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리 의결 기권
이스라엘 "美 사실상 승인" 반발

[서울=뉴스프리존]임형섭 객원기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가자 전쟁의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개전이후 처음으로 채택했다.

린다 그린필드 미 유엔대사가 안보리 표결에서 기권 의사를 표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린다 그린필드 미 유엔대사가 안보리 표결에서 기권 의사를 표하고 있다.(사진=AFP, 연합뉴스)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가자지구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25일(현지시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 중 미국을 제외한 14개 이사국의 찬성으로 통과됐다.

안보리가 가자 전쟁의 즉각 휴전과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것은 지난해 10월 전쟁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이번 결의안에는 가자지구의 파괴적인 상황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이슬람의 금식성월인 라마단 기간에 항구적이고 지속 가능한 즉각 휴전을 촉구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즉각적이고 조건없는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의 보장을 촉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결의안이 통과되자 하마스는 성명을 통해 “양측 모두 즉각적인 포로 교환에 참여할 준비가 돼있음을 확인한다”며 안보리 결의안을 환영했다. 반면 이스라엘은 휴전에 인질 석방을 조건으로 내걸지 않았다면서 반발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 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이번 전쟁의 시작은 하마스 학살이었다”고 강조하고 “방금 투표한 결의안은 하마스 테러리스트에게 인질을 석방하지 않고도 휴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고 비난했다.

이번 결의안은 한국을 포함해 안보리의 선출직 비상임 이사국 1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했고 미국은 “하마스를 비난하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 등 결의안 전체를 찬성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기권했다.

길라드 에르단 주 유엔 이스라엘 대사(맨 앞)가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길라드 에르단 주 유엔 이스라엘 대사(맨 앞)가 25일(현지시간)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그동안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시작된 이후 안보리에 제출된 휴전 촉구 결의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왔다. 지난 22일에는 미국 주도로 휴전 관련 내용이 담긴 결의안이 마련돼 안보리에 제출됐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날 결의안 채택으로 미국 정부와 이스라엘 정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사실상 결의안 통과를 승인한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 대한 공격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이스라엘 정부 대표단의 미국 파견을 취소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방문 취소를 발표하면서 미국이 결의안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이전 입장에서 “명백한 후퇴”라고 비판했다.

중동 협상가인 애런 데이비드 밀러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와 네타냐후 사이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위기를 주의깊게 관리하지 않으면 상황은 계속해서 악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권에 대해 로이터 통신은 '이스라엘 지도자'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커지고 있음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억제하라는 압박을 미국의 동맹국뿐만 아니라 민주당내에서도 받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는 팔레스타인에 맞서 강경노선을 요구하는 극우 연합 의원들이 전쟁을 계속 지지하고 있어 국제적 고립 위험이 커지는데도 불구하고 온건한 대처를 원하는 미국의 요구를 충족시킬 의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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