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영등포점 재입찰...내수 정비
신세계·현대, 日시부야 선점 나서

국내 백화점 업계가 내수 침체와 소비 패턴 변화라는 공통 과제에 직면한 가운데, 각 사의 선택이 상황에 따라 갈라지고 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이 일본 시부야를 전초기지 삼아 글로벌 확장에 나선 반면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 재입찰을 통해 내수 재정비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 영등포 재입찰로 체질 개선 나서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 영등포점 운영권을 조기 반납했다. 계약이 4년 남아 있었지만, 내달 새 입찰을 통해 최장 20년간의 장기 운영권을 확보하고 대규모 리뉴얼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1991년 문을 연 영등포점은 한때 연 매출 5000억원을 기록한 서남권 핵심 점포였다.
그러나 최근 더현대 서울과 신세계 타임스퀘어의 약진 속에 지난해 매출은 3400억원대로 줄었다. 롯데로서는 “투자 없이는 경쟁력 회복이 어렵다”라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오는 10월 신규 운영자 입찰이 예정된 가운데 경쟁사들이 이번 입찰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롯데의 단독 수성이 유력하다. 장기 운영권을 기반으로 한 리뉴얼은 단기적으로는 영등포점의 체질 개선을 가능케 할 전망이다.
백화점 시장 포화...투자 늪 부담
문제는 중장기적 관점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백화점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영등포 리뉴얼로 매출 반등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구조적 성장 한계는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수천억원대에 달할 리뉴얼 투자 대비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을 경우, 영등포는 ‘안정적 거점’이 아니라 ‘투자 늪’이 될 위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리뉴얼 이후 임차료 인상이나 소비자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점포 체력 회복을 협력사·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신세계·현대, 日시부야 행보
신세계와 현대는 일본 시부야에서 공격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도큐 그룹과 협력해 시부야109에 ‘하이퍼그라운드’ 팝업스토어를 열고, 현대는 파르코 시부야점 정규 매장 운영에 이어 오모테산도 플래그십까지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팝업→상설→거점 확장'이라는 단계적 접근으로 리스크를 줄이면서 글로벌 고객 접점을 늘리고 있다. 이는 국내 정체 시장을 넘어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영등포는 롯데에 방패이자 잠재적 늪이 될 수도 있다"라면서 "내수 기반을 지키는 데는 효과적인 선택이지만, 글로벌 무대에서의 성장 기회를 놓칠 경우 전략적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롯데가 영등포 리뉴얼 이후 어떤 글로벌 전략을 내놓느냐가 장기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며 “내수 수성과 해외 확장의 균형이 관건”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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