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쌀과자’라고 혹시 들어보셨나요. 독도에 있는 쌀과자 가게라고요? 아닙니다. 전남 장성에 있는 유아용 쌀과자 기업 ‘올바름’의 별칭입니다.

김정광 대표는 독도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2021년부터 쌀과자 포장지에 독도 사진을 넣었습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도 삽입했습니다. ‘독도 쌀과자’는 유아에게 믿고 먹일 수 있는 간식으로 인기를 얻었다. 그 명성이 해외에도 전해졌다. 일본 바이어로부터 매수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연 매출의 15%에 해당하는 엄청난 물량이었습니다. 바이어는 조건을 달았습니다. 독도 사진과 문구를 빼라는 요구였습니다. 김 대표는 이 요구를 거절했습니다. 회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국가의 자부심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이 내용은 JTBC ‘사건반장’(8월 13일)에 소개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독도 쌀과자’라는 ‘비즈니스 브랜드’를 얻었습니다.
우리 국민의 독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독도에 대한 실질적 분쟁이나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없습니다. 아니 윤석열 정부는 국민에게 걱정과 우려를 주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한층 강화하고 있죠. 반면 일본은 다케시마(독도) 예산을 크게 늘렸습니다. 반면 우리는 독도 수호예산을 감액했습니다. 거기다가 웬 실수가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업무 태만, 부주의로 치부하기에는 실수가 너무 잦습니다. 의도성까지 의심받는 이유입니다. 국방부는 정신교육 자료에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기술했습니다. 실수를 인정하고 수정했습니다. 우리 영토인 동해 해상에서 전개되는 독도방어훈련조차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예년에는 당당하게 공개했었죠. 국가 수호와 영토주권을 상징하는 독도 조형물이 동시다발적으로 철거됐습니다. 안국·광화문·잠실역은 물론 전쟁기념관에 있던 독도 축소모형이 사라졌습니다. 그 이유로 디자인 리모델링, 보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와 전쟁기념관의 조형물 규정에 따른 노후 시설물 교체라고 주장합니다.
사소한 실수라도 반복되면 그 의도를 의심받습니다. 민주당이 이 같은 일련의 사태를 그냥 보고 넘기지 않았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독도 지우기’로 규정했습니다. 이재명 대표가 병상(코로나19)에서 제기한 의혹입니다. 민주당은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조사팀도 꾸렸습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 친일몰이에 나선 것입니다. 그만이 아닙니다. 민주당은 친일·반민족 행위를 옹호하는 이들의 공직 임명을 제한하고 독도 영유권을 부정하는 발언을 처벌하는 입법을 당론으로 추진한다고 합니다. 사상 검증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과잉 입법 소지가 큽니다. ‘독도 프레임’, ‘친일 프레임’으로 대여 공세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입니다. 결국 독도는 분쟁화될 것입니다. 남남갈등의 소재가 될 것입니다. 소모적인 국론 분열이 될 것입니다. 그것은 누구에게 도움이 되겠습니까. 결국 일본을 도와주는 것이 아닙니까. 아마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 외무성이 매년 4월 국제정세와 외교활동을 기록해 발간하는 외교청서에 ‘윤석열 정부가 독도의 일본 영유권을 인정했다’라고 적시할지도 모릅니다. 설령 문제가 있다면 사안별로 지적하고 시정 요구하면 됩니다. 독도 정치 쟁점화는 결국 우리 발등을 도끼로 찍는 것입니다. 야당이 정부를 향해 죽창가를 부르는 것입니다.
역사와 영토 문제는 결코 타협하거나 양보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를 윤석열 정부가 모를까요. 누구보다 잘 알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의 대일 외교는 일본과의 관계 개선과 한미일 안보협력 정당성 모색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본에 대한 퇴행적인 친일적 행태가 드러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광복절 축사에서 일본과의 과거사 언급이 없었습니다. 일본 언론 “과거사의 문제를 언급하지 않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사도 광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는 어떻습니까. 사도 광산은 조선인을 강제 동원해 가혹한 노동시켰던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조선인의 강제노역 역사적 유물이 전시돼야 했습니다. 외교부는 강제노역의 공과 사를 모두 기록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까지 했습니다. 일본 사도섬을 다녀온 야당 의원의 증언은 충격적입니다. “조선인 강제노역 내용 전시 공간에 있는 유물은 ‘나무 도시락’ 한 점뿐”이라고 전합니다. 사실상 ‘강제성 표현’이 소거된 것이죠. 기가 막힌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유산위원 심사위원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한 국가라도 반대하면 등재될 수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찬성했습니다. 만일 심사위원이 한 번이라도 사도섬을 둘러봤다면 그런 결정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강제 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제 동원 문제 해법의 논리가 ‘물컵에 반 정도 물이 찼다’라는 것이죠. 하지만 나머지 반찬을 채우기 위한 일본의 가시적 조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일본 기업 도의적 지원조차 거부했습니다. 일본 정부도 책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미 채워진 물은 버렸을 것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에 대해 선제적 양보한 것도 우리 정부였습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윤석열 정부가 굴종적 대일 외교를 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대일 외교의 정당성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중일마 외교’에 있습니다. ‘중일마 외교’의 요체는 과거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로 나가는 게 진정한 극일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그리고 대일 외교 정책에 ‘중일마’가 배어 있습니다. “작년 우리의 1인당 국민소득은 처음으로 일본을 넘어섰다”라는 윤 대통령의 광복절 축사도 그중 하나입니다. 한국이 일본을 앞섰다는 ‘선동’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환율의 착시 효과가 아닙니까.

‘중일마’가 뭐냐고요. 예.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입니다. 김태효 대통령 안보실 제1차장이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김 차장이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것이 과연 진정한가”라며 “중요한 것은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이 수십 차례 사과해 피로감이 많이 쌓였다”라는 말도 했습니다. 그의 말이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만 하나만 물어봅시다. 정말 ‘한일관계 위기 피로감을 느끼는 게 일본 국민입니까. 한국 국민입니까. 그의 외교 철학에는 국민과 국민의 마음이 없습니다. “친일이 아니라 승일”이라는 비아냥을 들어도 쌉니다.
김 차장은 안보 정책의 실세로 꼽힙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대통령 안보실장이 3번 바뀌었습니다. 조태용→김성환→장호진→신원식 실장으로 교체됐습니다. 하지만 김 차장은 굳건히 그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쓴 수많은 논문입니다. 그의 논문이 정책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나만 예를 들겠습니다. 2016년에 발표한 <대북 정책에 국론이 모이지 않는 이유>에서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서 “국제공조가 북한의 전략물자 차단에 집중해야 한다. 북한 주민이 밖의 세상을 접할 수 있도록 생활물자와 정보를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와 다르지 않습니다. 외교·안보 정책의 실세로 통하는 이유입니다. ‘중일마’가 그의 말이어서 더 충격적이다.
외교는 상대적입니다. 철저히 국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국익에 아무리 도움이 되더라고 국민의 자존심을 상해서도 안 됩니다. 국민감정을 도외시한 ‘대일 굴종 외교’가 근거 없는 우월감이라는 데서 걱정이 더 큽니다.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게 “왜 일본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이냐”라고 묻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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