이들을 일컬어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셋째, 사람 답게 죽는 것입니다.

노년의 삶은 자신의 인생을 마무리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죽음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죽음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만큼 살았으니 당장 지금 죽어도 여한(餘恨)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큰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노 아야코’는 “죽음이 오늘이라도 찾아오면, 힘을 다해 열심히 죽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죽음을 삶의 연장 선상에서 경건하게 생각한 것이지요. 병에 걸리면 도를 닦듯, 열심히 투병 합니다. 투병과 동시에 죽을 준비도 다 해 놓고, 어느 때나 진리께서 부르시면, ‘네’하고 떠날 준비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죽되 추(醜)하게 죽지 않는 방법입니다.

행복한 노년을 보내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고차원(高次元)의 인생 관이 중요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노년의 연륜은 미움과 절망까지도 따뜻하게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성실하게 살면 이해도, 지식(知識)도, 지혜(智慧)도, 사리 분별력도, 자신의 나이만큼 쌓입니다. 이런 것이, 쌓여 후덕(厚德)한 인품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러한 덕목(德目)을 갖추려면, 스스로 엄격해야 합니다. 사람 답게 죽기 위해 ‘나아갈 때’보다는 ‘물러날 때’를 준비해야 합니다. 물러설 때를 늘 염두(念頭)에 두며 살아야 합니다. 오래 살게 되면 얻는 것보다 잃어버리는 것이 더 많습니다. 따라서 '비움’과 ‘내려놓기’를 준비해야 하지요.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우리가 진리(眞理)와 함께하면, 정신연령과 영적 나이가 더욱 신선해집니다. 이것이 사람 답게 죽는 것 아닐까요? 우리 사람 답게 늙고, 사람 답게 살다가, 사람 답게 죽는 것이, 최고의 인생이니까요!

단기 4357년, 불기 2568년, 서기 2024년, 원기 109년 2월 15일

덕산 김덕권(길호)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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