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사양칩 이용한 저비용·고성능 AI 등장
미 첨단 반도체칩 중국 수출 봉쇄 속
중국 청년 엔지니어들의 창의성 발현
“세계 최고의 칩을 사용할 수 없고, 엔비디아 칩도 사용할 수 없는, 재능 있는 22세 청년들이 서구 세계의 최고 기업들보다 더 뛰어난 것을 만들어낸 것 같다”

토니 헤이멧 호주 정부 차기 수석 과학자가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발표한 인공지능(AI) 추론모델 R1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고 미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R1은 H800이라는 엔비디아의 저사양 칩을 사용한 컴퓨팅 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약 80억원)으로 훈련시킨 AI모델이다. 그러나 성능면에선 오픈AI의 챗GPT 등 최고의 AI 모델들과 엇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이런 기술혁신은 미국이 AI 기술개발 억제를 위해 미국산 최첨단 반도체칩을 쓰지 못하도록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미 AI 업계와 투자자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은 미국이 견제를 해도 AI개발에서 여전히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입증했고 미국을 넘어설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줬기 때문이다.
중국은 AI 개발에 적합한 토양을 가진 나라로 평가된다. 14억명의 인구는 내수 시장을 떠받치기도 하지만 풍부한 인력을 제공한다.
칭화대 국가전략연구소의 류 쉬 연구원은 “중국은 IT 인재에 있어서 명백한 우위를 가지고 있다. 엄청난 수와 노동 비용 측면에서 그렇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딥시크도 이런 중국의 장점이 반영된 기업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지난 2023년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서 설립된 기업이다. 창립자 량원펑(梁文锋)은 1985년생으로 저장대학교에서 정보전자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2015년 두 명의 대학 동기와 함께 '하이-플라이어'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해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적용해 성공을 거두면서 상당한 자산을 축적했고 이를 기반으로 딥시크를 설립하고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량원펑은 지난 2023년 5월 중국 매체 36Kr과의 인터뷰에서 딥시크의 개발자 대부분이 대졸 신입이거나 AI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인재들로 구성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신입사원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미 퍼듀대 크라흐 기술외교연구소의 미셀 지우다 최고경영자는 28일(현지시각)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미국이 기술경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재능 있는 엔지니어를 배출하는 측면에서 중국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이 2020년에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엔지니어를 배출했다면서 "데이터 센터를 건설하고 설계하고, 더 진보된 AI를 설계할 엔지니어가 없다면, 우리는 AI의 세계적 수도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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