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적용 대상
산자부 "국내 영향 크지 않을 것"
중국 HBM제조사는 규제 대상 제외

[서울=뉴스프리존]서용하 기자= 미국이 중국의 첨단 반도체 및 인공 지능(AI) 개발을 늦추기 위해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해서도 중국에 수출을 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고 나섰다.

특히 미 정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적용하거나 사용하는 반도체 업체도 통제에 나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영향권에 들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美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조준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각) HBM 등에 대한 새 수출 규제 패키지를 발표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쌓아 올려 만든 고성능 메모리로, AI 가속기를 가동하는 데 사용된다.

이번 규제에는 24개의 칩 제조 도구와 3개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새로운 제한이 포함됐다.

내용을 보면 칩 제조 도구는 특정 식각, 증착, 리소그래피, 이온 주입, 어닐링, 계측 및 검사, 청소 도구를 포함한 첨단 노드 집적 회로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반도체 제조 장비가 수출 규제 대상이다.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에 시행한 고성능 AI칩의 대 중국 수출금지 조치에 이은 세 번째 수출 규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나 레이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이번 새로운 통제는 획기적이고 전면적”이라고 말했다. 

상무부는 특히 이번 수출통제에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Foreign Direct Product Rules)을 적용했다. FDPR은 미국이 제3국에서 만든 제품이더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을 적용하거나 사용한 경우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칙이다.

이를 따르지 않는 국가에 대해선 경제 및 무역 제재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어서 미국이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자국 이익을 강요하는 수단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FDPR이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등 다른 나라에서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는 도구를 미국 기술로 생산해 기존 통제를 우회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FT에 말했다. 

(이미지=로이터, 연합뉴스)
(이미지=로이터, 연합뉴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상당수가 제품 설계·제조를 위해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주요 장비를 사용하고 있어 FDPR의 적용 대상이 된다. 특히 미국의 칩 제조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일본과 네덜란드를 포함한 일부 유럽 동맹국들에 대해선 자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적용하기로 합의한 후 FDPR 적용 면제를 결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과 동등한 수준의 대 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반도체 장비와 관련이 낮은 33개국이 FDPR 면제국으로 지정됐다”면서 “면제국이라 하더라도 실제 통제 효과는 유사하다”라고 해석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국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지 않아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 및 FDPR 적용에 따라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도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장비의 경우 통제 대상이 미국의 국가안보 관점에서 중요성이 큰 첨단 수준 반도체 장비로 설정돼 있고 이와 관련된 국내 기업은 소수여서 당장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통제 피한 메모리 반도체 CXMT, 삼성전자 걸림돌

한편 중국의 칩 제조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미 정부의 이번 수출 규제를 피해갔다. CXMT는 최근 2세대 HBM(HBM2)을 양산하는 등  정부 지원과 투자를 바탕으로 HBM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는 중이다. 

AI 칩을 제외한 시장 전반의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가운데 CXMT와 YMTC(양쯔메모리)가 D램 생산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미국 정부는 AI 개발에 필요한 칩에 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번 통제안에 D램은 포함되지 않았다. 

중국의 메모리 추격은 삼성전자는 물론,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고부가가치 시장으로 비교적 빠르게 갈아탄 SK하이닉스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앞서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성적을 낸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 역시 중국 메모리의 공습 탓이었다.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 당일 이례적으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구형 제품 공급 증가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별도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국가 안보적 관점에서 독자적으로 시행하는 조치지만, 한미동맹과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양국 간 긴밀히 협의해 왔다“면서 "정부는 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 업계와도 지속적으로 소통해 가며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뉴스프리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SNS 기사보내기
뉴스프리존을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만듭니다.

정기후원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