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 인력 3명짜리 ‘선거관리 전담기구’…전북 사례가 드러낸 구조적 한계

농협이 스스로 ‘공명선거’를 내세우며 출범시킨 선거관리 전담기구가 실제로는 형식적 운영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적 틀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감시 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조경태 의원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구성된 전담기구의 상시 인력은 3명(정규직 2명·전문계약직 1명)에 불과했다. 선거기간 한시적으로 추가된 인력도 3명 수준이었다. 전국 1,111개 조합을 관리해야 하는 규모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전담기구는 2022년 7월 1일 발족해 2023년 12월 31일까지 약 5억6,100만 원의 예산으로 운영됐다. 단순 계산하면 인력 1명이 185개 조합을 담당하는 구조다. 국회와 현장에서는 “조직이 존재하지만 기능은 미미한, 보여주기식 관리에 그쳤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농협은 2015년부터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합장 선거를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위탁관리만으로는 금품선거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2023년 3월 8일 열린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 당시 전북경찰청은 총 95건·221명을 단속했으며, 이 중 174명(78.7%)이 금품수수 혐의였다. 93명이 송치되고 7명이 구속됐다.
실제 전북의 한 축협에서는 조합장이 지지자들에게 홍어세트를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전주지법 2024.7.17. 선고). 선거가 일부 지역에서 ‘조합 간 금권 경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농협 내부에서도 “홍보·교육 중심의 전담기구만으로는 현장 부패를 막기 어렵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담기구가 상징적·행정적 역할에 머문 반면, 실제 단속과 조사 권한은 선관위와 경찰에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농협은 자정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조직이라는 인식을 자초하고 있다.

한편, 농협중앙회 강호동 회장은 2023년 말 회장 선거 과정에서 1억 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율곡농협 조합장 시절(2022년 8월)에도 2,000만 원 수수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으며, 강 회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인 사안으로,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 다만 농협 내부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여야 의원이 모두 자정능력의 한계를 지적했다.
조경태 의원은 “공명선거를 내세운 직후 역대 최악의 금품선거가 벌어졌다”며 구조적 실패를 언급했고, 주철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농협이 선거판을 가장 혼탁하게 만드는 집단으로 비춰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협의 조합장 선거는 ‘폐쇄적 네트워크’와 ‘지역 경제권력’이 맞물린 복합 구조다. 조합장 자리는 지역 금융과 농산물 유통의 결정권을 쥔 자리로, 금전적 유인이 크다. 선거 때마다 “선거는 축제”라는 명목으로 명절선물과 경조사비가 오가는 관행도 여전하다.
특히 전담기구가 실질적 감독권 없이 중앙 차원의 지침·교육에만 머문다면, 지역 현장의 금권구조를 제어하기 어렵다. 실제 전북에서 적발된 조합장 선거사범 상당수는 ‘선관위 지침 위반’보다는 ‘조합 내부 친분을 통한 금품거래’ 유형이었다.
농협중앙회 관계자 A씨는 익명을 전제로 본지에 “제4회 동시조합장선거 전담기구를 조기 편성해 선거 과정의 위법행위를 근절하겠다”며 “불법·부정선거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금품수수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담기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인력과 예산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상시 인력 3명, 예산 5억여 원 규모로 1,100여 개 조합을 관리하는 현재의 체계로는 실질적인 감시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제도가 존재하되 기능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공정선거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전북의 금품선거 통계는 전담기구 실효성 부재의 실증적 근거로 꼽힌다. 결국 농협이 진정한 개혁 의지를 보이려면 전담기구를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닌 상시 감시·조사 권한을 가진 독립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은 제도의 장식이 아니라, 협동조합 존재 이유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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