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R 소유 美테라다인, 글로벌 인력 24% 감축 발표
국내 선두 두산, 틈새 시장 노려 북미 영업망 강화

협동로봇(Cobot) 분야 글로벌 1위 업체 덴마크 유니버셜 로봇(UR)을 소유한 미국 테라다인 로보틱스가 대규모 구조 개편에 나서며 코봇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일본 화낙(FANUC), 독일 쿠카(KUKA) 등과의 첨단화 경쟁에서 시장 지배력을 위협받은 데 따른 결과로, 글로벌 상위업체들의 기술 속도전에는 불이 붙을 전망이다.
이들 업체 간 경쟁 과열 국면이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업체에 기회가 될 것이란 평가도 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고 기술 개발의 시행 착오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0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테라다인 로보틱스는 지난 6일(현지시간) 전 세계 직원의 약 14%를 추가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 10% 감축을 결정한지 9개월여 만에 또 다시 해고를 단행했다.
테라다인은 UR을 비롯해 모바일 산업용 로봇업체 MiR를 소유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에 관한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글로벌 팀 전체에서 감원이 진행될 것으로 알려진다.
테러다인 측은 “사업을 강화하고 최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이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또 “UR 협동로봇을 AI 기반 워크셀(Workcell)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선호 플랫폼으로 자리매김시키는 것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로봇 워크셀은 로봇과 여러 주변 기기들이 독립된 공간에서 통합해 작동토록 설계된 시스템을 일컫는다.
업계는 UR의 워크셀을 제조 현장에 투입한 이후, 해당 공정의 자동화가 무리없이 진행되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기존 노하우를 AI와 묶어 더욱 고도화하는 전략을 테라다인 측이 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 적용 테스트 기간을 눈에 띄게 단축하는 ‘기술 초격차’로 경쟁업체를 따돌릴 것이란 분석이다.
20년 이상의 노하우를 보유한 UR은 신생업체가 많은 협동로봇 시장에서 절대 강자로 거론됐지만 화낙, 쿠카 등 후발주자들의 매서운 추격에 직면한 상황이다.
산업용로봇(협동로봇보다 크고 인간과 협업이 불가)으로 성장한 화낙, 쿠카가 AI 성장 등에 힘입어 협동로봇으로까지 활동 폭을 넓혀가고, UR도 산업용로봇 시장에 진입하며 충돌이 불가피해진 형국이다.
UR의 성장세는 둔화하고 있다. 지난 2022년 약 3억2600만달러(4750억원)로 정점을 찍었던 UR 매출은 2023년 3억400만달러, 지난해 2억9300만달러로 감소했다. 올들어 3분기까지 약 1억74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린 가운데 매출 감소세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위기의식으로 시장 다변화에 나선 UR은 지난해 말 중국 난퉁(南通)에 협동로봇 공장 설립을 발표하며 첫 번째 해외 생산 기지를 설립 중이다. 중국 수요에 대응하고 원가 절감 등 효과를 기대한다.
UR의 강력한 라이벌인 쿠카가 중국 메이디드룹의 자회사임을 감안할 때 현지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술 유출 등 우려를 감수하고 중국과 공조에 나선 셈이다.
중국과 거리두기가 현실적으로 힘든 만큼 일부 기술은 넘겨주고, 중국 내 판매 수익을 바탕으로 미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글로벌 경쟁 국면에 휩싸인 두산로보틱스 등 국내 협동로봇 업체는 북미 시장에서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 1위인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9월 미국 자동화 설루션업체 원엑시아(ONExia)를 인수하고 북미 영업망을 강화 중이다.
이는 UR 등이 광범위한 공급망을 구축한 유럽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고 글로벌업체와 격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북미의 경우 미국, 캐나다 등에 협동로봇 제작업체들이 있지만 시장을 주도할 정도로 성장한 기업은 없으며 UR의 영향력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협동로봇의 ‘반복 정밀도’(반복적 움직임에서 원래의 목표 지점에 얼마큼 가깝게 도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 등 UR의 기술 경쟁력을 단기간 따라잡기는 힘든 만큼, 틈새 시장을 노리면서 북미 진출의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상위업체 간 경쟁 구도는 후발주자인 국내업체에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국내 로봇업계 한 관계자는 “UR 등이 시행착오를 통해 만든 결과물들은 국내업체에 불확실을 줄여주는 긍정적 시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협동로봇과 관련해 이업체 저업체가 다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 기술 경쟁이 점차 본격화함에 따라 인수합병 등 시장의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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