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정부가 상법 개정을 통해 기업의 ‘쪼개기 상장’에 제동을 걸고, 기업 경영진에게 충실의무를 명시적으로 부과했다. 이는 단순한 법률 개정을 넘어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 회복과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과거 카카오, LG에너지솔루션, SK 등 일부 대기업들은 자회사나 특정 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후 상장함으로써 대주주에게는 이익을, 소액주주에게는 손해를 안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러한 분할 상장은 기업이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고, 그 피해는 소액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대표적인 사례로, 모회사의 유망 사업부를 떼어내 신설 법인을 만든 뒤 상장시킴으로써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은 기존 기업의 가치가 희석되고,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소액주주는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채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위치에 놓였고, 이는 자본시장 전반의 불신을 야기했다.
이번 상법 개정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업 경영자가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고려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강제하는 장치가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소액주주 보호를 위해 배당 확대를 주장하지만, 이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배당은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 성장에는 제약을 줄 수 있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경우, 기업의 혁신 역량은 약화되고 결국 기업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이는 단기적 배당이 오히려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계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의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등은 배당을 거의 하지 않는다. 이들은 배당할 자금을 과감히 미래 산업에 투자하고, 기술과 제품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극대화하고 있다.
주주는 배당금이 아니라 기업의 성장성과 주가 상승을 통해 보상을 받는다. 한국 기업들 역시 배당 확대만으로는 주주 친화적 경영을 실현할 수 없으며, 오히려 장기적 관점에서의 전략적 투자와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
배당과 주식소각에서도 주식소각이 주주에게는 훨씬 유리하다. 배당은 배당세 15%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에서는 배당세를 내지 않는 주식소각이 일반주주에게는 더욱 좋다.
이번 상법 개정은 기업에게 단순히 법적 의무를 지우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라는 메시지다. 기업은 이익을 창출하는 경제 주체이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공공적 존재로서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일자리의 90% 이상을 창출하는 주체가 바로 민간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하는 구조는 더욱 중요해진다.
정부는 기업의 무분별한 이익 추구를 견제하면서도, 동시에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규제의 명확성과 일관성,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등은 기업이 미래 전략을 세우는 데 있어 핵심적인 요소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일수록 정부의 정책 신호는 더욱 분명하고 예측 가능해야 하며, 기업은 그에 부응해 책임 있는 경영과 장기적 비전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
결국 상법 개정은 기업과 정부 간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규제자와 피규제자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수평적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기업은 법과 윤리를 바탕으로 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신뢰를 구축해야 하며, 정부는 그러한 기업 활동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상법 개정이 진정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제도의 변화만큼이나 기업과 정부의 인식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법은 틀을 만들 수 있지만, 그 틀 안에 책임과 신뢰를 채워넣는 것은 결국 사람과 조직의 몫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지금이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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